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5일 백남기 농민 9주기를 앞두고 오는 21일 오전 10시30분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추모제가 열린다. 사진은 2016년 11월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장례 미사를 마치고 노제가 열리는 서린사거리를 향해 행진하는 운구행렬이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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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만철 | 전남 보성군 농민
우리는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우리는 무엇을 하란 말입니까
우리는 수십 년 수천 년 논밭 일궈 살았을 뿐입니다
우리는 계절의 시와 때를 알고 살아왔을 뿐입니다
그래서 사람 먹을거리를 두루두루 살려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살아갈 길이 더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살아낼 일이 캄캄절벽일 뿐입니다
한가위는 닥쳐왔지만
나락들 영글어가는 들판에 깊은 시름과 절망뿐입니다
쌀값을 보십시오
수십 년 전보다 떨어진 생명값을 보십시오
낙동강 오리알 신세인 농업 농촌 농민을 보십시오
근대화 글로벌화 스마트팜화로 끌고 가는 국가 농정책들
뭇 생명들을 죽임의 땅으로만 내모는 처참을 보십시오
물가 잡는다고 수년째 묶어놓은 쌀값 좀 올려달라고
민중대회에 갔다 물대포에 맞아 죽은 백남기 농민처럼
모든 농민들을 논과 밭에 철벽을 치고 죽이려는 것입니까
산 강 골목 닭 샘 둠벙 마을들 사라지라는 것입니까
쌀값은 떨어지고
식량 자급률도 뚝뚝 떨어지고
기후 재앙은 일상처럼 닥쳤는데
갈아엎자 볏논을 국가를 갈아엎자
화통 울화통을 갈아엎고 나를 갈아엎자
농農에서 생명평화를 일구고자 했던 백남기님이여
무슨 씨를 뿌려 논밭이 살아 천지만물이 굽이칠까요
이제 기후재앙까지 닥쳐 엎친 데 덮친 격이지만
아무튼 이 땅 논밭부터 살려놓아야 하지 않겠어요
새벽 들판에 다시 삽자루 멨습니다
이 마을 저 마을 쌀값도 살고 들판은 더더욱 푸르러지고
이 땅 논밭 뭇 생들 펄떡거려 사람도 지구도 살아나길
솟구친 울화통으로 벼논 갈아엎어도, 이대로는 다 죽는다
이 무지막지한 윤석열 정부도 갈아엎으려
이 들판에 다시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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