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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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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첫 폐교 청솔중... 학령인구 감소 아닌 낙인효과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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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특성화고교 옆 '비선호학교' 낙인
개교 이후 한때 500명 입학, 지난해엔 10명
인접한 늘푸른중은 매년 200명 안팎 입학
한국일보

수도권 1기 신도시 중 처음으로 폐교하기로 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청솔중. 학령인구 감소가 표면적 이유지만, 그 이면에는 학교 주변에 임대아파트와 특성화고가 있어 주민들 사이에 '비선호학교'로 낙인 찍힌 영향이 컸다는 말이 나온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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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에 위치한 청솔중학교가 학생 수 부족으로 3년 후 문을 닫는다. 수도권 1기 신도시 중에 저출산 여파로 폐교하는 첫 사례다. 표면적 이유는 학생 수 부족이지만, 그 이면에는 학교 바로 옆에 임대아파트와 특성화고(옛 실업계고)가 있어 주민들 사이에 ‘비선호학교’로 낙인찍힌 것도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9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청솔중은 올해 1학년이 졸업하는 2027년 2월 폐교하기로 했다. 분당을 비롯해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등 1기 신도시 초중고교 가운데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하는 건 처음이다.

앞서 학교 측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학부모 41명 전원을 대상으로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본교 폐지)’ 찬반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한 38명 중 25명(65.79%)이 찬성, 13명(34.12%)이 반대했다. 적정규모학교 육성은 ‘경기도교육청 적정규모학교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소규모 학교(적정규모 이하 학교)를 본교 폐지, 신설대체 이전, 통합운영학교 등 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학부모 과반이 동의해야 한다. 교육청은 이번 결정에 따라 △적정규모학교 육성 확정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행정예고 △폐교 등의 행정절차를 진행한다. 청솔중은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으며 재학생들 중 전학을 희망하면 반경 1.5㎞ 내 다른 학교 2곳으로 전학할 수 있다. 졸업을 희망할 경우 졸업할 때까지 다닐 수 있다.

문제는 청솔중 학생 수 감소의 원인이 학령인구 감소가 아닌 ‘비선호학교’ 낙인효과 때문이라는 점이다. 폐교 소식이 전해진 이날 분당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구 감소로 학생 수 줄어든 건 전반적인 현상이고, 저기는 다른 거 없이 근처 아파트가 임대라 비선호학군 학교여서 분당 엄마들은 저기로 애 안 보낸다”, “근처 아파트가 임대아파트고, 바로 옆에는 (특성화고인) OOO고교라 아무도 안 보내려고 하는 거다. 분당 학부모 대부분 학구열이 높고 집값도 비싼데 굳이 비선호 학교를 보낼 이유가 없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지역에 사는 김모씨도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학생들이 가난하고 질이 안 좋다는 말이 있어 막내 아이를 늘중(늘푸른중)으로 보냈다”며 “당시 아이들 사이에서도 청솔중을 ‘구성남’이라 놀리는 등 서로 간 편견을 갖고 있어 당시 엄마들 대부분은 늘중으로 보냈다”고 했다. 청솔중과 늘푸른중학교는 모두 한 아파트 단지 내 학교로, 직선거리로 300m 떨어져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지역 주민은 반경 1.5㎞ 이내 3개 중학교 중 지망하는 곳으로 우선 배정하는데, 그렇게 해도 (학생 수가 줄어) 나머지 2개 학교가 수용 가능해 벌어진 일"이라며 "주변에 학원이 없는 것도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분당신도시 조성 당시인 1995년 3월 150명이 입학해 개교한 청솔중 신입생 추이를 보면 비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한창 신도시 입주민이 늘어날 때인 2001년 553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신입생은 매년 꾸준히 줄어 2013년 마지막 세 자릿수(113명)를 기록한 뒤 2014년부터는 30~60명대로 줄었다. 최근에는 2022년 15명, 지난해 10명, 올해 19명으로 가까스로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이는 2005년 개교한 이래 매년 200명 안팎 입학한 늘푸른중과 대조적이다. 최근에도 2022년 210명, 지난해 196명, 올해 236명으로 청솔중에 비해 10배 이상 차이난다.

퇴직한 성남교육지원청 한 직원은 “학교 주변이 임대아파트가 많고, 특성화고가 있어 등하교 시 생활지도가 어려운 점 등이 겹치면서 학부모들이 청솔중에 보내는 것을 꺼려했다”며 “학령인구가 아닌 낙인효과로 폐교한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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