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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美중간선거 D-10… '증오·분노의 총량' 큰 쪽이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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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투표할 것" 의향 높아져 투표율 50%대로 치솟을 듯

민주당 지지자 35% 트럼프 뽑은 가족·친구와 절연, 이민아동 격리조치에 크게 분노

'이민자 아동 격리, 성추문 대법관 임명,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폭발물 테러 시도….' '경제 살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언급, 무차별 '미투' 공격, 반체제 좌파 폭동….'

어떤 것이 더 분노를 일으키는가? 어떤 증오가 더 정당한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11월 6일)가 보수·진보 진영이 상대에 대한 '증오와 분노의 총량(總量)'을 저울질하는 대결장이 되어가고 있다. 더 분노한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첫째 근거는 투표율 증가세다. 통상 중간선거는 대선보다 관심이 떨어져 투표율이 40%를 넘기가 힘들다. 지난 100여 년간 투표율은 계속 하락해 지난 2014년에는 36.7%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총투표율이 50% 선으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이어진다. 선거 통계의 권위자인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교수는 23일 뉴욕타임스에 "각종 흐름을 볼 때 올해 투표율은 1966년 당시 48% 기록을 깨는 것은 물론, 1914년의 51%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어느 진영이 더 투표장에 나올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지난 14일 워싱턴포스트·ABC 여론조사에서 '꼭 투표하겠다'고 답한 유권자가 7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의 적극 투표 의향은 4년 전 63%에서 81%로, 공화당 지지자의 투표 의향도 75%에서 79%로 늘었다. 선거구가 집중된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주에선 유권자 등록 건수가 4년 전보다 각각 10배 이상 폭등했다. 최근 시작된 투표·부재자 투표는 4년 전에 비해 주별로 2~3배 증가했다. 공화당 측 투표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투표 열기는 양당 모두 '분노' 때문이다. 로이터·입소스가 미 유권자 2만1000여 명을 대상으로 두 달간 실시해 24일 발표한 심층 여론조사 결과, '중간선거에 참여하는 가장 큰 동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희망·변화·공포·만족 등 모든 요소를 압도한 답변은 '분노(Anger)'였다. 그 분노의 이유와 강도를 1부터 10까지 표현하라는 문항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불법 이민자 아동 강제 격리'(8.4)와 '트럼프 대통령 본인'(7.6)에 분노한다고 했다. 여성들은 '낙태 불법화 우려'(7.3)를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불법 이민으로 인한 사회 불안'(7.9)과 '민주당의 트럼프 탄핵과 국정 마비 시도'(7.6)에 제일 분노했다.

정치적 분노는 개인화·일상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지난해 퓨리서치 센터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정치적 분노'에 관한 심층 조사를 처음 실시했는데, 민주당 지지자의 35%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뽑은 가족·친구와 연을 끊었다"고 했고, 공화당 지지자의 13%가 "힐러리 클린턴 찍은 이들과 연을 끊었다"고 답했다.

통상 중간선거에선 정권에 불만이 쌓인 야당 지지자가 투표장에 쏟아져 나오는데, 이번 선거처럼 여당 지지자까지 분노로 들끓는 현상은 특이하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에서 "당신들이 투표장에 안 나오면 난 (민주당 탄핵으로) 백악관에서 끌려나가고, 감세 정책이 폐기돼 세금이 오를 것" "좌파 폭도와 불법 이민자, 가짜 뉴스가 우리를 공격하는데 지켜만 볼 거냐"고 자극한 결과다. 트럼프는 여당에 악재가 될 뻔한 브렛 캐버노 대법관의 성폭행 의혹도 "거짓 고발이 정상적 가정과 성공한 남자들을 파괴한다"고 반격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4일 민주당 전직 대통령 등을 노린 '폭탄물 테러 배달' 사건도 분노를 자극하는 막판 땔감이 돼가고 있다. 반(反)트럼프 진영은 "트럼프가 증오의 개들을 풀어놓았다"(CNN) "우리 삶의 기반을 흔드는 이들에겐 예의를 지킬 필요가 없다"(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며 분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정치적 폭력은 안 된다"고 하다 하루 만에 "이 분노의 주원인은 주류 언론의 부정확한 거짓 보도 때문"이라고 역공했고, 극우 인사들도 "민주당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자작극" "피해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거들고 있다.

지금까지 객관적 지표는 민주당이 '분노의 총량'에서 앞선다는 것이지만, 공화당의 '분노 대결집' 전략 때문에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미국 선거 여론조사를 종합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민주당이 늘릴 수 있는 하원 의석 수는 이달 초까지도 30여 석으로 예상됐지만 25일 현재 25석 정도로 다소 줄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23석 더 늘리면 하원 다수당이 될 수 있지만, 선거 막판 예측 불허 상황으로 가고 있다. 상원도 테네시·텍사스 등 격전지 표심이 공화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 '중간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 통념을 깰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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