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선거법이냐, 공수처냐… 여당의 딜레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당에 정개특위 위원장 주면 野3당과의 입법공조 깨질 우려

사개특위 주면 사법개혁 외면 비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중 어느 쪽 위원장 자리를 차지할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여야 합의에 따라 두 특위 위원장 중 하나를 먼저 골라 가져가고 다른 하나는 한국당에 내줘야 한다. 정개특위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사개특위에는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 개혁 관련 법안이 각각 걸려 있다. 민주당이 사개특위를 한국당에 내줄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숙원 사업'인 사법 개혁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들을 수 있고, 반대로 정개특위를 내줄 경우에는 선거제 개편을 요구해온 야 3당(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에서 '입법 공조 파기' 선언이 나올 수 있다.

특위 위원장은 특위 운영을 좌우해 계류 법안 처리를 앞당길 수도 있고, 최대한 지연하거나 무산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야3당 대표 긴급 기자회견 - 정의당 이정미,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왼쪽부터) 대표가 2일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법 개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 야(野) 3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정개특위 심상정 위원장을 교체하라'는 자유한국당의 집요한 '떼쓰기'에 굴복했다"며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으라"고 했다. /이덕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사개특위를 지키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심상정 의원과 정의당이 "선거법은 버리겠다는 것이냐"고 강력 반발하면서 내부 의견이 갈리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사법 개혁이 최우선 과제"라는 주장과 "다른 입법 공조를 생각하면 야 3당 편을 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자기 의견을 내면서 지도부를 압박했다. 현재 사개특위 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사법 개혁은 굉장히 중요한 개혁 의제이고, 정부 내에서 이뤄진 합의만이라도 법제화하는 것은 큰 진전이기 때문에 위원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개특위는 정파 간 합의가 필요하니 위원장의 리더십이 덜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같은 특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이미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과 관련해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며 "사개특위 위원장을 우리가 포기한다고 해서 사법 개혁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다른 말을 했다. 홍익표 당 수석대변인도 "정개특위를 선택할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사법 개혁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사개특위를 한국당에 넘겨주는 것은 지지자들에게 사법 개혁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야 3당은 당대표들이 직접 나서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개특위 위원장을 한국당에 넘겨주면 더 이상 야 3당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2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개혁 논의의 주도권이 반(反)개혁 세력인 한국당에 넘어간다면 선거 제도 개혁은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라며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아 정개특위를 책임 있게 운영하라"고 요구했다. 정동영 대표는 "선거제 개혁 없이 다른 어떤 개혁 입법도 같이 처리될 수 없다"며 "그러면 민주당은 '개혁 제로(0)' 정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정미 대표는 "정개특위를 한국당에 넘겨주면 정의당도 '중대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두 특위 위원장 문제는 야 3당 내부 갈등으로 번졌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3당 공동 기자회견을 앞둔 손학규 대표에게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렵사리 합의를 도출해냈는데, 찬물을 끼얹는 듯한 엇박자는 당대표의 월권"이라며 기자회견 취소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4일 의원 총회를 열어 의견을 모으고 정개·사개특위 중 하나를 고를 계획이다.

[김경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