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26일 정상 회담, 양국 통화 스와프협정 재개 등 합의
트럼프 무차별 무역 전쟁에 세계 2·3위 경제대국 밀착 움직임
아베 총리는 2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방안에 합의할 예정이다. 1972년 일·중 관계 정상화 합의, 평화우호조약 합의 등의 맥을 잇는 '제5의 문서'가 발표된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서 시 주석의 내년 방일(訪日)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양국 주변에서 해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상호 협력하는 내용의 '해상수색·구조협정'에도 서명할 예정이다. 이는 해난 사고 관련 양국 협조 관계가 한·일, 미·일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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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신임 방위상은 19일 싱가포르에서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 담당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을 만나 국방 분야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일본 해상자위대의 잠수함과 준(準)항공모함이 남중국해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공개됐지만, 중국은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센카쿠를 포함한 껄끄러운 문제는 일·중 수교 당시 기본 전제였던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른 점은 인정하고 공통의 이익을 추구한다)' 원칙을 적용,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경제적으로는 이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지난 8월 방중, 기반을 닦아 놓았다. 이번 회담에서는 센카쿠 갈등으로 종료된 일·중 통화 스와프 협정 재개가 발표될 것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그 규모는 300억달러 선으로 2013년 종료 시에 비해 10배 이상 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국 간 신기술 및 지식재산권 보호를 논의할 새로운 대화 틀을 만드는 데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경제협력, 제3국에서의 인프라 공동 지원도 논의된다. 정치, 경제 전방위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양국이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한 것은 역설적으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피아(彼我)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무역 전쟁에 나서면서 세계 2, 3위의 경제 대국이 손을 잡을 필요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6.5%로 2009년 금융위기 후 최저 기록을 낸 중국은 일본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일본도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동맹 불황(同盟不況)'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외교 다변화를 통해 안전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두 나라는 올해 들어 긴밀하게 관계 개선을 모색해왔다. 지난 5월 도쿄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3박4일간 방일한 것은 관계 개선을 알리는 신호였다. 당시 아베 총리는 리 총리와 함께 홋카이도의 도요타자동차 공장을 방문하며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다. 양국 국민 간의 상호 인식이 개선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달 중순 발표된 일본의 민간단체 '언론 NPO'의 조사에서는 '일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한 중국인이 2013년 5%에서 42%로 대폭 증가했다. 일·중 해빙 분위기에 맞춰서 일본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도요타, 닛산 자동차는 중국에서의 생산량을 지금보다 각각 20%, 30% 늘리기로 했다. 올해 전반기 중국에서 일본 자동차 회사의 판매량은 265만대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일·중 관계 개선은 격변하는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중 관계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로 악화한 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일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부정하는 재판 결과가 나올 가능성 때문에 다시 긴장되고 있다. 한·중·일 3국 관계만 떼 놓고 볼 때, 일·중은 결속하는데 한국은 외톨이가 되는 모양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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