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0 (목)

"한끼 굶어도 안 죽는다"며 아이돌 지원 안 한 기획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멤버들 “소속사 계약 위반” 소송…법원 “계약 해지” 판결

조선일보

/조선DB


5인조 남자 아이돌 A그룹 멤버들이 "소속사가 각종 의무를 위반해 계약은 해지됐다"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최희준)는 최근 A그룹 멤버들이 소속사를 대상으로 낸 전속계약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2015년 12월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수개월간 연습한 뒤 이듬해 여름 데뷔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고됐다. 기획사가 직원을 줄여 담당 매니저나 이동을 위한 차량, 보컬·댄스 레슨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연예 활동을 위한 메이크업과 머리손질 등의 비용도 멤버들이 자비로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보톡스나 필러 등 미용 시술도 '자기 관리'라고 부르며 자비로 받도록 했다. 이들의 연습실을 에어로빅 교실에 대여하기도 했다. 심지어 멤버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비밀번호를 바꿔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숙소에서 먹을 음식과 생활필수품 비용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한 끼 안 먹는다고 안 죽는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고, 식대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직원은 강제 퇴사시키기까지 했다.

이들은 일본과 대만에서도 활동했지만, 해외 활동에 매니저나 직원이 함께 가지 않아 멤버들이 직접 호객행위를 해야 했다. 안전요원도 없어서 현지 행사를 치르며 빈번한 성추행에 시달렸다고 한다.

기획사 대표의 폭언과 협박도 있었다. 대표는 "말을 듣지 않으면 업계에서 매장시키겠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멤버 개개인을 향해 "밉상이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 "뒤통수를 칠 상이다" 등 모욕적인 말을 하기도 했다.

멤버들은 수익을 한 푼도 정산받지 못했다고 한다. 국내 공연은 통상 1회에 1000만~2000만원짜리 계약서가 오갔고, 대표 스스로 일본에서는 3개월에 3억원 정도 수익이 난다고 말했지만, 멤버들에게는 전혀 돈이 지급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멤버들의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소속사가 전속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판단했다.

[오경묵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