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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1500년 이어온 정성… 6차 산업 ‘날개옷’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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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경제 키우는 한산 모시·소곡주

1500년 역사를 지닌 충남 서천군 한산모시와 한산소곡주의 현대화가 한창이다. 마치 잠자리 날개처럼 곱고 가벼워 입은 듯 안 입은 듯 하다 해서 ‘잠자리 날개 옷’으로 일컬어지는 한산모시가 패션디자이너, 뮤지션들과 함께 세계로 날아갈 준비를 마쳤다. 한산소곡주는 65개 소곡주 양조장에서 생산한 것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소곡주 갤러리를 구성하고 국내외 시장공략에 나섰다. 서천군은 ‘한산모시소곡주사업단’을 구성하고 6차 산업을 활성화시키며 전통의 가치를 현대적 유산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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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전통 한산모시짜기를 한 주민이 시연하고 있다.


◆서천의 명품 한산모시와 소곡주

한산모시는 충남 서천 지역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모시다. 이곳의 모시는 다른 지방에서 생산된 것 보다 섬세하게 제직되었기에 밥그릇 하나에 모시 한 필이 다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모시는 근래까지 15새가 제직되었으나 오늘날에는 12새가 극상품으로 제작되고 있다. 1새는 30여㎝의 포폭에 80올의 날실로 제작된 것이다. 한산모시짜기는 1967년 전통섬유 부문 중 가장 처음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됐다. 한산모시짜기는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정숙 여사가 모시로 지은 푸른빛 한복을 입고 나가면서 한산모시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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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모시짜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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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소곡주


맛과 향이 뛰어나 한번 맛을 보면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른다고 하여 일명 ‘앉은뱅이술’이라고 불리는 한산소곡주는 1979년 7월 3일 충청남도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됐다. 서천군 한산면에서 생산되는 술의 일종으로 150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구전에 의하면 백제 멸망 후 유민들이 주류성에서 나라를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소곡주를 빚어 마셨다 한다. 조선시대 과거길에 오른 선비가 한산지방의 주막에 들렀다가 소곡주의 맛과 향에 사로잡혀 한두 잔 마시다가 과거날짜를 넘겼다는 일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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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모시문화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저산팔읍길쌈놀이를 구경하고 있다. 서천군 제공


◆한산모시소곡주 명품화 사업 진행

서천군은 2017년 한산모시와 한산소곡주 명품화를 위해 ‘한산모시소곡주사업단’을 출범했다. 사업단에서는 전통모시의 지속적 계승과 현대모시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을 운영하고 문화유산 활성화 사업으로 방문자센터에서 전통교육관을 운영해 모시를 짜는 과정, 소곡주를 빚는 방법을 보여준다. 한산모시와 소곡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실질적인 주민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해 한산모시 및 한산소곡주 6차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시떡과 송편 등 한산모시식품 40개소, 한산소곡주 업체 70개소를 육성했다. 서천군은 앞으로 한산모시소곡주 연구소를 건립하고 한산모시 에코테마공원을 조성한다. 한산소곡주와 모시식품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해 주민들이 생산한 6차 산업 제품들의 판로를 개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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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산모시문화제에 참석한 외국관광객들이 모시로 자신의 팔찌를 짜고 있다. 서천군 제공


한산면에는 소곡주 테마거리와 소곡주를 주제로 한 창업 챌린지 숍 거리가 조성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소곡주 전문식당, 게스트하우스, 모시백화점이 들어선다. 서천은 벌써부터 농가를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 건립 사업 등이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금강, 모시, 소곡주의 낭만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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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한산모시문화제 YB 한산모시베틀쇼 모습. 서천군 제공


◆청년문화기획자들이 한산모시문화제 주도

올해로 29년째 이어진 한산모시문화제는 과거에 현대를 입힌 대표적인 지역축제다. 한산모시문화제는 지난해부터 확 달라졌다. 관람 위주의 축제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이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꽉 짜여졌다.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한산모시관 일원에서 진행된 29회 한산모시문화제에는 처음으로 미니베틀 한산모시짜기 프로그램이 선보였는데 200명 한정 사전예약을 시작하자마자 마감이 끝났다. 특히 패션 디자이너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한복드레스 명인 목은정 디자이너가 아트디렉터를 맡아 연출한 압도적인 자태의 모시원단 소재 패션쇼는 큰 주목을 받았다. 목은정 디자이너가 준비한 모시원단 소재 무대의상을 입은 YB밴드(윤도현 밴드)의 공연은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며 축제 참가자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올해 한산모시문화제에는 30만명이 관광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120억원의 지역경제 유발 효과를 낸 이번 한산모시문화제는 지난해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 축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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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모시문화제 아트디렉터와 홍보대사로 위촉된 목은정 디자이너(오른쪽 세번째)와 YB멤버들. 서천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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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수상에 빛나는 목은정 디자이너가 올해 한산모시문화제에서 연출한 패션쇼. 서천군 제공


한산모시제의 성공은 한산모시소곡주사업단과 청년문화기획자들에서 시작됐다. 서천군은 지방 축제 대부분이 소위 이벤트사로 불리는 업체들에 의해 연예인 잔치로 전락하고 본질을 저해한다는 여론에 따라 축제 콘텐츠를 차별화하기 위해 충남지역 청년문화기획자 34명(오제열 총감독)에게 축제를 맡겼다. 청년문화기획자들은 목은정 디자이너와 YB의 참여를 이끌었고 축제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이뤘다. 목은정 디자이너는 한산모시 패션상품개발 자문위원으로서 앞으로 한산모시가 국제패션무대로 진출하고 세계로 나가는 길을 여는 데 앞장선다.

김익렬 한산모시사업단 팀장은 “우리나라 대표 천연섬유 한산모시의 역사와 우수성을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청년문화기획단과 함께 축제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서천=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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