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극심한 의정 갈등이 8개월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전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수업을 거부하고 떠난 학생들의 흰 가운만 걸려있어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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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협력병원에서 수업하는 ‘무늬만 지방 의대’ 문제가 수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지방 본교에서 수업을 늘리도록 요구했는데도 일부 의대는 3년째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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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계속된 편법 수업
교육부는 8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지난 2021년 시행된 의대 협력병원 운영 조사 이행 현황 자료를 제출했다. 조사 대상은 수도권에 협력병원을 둔 가톨릭관동대·동국대·성균관대·순천향대·울산대·한림대 등 6곳이다. 고등교육법과 시행령, 대학설립운영규정, 대학교육시설지침 등에 따르면 학점이 부여되는 정규강의는 반드시 교육부로부터 인가받은 본·분교나 캠퍼스의 교지 내 교사시설에서 이뤄져야 한다.
학교가 실습 위탁을 한 협력병원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에 “2022학년도부터 모든 이론수업 과목을 의과대학 인가를 받은 시설에서 운영하라”며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울산대 2025학년도 수시모집 요강에 실린 캠퍼스 소개 자료에는 서울아산병원이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이라고 소개돼있다. 강경숙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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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의대 중 성균관대·순천향대·한림대는 2022학년도에 이행을 완료했다. 하지만 이론 수업도 함께 이뤄지던 강의를 실습으로 전환(동국대)하거나 본교에서 해야 할 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가톨릭관동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행이 늦어진 학교도 있었다. 울산대는 현재까지도 미인가 시설 내 수업, 행정직원 근무 등에 대한 시정 요구 6건 중 3건이 ‘미이행’으로 보고됐다.
당초 울산대는 2023학년도 신입생부터 모든 이론 수업은 울산 본교에서, 임상실습은 부속병원과 협력병원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 의대 건물이 완성되는 시점이 늦춰졌고, 교육·교수 지원 행정 인력도 대부분 서울에 상주하고 있다. 예과 1학년 수업은 본교에서 진행됐지만 2학년 수업은 12개 모두 온라인이나 과제 제출로 대체됐다. 울산대 측은 “현재 울산에 상주 중인 의예과 행정 직원은 1명뿐이고, 2학년 전담교육을 위한 직원은 의정 갈등으로 수업이 없어서 서울에서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각종 자료에서 협력병원을 ‘캠퍼스’처럼 소개하고 있는 부분을 삭제하라는 시정 명령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2025학년도 수시 모집요강에는 아산병원을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이라고 지칭했다. 울산대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의예과 소개 영상에는 서울아산병원 입구에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이라고 적힌 명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울산대 측은 “새 의대 건물 공사가 늦어진 것은 사실이나 이는 정부의 의대 증원 때문에 설계가 수정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현재는 실습으로 인정되는 교육만 서울에서 하고 있으며 이 부분을 홍보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이라며 “협력병원에서 의대 명을 표지석에 명기한 경우는 상당히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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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울산대 졸업생 74%가 서울로
지난 3월 20일 오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및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하며 서울 내 의대에는 한 명도 배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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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지방 의대인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치의과대학의 경우 지난해 12월 발표된 감사 결과에서 의학대학전문원, 간호학과 등에서 487개의 이론 수업을 인가받지 않은 학습장(협력병원)에서 실시한 것이 적발됐다. 현재 지역 23개 사립대 의대 중 수도권에 협력병원을 둔 곳은 8곳이다.
문제는 이런 수도권 협력병원 수업이 지역 의료인력 유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울산대에 따르면 2020년부터 5년간 졸업생 193명 중 142명(73.6%)이 서울아산병원에 취직했다. 울산대병원에 취직한 사례는 11명(5.7%)에 불과했다.
강경숙 의원은 “지방의대 정원 증원이 효과를 보려면 반드시 지방대학에서 대부분의 교육·실습이 이뤄져야 한다”며 “교육부 처분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대학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행·재정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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