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자신감 원천이자
최후 보루인
국힘 108명 ‘무조건 지지’
허상으로 드러나
검찰, 金 무혐의 처분설
살 궁리만 하면 죽고
죽을 각오 하면 살아
윤 대통령이 부인에 대한 비등한 국민 비판 여론을 계속 무시하고 한동훈 대표에게도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은 국민의힘 108명 중에 이탈표가 없을 것이라 자신한 때문이었다. 그게 깨진 것은 충격일 것이다. 98%는 앞으로 더 높아져 결국 물이 넘칠 수 있다. 반대로 이번을 고비로 수위가 낮아질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윤 대통령 부부의 선택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전략에 달려 있다.
중요한 첫 관문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하느냐 여부다. 지금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대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면 여론은 더 악화할 것이다. 명품 백 사건도 기소하지 않았는데 도이치모터스 사건도 무혐의라면 법리를 떠나 김 여사는 인위적 ‘성역’으로 비치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이는 공분 대상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에서 이탈표는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이 국면에서 만약 이재명 대표가 특검안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바꿔 다시 제출하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도 불구하고 국회 찬성이 200표를 넘겨 특검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민주당 특검안은 특별검사를 사실상 민주당이 지명하도록 돼 있는데, 누가 봐도 상식 밖이다. 이를 여야 합의 추천으로 바꾸면 국민의힘에서 특검에 찬성하는 표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 윤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된다는 뜻이다.
이 대표가 이렇게 할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 입장에선 무리한 지금의 특검안을 계속 밀어붙여 윤 대통령 거부권을 유도하고 국민의힘이 의원들 표 단속에 쩔쩔매게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계산할지도 모른다. 여권의 그런 모습이 국민에게 더 큰 혐오감을 준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이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분리하고 김 여사 특검을 시작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면 특검안을 합리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이 대표의 판단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리한 뒤의 여론 동향에 달려 있을 것이다. 자신의 예상대로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 커지면 현재의 무리한 특검안을 그대로 밀어붙이면서 윤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를 본격적으로 밀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법원 판결들이 나오는 11월 중·하순에 맞춰 탄핵 집회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려 판사들을 압박할 수도 있다. 민주노총 등이 나서면 수만 명 집회는 쉽게 열릴 수 있으며, 늘 그렇듯 이를 수십만 명으로 보도하는 언론들도 나올 것이다.
윤 대통령이 처한 위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윤 대통령 부부의 처신과 언행이 잇달아 폭로되고 있는 사태는 그 끝을 알기 힘들다. 관련된 사람과 녹음된 분량이 많다고 한다. 최근 공무원 후배들을 만난 한 분은 “공무원들을 보니 지금은 마치 무정부 상태 같았다”고 놀라워했다. 앞으로 정권이 바뀌었을 때 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고, 정권 초에 시작된 감사원 감사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서민 경기는 나아지지 않는데 11월에 트럼프 변수까지 겹칠 가능성도 있다.
의료 사태 역시 어떻게 될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시피 하다. 묘수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는 땜질 처방은 거의 먹히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과 의사들의 힘겨루기는 의사들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옳은 뜻에서 하는 일에도 적절한 선이 있으며 지나치면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한다.
이렇게 사방에서 위기가 밀려오는데 놀랍게도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감정싸움은 더 점입가경이다. 최근 한 행사에서 윤 대통령 측은 한 대표 좌석을 멀리 재배치하라고 했고, 이 사실을 안 한 대표는 행사에 아예 불참해 버렸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은 사람 모두가 혀를 찼다.
김 여사 특검 실현 가능성 98%는 그대로 윤 정부의 위기 지수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다. 다만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여야 하고, 위기의 본질이 뭔지를 직시할 경우의 얘기다. 윤·한 두 사람은 지금이 위기라고 생각하는지, 위기임을 알고도 서로 싸우는지 궁금하다. 위기의 본질도 국민은 다 아는데, 윤 대통령이 이를 직시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살 궁리만 하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는 오랜 경구는 지금 윤 대통령에게 절실한 지혜라고 생각한다. 아직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
[양상훈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