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으로 돌아간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소나기가 내린 후 하늘처럼 맑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하며 밝게 웃고 있다. /공주=신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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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직 후보? "신앙적으로 욕심 부려 뭐하겠나"
[더팩트ㅣ공주=이철영·신진환 기자] "남들이 보면 참 속도 없네 그래요."
문재인 정부 1기 청와대의 입에서 충청남도 도지사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한 차례 논란을 빚고 사퇴했던 박수현(54) 전 청와대 대변인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지방선거가 성공적으로 끝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마음을 비웠기 때문일까. 장마철 급작스럽게 내렸던 소나기가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나타나는 쨍쨍한 햇볕처럼 그의 얼굴은 '하회탈'을 방불케했다.
충남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를 사퇴한 지 114일 만인 지난 5일 오후. 충남 공주시의 한 식당에서 '자연인' 박 전 대변인을 만났다. 충남도지사 예비후보 사퇴 당시의 억울함과 안타까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4개 단체장을 휩쓴 민주당 열풍을 고려하면 마음 한편이 쓰라릴 만도 하건만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표정에선 아쉬움보다 후련함이 더 짙었다.
"마른 수건 쥐어짜도 또 나올 게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신경도 안 썼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후보직에서 물러난 이후 백의종군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당 소속 충남권 각 후보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개인적으로 불러주는 모임에는 마다치 않고 달려가 충남지역민의 목소리를 듣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지난 3월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뒤 여성 당직자를 특혜 공천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불륜설까지 제기됐다. "네거티브"라며 강경하게 대응했지만, 결국 당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스스로 물러나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날 오후 6시께 공주의 한 국밥집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마주한 박수현 전 대변인은 100여분 동안 가슴 속 말들을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예비후보직 사퇴 이후 언론과 인터뷰는 <더팩트>가 처음이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월 15일 자신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자 당을 위해 충남지사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에서 사퇴했다. 사진은 박 전 대변인이 예비후보 사퇴 후 지지자들에게 큰 절을 하는 모습. /박수현 전 대변인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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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궁금한 건 '왜 그랬을까?'"
박 전 대변인은 지난 3월 14일 충남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를 사퇴했다. 그의 말처럼 억울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개인사가 당에 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과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선당후사, 백의종군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는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등을 고려할 때 공천만 받는다면 '당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도 알고 있었다. 더욱이 지난 19대, 20대 총선에서 겪었던 내용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보았다.
그는 "사람 인생이 그렇더라. 앞날을 모르는 거다. 당시 그 문제는 지난 2014년에 워낙 많은 말들이 나와서 더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며 "그래서 신경도 안 썼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 전 대변인의 표정에선 이미 그 문제에 대해선 초월한 듯했다.
사실 박 전 대변인은 당시 상황이 언론에 알려지는 과정에서 자신과 가까운 측근의 모습에 더 마음 아팠던 것 같다. 그는 "당시에는 이게 무슨 상황이지? 무슨 갈등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갑자기. 지금도 가장 궁금한 건 '왜 그랬지?'이거다"라며 얼큰한 국밥 국물을 숟가락으로 한 술 떴다.
화를 내거나 욕설을 뱉을 수도 있었지만, 박 전 대변인은 '전 괜찮아요'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식당 옆 금강을 바라보았다. "금강이 옆으로 흐르고 이 맛있는 국밥을 먹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제는 뭐, 더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다행스러운 것은 제가 대인이거나 진짜 속이 없는 놈이거나 둘 중 하나일 거다"며 크게 웃었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충남 공주의 한 식당에서 <더팩트>를 만나 "도지사직에 욕심을 부려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박 전 대변인이 한 성당에서 기도하는 모습. /박 전 대변인 측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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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도지사 제 거 아니네요."
박 전 대변인은 자신의 논란이 불거지기 전 이미 도지사가 되지 못할 것을 직감했다고 한다. 예지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궁금했다.
그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뉴스가 터지는 그 순간, 속으로 든 생각도 아니고 혼자 중얼중얼 무슨 말이 나온 줄 압니까"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제가 천주교 신자인데 신앙적으로 저도 모르게 '하느님 도지사 제 거 아니네요'라는 말이 나왔다. 딱 그 순간,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왔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진짜 도지사 욕심을 무리하게 부려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신앙적으로 제 자리가 아니라고 하는데 인간적으로 욕심부려 뭐 하겠어요."
그래도 사람인데, 정말 그랬을까는 의심의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사실 주변에도 도지사는 하지 않겠다고 종종 말해왔었다. 만약 도지사 하면 구속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욕심이 없었다'는 자신의 말을 믿어 달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예비후보로 나선 것은 정치권과 충남권 지지자들의 기대와 요구를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YES맨'이라는 그다. 갑작스런 취재진과 약속도 뿌리치지 않은 박 전 대변인은 "(웃으며) 제가 마음이 약해서 사정 딱한 사람들이 부탁을 하면 거절을 잘 못한다. 이런 성격으로 봤을 때 행정(직)이 맞지 않는 것이다"며 "돈도 없고 백도 없고 혼자 근면 성실한 것밖에 없다. 입법해서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것은 잘 할 수 있다. 그런데 행정(직)은 마음이 약해서 저하고 안 맞는다"고 강조했다.
그의 얼굴에선 정말로 미련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박 전 대변인의 '속이 없는 게 아닐까?'라는 말이 맞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도 다시 한 번 '그래도 사람인데, 정말 아깝지 않느냐?'고 약간 농을 섞어 물어보았다.
박 전 대변인은 '뭘 또 물어봐'라는 듯 바라보다 입을 뗐다. 그는 "아깝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웃음) 워낙 압도적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정말로 크게 아깝지 않다"며 "아깝지 않은 게 제가 안 하고 싶었던 일이라 아깝지 않다는 게 아니라 신앙적으로 그런 게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느님께서 제 것이 아니라는데 제가 주장할 게 뭐 있겠나. 제가 생각보다 포기가 빠르다. 그래서 남들이 보면 '참 속도 없네'라고 그런다. 전 양승조 후보 지원유세 할 때도 가식이 없이 최선을 다했다. 남들은 '가식이 0.1%라도 있지, 왜 없어?'라고 했지만, 0.1%도 없었다. 그래서 정말로 대인이거나 속이 없거나 둘 중 하난데 속이 없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며 박장대소했다.
☞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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