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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年 107조원 생산기지 포기? 애플마저 중국 탈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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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중국산 아이폰도 관세 때리자 생산설비 30% 동남아 이전 추진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하며 세계적 IT(정보기술) 업체의 중국 탈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고율(高率)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에서 위탁 생산한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하자 '생산 거점 이전'이라는 대응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일본 경제전문지 닛케이아시안리뷰는 20일 "미국 애플이 대만 폭스콘 등 아이폰·아이패드 위탁생산업체에 중국 내 생산 시설을 동남아로 이전하는 비용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애플은 자사 제품의 90%,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10조엔(약 107조원)어치를 중국에서 만들어 왔다. 애플이 이 업체들에 제시한 이전 범위는 제품에 따라 15~30%로, 중국 내 전체 생산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미·중 무역 분쟁의 와중에도 중국 내 생산을 고집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최근 3250억달러 규모의 대중(對中) 추가 관세 리스트에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포함하면서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추가 관세가 적용될 경우 아이폰의 수입 단가는 25%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관세의 영향은 타 기업에도 미치고 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스마트홈 제품과 서버 제품의 생산 시설을 대만으로 이전키로 했다. 미국의 캠코더 업체 고프로는 "다음 달까지 미국 판매용 카메라의 모든 제조 공장을 중국에서 멕시코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도 탈중국 행렬에 동참했다. CNN은 "일본 게임 업체 닌텐도가 콘솔 게임기 '스위치'의 생산 공장을 동남아 국가로 옮기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샤프는 이미 지난해에 미국 수출용 디지털 복합기를 올여름부터 중국 대신 태국에서 제조키로 했고, 최근에는 노트북 PC 생산 라인도 일부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세라·파나소닉·세이코 등도 생산 설비를 중국 밖으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 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양국 무역 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9일(현지 시각) 미 하원 세입위원회에 출석해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중국 측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를 현지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중 정상이 G20에서 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가운데 양국 실무협상팀이 정상회담의 사전 조율 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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