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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탈원전 1세대’ 이탈리아, 소형원전 개발 준비…갈팡질팡 세계의 에너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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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1년 10월 벨기에 둘(도엘)의 원자력 발전소.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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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 탈원전을 선언한 이탈리아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을 위한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탈원전 1세대 국가인 이탈리아의 원전 복원은 전세계 국가들의 갈팡질팡한 에너지 정책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원자력 발전의 증가세보다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세가 더 높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이탈리아가 소형원자로를 건설할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자 하고 있으며, 안살도, 에넬 등 자국 에너지사와 영국 원자력 기술 회사인 뉴클레오 등과 예비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돌포 우르소 이탈리아 산업부 장관은 전날 북부 코모 호수 인근에서 열린 암브로세티 경제 포럼에서 기업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외국 기술과 협력해 이탈리아에서 곧 원자력 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국영 전력 회사인 에넬을 중심으로 안살도의 원자력 발전 관련 기술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안살도 뉴클레아레가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으로 구동되는 소형 발전소를 개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형모듈원전은 전기 출력이 300MWe 미만인 소형 원전을 의미한다. 로이터 통신은 길베르토 피체토 프라틴 이탈리아 환경·에너지부 장관이 올해 말 최신 기술로 원자력 에너지 사용을 재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입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대표적인 1세대 탈원전 국가이다. 1987년과 2011년 국민 투표 이후 원자력 에너지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했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원전 4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다음 해인 1987년 국민투표로 탈원전이 결정됐고 1990년 마지막 원자로를 폐쇄했다. 2010년대 ‘부패 총리’로 유명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시절 다시 추진됐다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참사 여파로 국민투표에서 반대의견이 90%를 넘어 무산됐다. 2017년 한국과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의 탈원전 선언이 이어지자 1982년 폐쇄된 이탈리아 가릴리아노 원전 내부에서 방사성물질 제거를 포함한 해체 작업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는 등 에너지난이 심화되고,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현 우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전 재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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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7월 펴낸 ‘전력 연중 업데이트 2024’(Electricity mid-year update)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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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국가들의 원전 ‘총량’은 늘어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7월 펴낸 ‘전력 연중 업데이트 2024’(Electricity mid-year update)를 보면, 2025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1.6%, 2025년에는 3.5% 더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유지보수 작업에 나선 프랑스 원전의 생산량 증가와 일본의 원자로 재가동, 향후 중국, 인도, 한국, 유럽 등에서 가동될 새로운 원자로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원자력협회는 2024~2026년 세계적으로 29기가와트(GW) 이상의 신규 원자력 용량이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며, 이 중 50% 이상은 중국과 인도에 위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2025년까지 원자력 용량 70기가와트 구축이 목표이며, 인도는 2032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3배 늘린다고 2022년 발표했다. 기존 원전 최대 발전 지역이 북미였다면 아시아가 전체 30%를 차지해 1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나라가 모두 한 방향의 정책만을 펴고 있지는 않다. 독일과 스페인은 원전을 폐쇄하거나 축소하고, 캐나다와 남미 국가들은 원전 확장 또는 건설 정책을 진행 중이다. 1980년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스웨덴은 2022년 2045년 넷제로(탄소순배출량 0)를 목표로 하면서도 원전 추진 전략을 채택하며 돌아서 자국 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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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중국 북서부 닝샤 후이족 자치구 우중의 타이양산 타운십에 있는 태양광 발전소에서 작업자들이 태양광 패널을 점검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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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원전 르네상스라고 부르기에는 전체 에너지 발전량 중 원전 부문의 성장률이 특별히 높지는 않았다. 석탄과 가스 발전량이 감소하거나 증가량이 줄고, 재생에너지 발전은 늘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전력 연중 업데이트 2024’를 보면, 석탄 발전량은 2023년이 전년과 비교해 1.9% 증가하고 올해는 1% 미만만 증가하고 2025년에는 역성장에 들어간다. 유럽 지역에서 석탄 발전량이 줄었으나,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 수요가 늘어 전체 비중은 36%에서 33%로 하락했다. 가스 발전량은 유럽 지역은 감소하고 중동과 아시아 국가에서 증가해 2024년과 내년 약 1%씩 증가하는 데 그친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전년과 비교해 지난해는 5%, 올해는 11.8%, 2025년은 1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세계 평균 약 18%에 이른다.



일례로 원전 재도입을 주장하는 이탈리아 정부도, 재생에너지 관련 규제를 간소화하는 법안을 지난 7일 통과시켰다. 프라틴 환경·에너지부 장관은 신규 발전소 승인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기존 5단계에서 3단계로 단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이탈리아 내 영농형(agrovoltaic) 태양광 패널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국가 지원금 증가 계획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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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7월 펴낸 ‘전력 중간 업데이트 2024’(Electricity mid-year update)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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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생산을 늘려야 하고, 탈탄소도 지켜야 하는 두 목표를 모두 놓을 수 없는 세계 각국의 전략 찾기는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24~2025년 지역별 에너지 수요를 분석한 결과 중국 6%, 아프리카 4% 성장률로 높은 전력 수요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수요 성장률은 전체 평균 5.4%, 중동 3.3%, 아메리카 2.2%와 유럽 2.6% 순서였다. 세계 평균은 4.1%였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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