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나토서 잇따라 ‘北 인권 토론’
지난 22일 벨기에 브뤼셀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브뤼셀 북한인권 포럼에서 발언하는 모습. 왼쪽부터 탈주민 이소연씨, 올로프 스쿡 EU 인권특별대표, 클라우디오 프란카빌라 휴먼라이트워치(HRW) EU 담당 부과장, 헬레나 보구슬라우스카 EU 대외관계청 인권과 부과장. /주브뤼셀대한민국대사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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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이 주민에게 자행하는 인권 탄압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안보의 심각한 위험 요소가 됐다는 지적이 유럽연합(EU)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참여한 북한 인권 토론 행사에서 쏟아졌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고 군사화된 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원동력은 강력한 인권 탄압 체계에서 나오며, 이를 기반으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개발하고 러시아에 무기 지원 및 대규모 파병까지 하게 됐다는 의미다.
유럽의회·EU·나토 관계자 및 외교 정책 전문가들은 지난 21~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브뤼셀 북한 인권 대화’에 참석해 “북한 인권 문제와 글로벌 안보는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라는 데 동의했다. 나토 관계자는 “현재의 안보 상황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는 (나토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미국·영국이 자국산 장거리 타격 무기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하는 등 북한군 파병에 대한 나토 동맹국의 대응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동맹 일각에선 북한 인권 문제도 대응책으로 논의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클라우디오 프란카빌라 휴먼라이츠워치 EU 담당 부소장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러시아·우크라이나전 파병이 북한 주민 인권 탄압의 결과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인권과 안보 문제가 별개가 아님을 북한이 증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 전쟁 등 안보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려면 안보와 인권을 분리해 생각해 온 이분법을 벗어나 통합적 접근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양인성 |
이번 행사는 유럽의회·나토·유럽정책연구센터(CEPS)가 벨기에·EU·나토 주재 한국 대사관과 함께 주최했다. 유럽의회에서 ‘북한 인권 간담회’, 나토 본부에서 ‘북한 인권 북 토크(책 토론회)’, 주벨기에 한국문화원에서 ‘브뤼셀 북한 인권 포럼’ 등으로 나뉘어 행사가 열렸다. 국제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EU와 나토 본부 등에서 북한 인권을 논의하는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것은 처음이다.
북한 인권 간담회와 북한 인권 포럼에는 북한 이탈 주민 이소연(48)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와 채윤서(26)씨가 참석해 북한 내 인권침해 현실을 증언했다. 출신 성분에 의한 신분제, 노예 생활과 다름없는 군 복무와 강제 노동, 성폭력과 고문, 세뇌와 감시 시스템 등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이 나오자 북한 인권 현실을 처음 접한 많은 참석자가 “믿을 수 없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소연 대표는 “북한이 수십 년에 걸친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실패, 빈곤에도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러시아의 전쟁까지 돕는 것은 북한 사회에 만연하고 깊게 뿌리내린 고도화된 인권 탄압의 체계 때문”이라며 “이것이야말로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착취 체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나토 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북 토크’에는 북한 이탈 주민 박지현씨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채세린 작가가 나와 북한 내 인권침해 실태를 고발했다. 채씨는 “김정은은 역설적이게도 북한 정권이 세계에 어떻게 비치는지 중요히 여기고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비판에 매우 민감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하노이의 굴욕’(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협상 결렬)을 겪은 김정은은 미국과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라며 “유럽이 북한 인권을 안보 의제에 포함하고, 북한과 대화할 때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협상한다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리라고 본다”고 했다.
올로프 스코그 EU인권특별대표는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동맹으로 부상하면서 아시아의 평화와 유럽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러시아·북한은 ‘인권과 국제법을 경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나라”라고 했다. 헬레나 보구슬라우스카 EU대외관계청 인권과장은 “북한 인권 문제는 윤리적 차원을 넘어 유럽 안보와 국제 평화에 긴밀히 연결된다. EU뿐 아니라 회원국 차원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현재 회원 27국 중 프랑스·에스토니아를 제외한 25국이 북한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북한 인권 문제는 EU·나토 등에서 논의가 확대될 전망이다. 세자르 루에나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DKOR) 회장은 “북한 인권과 유럽 안보가 서로 긴밀히 연결됐음을 확인했다. 조만간 북한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기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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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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