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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정여립은 한국 최초의 공화주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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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정일 대동사상사업회 이사장

‘모반 사건 희생’ 정여립 동상 추진

“정여립 사상, 동학혁명 이어져”



한겨레

신정일 대동사상기념사업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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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함께 한다는 대동정신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조선 때 대동사상을 주창했던 정여립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향토사학자인 신정일(63) 대동사상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조선 시대에 평등한 세상을 꿈꾼 혁명가 정여립(1546~1589)의 동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꾸려진 이 사업회는 동상 기금을 모으고 있다. 전북혁신도시 초입에 위치한 정여립로에 동상을 세우려는 것이다.

정여립은 전주시 남문 밖(지금의 전북 완주군 상관면 월암리)에서 태어났다. 불합리한 시대 상황에 환멸을 느껴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한 그는 제비산(전북 김제시 금평저수지 근처)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한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며 ‘대동계’를 조직했다. 그러나 정철 등 서인 쪽은 정여립이 황해도·전라도 지역의 민중들을 모아 모반을 꾀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결국 그가 의문사하면서 ‘정여립 모반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기축옥사’는 기정 사실로 굳어졌다. 이 사건으로 당대의 지식인 1천여명이 희생됐다.

“기축옥사 3년 뒤인 1592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났는데, 만약 조선의 지식인이 대량 희생된 이 사건이 없었더라면 임진왜란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어요. 임란 때 승병을 조직해 싸운 서산대사·사명당도 이 사건에 연루됐다가 고문을 받고 풀려났어요. 사명당 등이 그때 죽었더라면 임란 때 제 역할을 못했을 겁니다.”

그는 “정여립은 ‘천하가 공공의 물건인데, 어디 일정한 주인이 있는가’라는 말을 남겨 나라의 주인이 군주가 아니고 민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측면에서 정여립은 영국의 공화주의 혁명가 올리버 크롬웰(1599~1658)보다 60년 앞선 한국 최초의 공화주의자로, 엄혹한 왕조 시절에 시대를 앞선 사상을 주창한 혁명가”라고 설명했다.

신 이사장은 “정여립 대동사상은 허균의 ‘호민론’(천하에 두려할 만한 자는 오직 백성 뿐이라는 사상)과 정약용의 ‘탕무혁명론’(중국 탕왕과 무왕이 왕조를 교체한 것)으로 이어졌고, 근대의 출발점인 동학농민혁명으로 분출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여립 관련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며 대동사상기념관도 세울 계획이다.

정여립 동상 건립 추진은 전봉준 장군 동상 건립이 계기가 됐다. 전봉준 동상 제막식은 24일 서울 종로1가 영풍문고 앞에서 열린다.

전주/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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