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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인터넷방송 믿고 계약했는데…수억원 날리고 집까지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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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을 운영하는 류 모씨(38)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남양주시 인근에 새로운 스튜디오를 열기 위해 인테리어 업체를 수소문했다. 류씨는 이 과정에서 한 방송제작사의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3월부터 네이버TV에서 건축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업체였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연예인과 건축가 다수가 이미 출연하고 있었다.

류씨는 방송제작사 대표 A씨가 "연예인들을 섭외하고 네이버TV에서 방송할 만큼 검증됐다"며 "방송인 만큼 저렴한 가격에 시공해주겠다"고 말해 지난해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계약금 1억원을 지불했지만 공사가 무척 더디게 진행됐고 제작사는 도중에 추가 금액까지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올해 4월 들어 공사가 아예 중단됐다. 류씨는 "벽에 가루가 날리고 바닥이 벌써 갈라질 정도로 공사 자체도 부실하게 진행됐다"며 "어렵게 모은 돈을 날려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명 연예인과 건축가들이 인테리어를 바꿔주는 콘셉트의 네이버TV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공사비 수억 원을 날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해당 제작사로부터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30명이 넘는다. 집을 완전히 철거해 찜질방과 모텔을 전전하는 피해자, 빚을 내서 신혼집 공사를 진행하던 피해자 등 안타까운 사연도 많다. 피해액은 1인당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명 디자이너이자 시공사 대표 B씨와 방송제작사 임직원 3명 등 총 4명을 사기 및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지난 20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임직원이 공사 진행 능력이 없으면서도 계약을 체결했고, 유명 디자이너 B씨는 하도급 대금을 받기 위해 이를 방조했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강 모씨는 "네이버TV에 나온다길래 공신력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아니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피해자는 "방송제작사는 자산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으며 건설업 허가도 없고 시공 경험도 전무했다"며 "네이버 측에서 부실 제작사를 걸러낼 수 있도록 채널 인가 조건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네이버TV 측은 "우리는 채널 개설을 도와줄 뿐"이라며 "제작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방송제작사 대표가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돼 피해자들은 보상도 받기 힘든 상태다. 방송제작사 측 입장을 듣기 위해 회사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문이 굳게 잠겨 있었고 관계자들은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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