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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이향아 시인 “신석정문학상 받게 돼 고단위 영양주사 맞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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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5회 신석정상 문학상 수상자

22번 시집 ‘안개 속으로’로 수상

“내 얼 담은 시 지키라는 뜻으로 이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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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에는 문학상이 수백개 넘게 있습니다만, 신석정문학상만큼 받는 자를 기쁘게 하는 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석정 선생 자신이 훌륭한 인품을 지닌 분이고 좋은 작품을 남겨 문학사에 뚜렷하게 이름을 올린 분이기 때문입니다. 저로서는 정말 영광이고, 앞으로 정신 차려서 더 좋은 시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됩니다.”

제5회 신석정문학상 수상자 이향아(사진) 시인은 “어려서부터 좋아해서 즐겨 암송했으며 내 문학의 멘토와도 같은 신석정 선생님의 이름으로 된 상을 받게 되어 기쁘고, 그만큼 부담도 크다”고 소감을 말했다. 13일 시상식을 앞둔 5일, 전화로 수상자를 만났다.

“어려서부터 시를 좋아했고, 사춘기를 지나면서 가장 많이 찾아 읽고 외운 시가 신석정 선생님의 시였습니다. 당시는 책도 귀했고 마음대로 책을 살 형편도 아니어서 학교 도서관에서 선생님 시집을 빌려다가 밤이 새도록 한 권을 몽땅 베껴 써서 간직하곤 했지요. 그러다 보면 선생님 시의 정서에 동화되어 마치 제가 그 시들을 지은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언젠가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요.”

이향아 시인은 특히 신석정 시를 즐겨 암송했던 까닭으로 “억지와 무리가 없고, 흐름이 자연스러우며, 간절하고 진실한 시이기 때문”이라며 “선생님의 시는 여과된 맑은 물이 넘쳐 흐르는 것 같다”고 느낌을 소개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1963년부터 10년 동안 전주에서 교직 생활을 했습니다. 그때 선생님을 직접 뵙고 여러 말씀을 들을 기회가 있었지요. 제 시집 출판기념회에도 오셨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선생님 댁에 두번 찾아갔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제가 문단 교제에 능하지 못해서 생각만큼 자주 뵙지는 못했어요. 제가 전주를 떠난 뒤에도 선생님이 간혹 제 시를 칭찬하셨다는 말씀을 다른 사람 편에 전해 듣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정말 감격스러웠지요.”

이향아 시인은 “신춘문예를 비롯해 너무 어려운 시들이 득세하는 가운데 시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이런 큰 상을 받게 되어 고단위 영양제 주사를 맞은 것처럼 힘이 난다”며 “세태에 휘둘리지 말고 어디까지나 내 얼이 들어 있는, 바꿀 수 없는 나의 중심을 지키는 시를 계속 쓰라는 뜻으로 상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22번째 시집이 되는 이번 수상 시집 <안개 속에서>에 실린 시 가운데서는 ‘참새’가 그런 시에 해당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쥐면 한 주먹 파닥거릴 몸뚱이/ 그 체온이 내 핏줄을 따라온다/ 바지런히 종종거려야 먹고 살 수 있는/하늘을 날지만 땅에 가까운 새/ 보호색으로 스미는 수수한 깃털/ 무슨 새를 좋아하세요, 누구든 묻기만 해라/ 망설이지 않고 “참새!”라고 할 것이다/ 백조라느니, 공작이라느니 꾀꼬리라느니/ 바람난 목소리로 꾸미지 않을 것이다/ 겨우 참새냐고,/ 남들이 하찮게 여길는지도 모르지만/ 혹시 우러를지도 몰라/ 어떻게 감히 참새를 대느냐고/ 참새,/ 참말로 새,/ 진짜 새,/ 참새를”(‘참새’ 후반부)

이향아 시인은 1966년 <현대문학> 추천완료로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 22권과 수필집 15권, 그리고 문학이론서와 평론집도 여럿 냈다. 한국문학상, 시문학상, 아시아기독교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호남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제5회 신석정문학상 시상식은 13일 오후 2시 전북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이향아 시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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