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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독서와 헬스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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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플래텀과 콘텐츠 제작사 셀레브(Sellev)가 창업자를 비롯한 도전자들의 분투기를 공동 제작합니다. 도전의 과정에 있는 독자분들께 영감 혹은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1. 다음카카오 입사 1년 만에 정글로 걸어나온 남자

세상에 도움이 되는 걸 팔고 싶었다

약 1년 간 다음카카오에서 스토리볼 콘텐츠 등을 기획하는 일을 했다. 회사를 나와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두가지다.

첫 번째로는, ‘팔릴수록 세상에 도움이 되는 걸 팔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오그라들 수도 있지만, 나는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는 컨텐츠와 광고주를 위해 일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 세월호와 이스라엘 가자 지구 공습 사건을 접하며 내가 세상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두 번째는 ‘먹고사니즘’ 때문이었다. 2014년에 텐센트, 버즈피드 등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는 기술 기업과 자본이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위기감이 들었다. 앞으로 50년은 넘게 경제활동 해야 하는 데 경영대를 나온 문과생인 나는 무엇을 먹고살아야 할까. 테크 회사에서 임원으로 크는 게 정답인 거 같지 않았다.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기보다는 어떤 변화가 와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정글에서의 감’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창업 아이템을 ‘독서 모임’으로 잡은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2010년 대학생일 때부터 독서 모임을 해왔다. 그러면서 내가 20대 때 했던 지적 성장의 대부분이 강의실이 아닌 독서 모임에서 이뤄졌다는 걸 깨달았다. 한국은 외로운 사회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편협함과 외로움을 극복하는 데에 있어, 독서 모임은 꽤 좋은 도구가 된다. 원론적인 문제 제기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나올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고. 그런데 한국에서 독서 모임 수명이 2년이 채 안 된다. 생각보다 운영이 힘들기도 하고, 모임의 중심이었던 한 두 명이 그만 두면 흐지부지 되기 때문이다. 독서 모임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지만, 절대 자연스러운 선의에 의해 오래 유지될 수는 없는 집단이라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는 이게 직업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한거다.

처음엔 사업이라기 보단 실험을 한다는 개념으로 시작했다. 작년 5월에 지인 10명을 모아서, 회비를 받으며 독서 모임을 주최해봤다. 대놓고 ‘여러분이 내는 건 회식 비용이 아닌 트레바리의 마진’이라고 말했는데 거부감이 없더라. 우리가 영리 목적에서 이 모임을 주관한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 첫 모임이 작동하는 걸 보고 6월에 클럽 하나를 더 만들었다. 그런 식으로 확장하며 2015년 8월에 총 4개 클럽, 80명의 회원으로 정식 서비스 개시를 했다. 그리고 이게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

#2. 독서와 헬스의 공통점

독서와 헬스는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가끔은 좀 더 쉬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트레바리가 있다.


트레바리는 크게 총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다. 일단 특별한 주제가 없는 무경계 클럽이 있다. 회원들끼리 서로 돌아가며 발제를 맡는다. 모임 파트너는 공지, 투표를 올리는 등 운영만 한다. 그리고 산업군·관심사 별 주제가 명확한 버티컬 클럽(Vertical club)은 클럽장이 있는 모임과 그렇지 않은 모임으로 나뉜다. 현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임정민 500스타트업 파트너, 신기주 에스콰이어 편집장, 김소영 당인리책발전소 대표 등이 클럽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클럽장에게는 일정한 보수가 지급된다.

2015년 4개 클럽 80명으로 첫 시즌을 시작했다. 현재 8번째 시즌 중인데, 3년 만에 150개 클럽 2,100명의 회원을 보유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광고를 통한 유입도 많다. 일단 재참여율이 60% 수준이다. 기존 회원이 보통 다음 시즌에 한 사람 정도를 데리고 온다. 현재 약 30%가 기존 회원들의 지인이다.

사람들이 트레바리를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독서는 어려운 것이고, 이를 위해 일정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독서는 헬스와 비슷하다. 굳이 헬스장에 안가고 아침에 일어나서 집에서 팔굽혀펴기하고 동네 한 바퀴 뛰는 것으로 운동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돈을 주고 멤버십에 가입하는 이유는 그래야지만 운동을 하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가끔은 좀 더 쉬워지기도 한다. 트레바리에 한 번 참여한 이들은 속는 셈 치고 돈을 내봤더니 안 읽던 책을 읽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대세에 따르지 않고 내 주관대로 살기 힘든 사회 아닌가. 현대인은 직장 생활하면서 ‘현재의 나’에 대해 친밀하게 이야기 나눌 사람을 찾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반가움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우리는 스스로를 ‘독서 모임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라고 정의하지만, 어떤 기업인지는 우리가 아니라 시장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본다. 그래서 매의 눈으로 기민하게 시장 반응을 살펴야 한다. 우리가 교육 쪽에 많은 기회가 있고 더 잘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그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갈 것이다. 반대로 커뮤니티 분야라면 그쪽으로 진출할 테고. 둘 다 잘할 수 있거나, 아니면 둘을 같이 해야만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판단을 우리가 내리기에는 아직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본다.

#3. 2018년, B2B와 컨퍼런스 사업으로 영역 확대한다

사람들을 좀 지적이게, 서로 좀 더 친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장기적 목표다

매 시즌 30%의 성장률을 지켜나가고 싶다. 퀄리티를 포기하지 않고 양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은 내게 중요한 주제다.

올해 계획은 B2B와 컨퍼런스 사업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B2B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목적의 독서모임,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지적 커뮤니티 빌딩 등이 주요 서비스 모델이다. 오는 4월 28일에는 첫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우리 시대의 읽기>라는 주제로 이혜영 아쇼카 한국 대표,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신기주 에스콰이어 편집장이 강연한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회사가 진짜로 사람들을 좀 더 친하게 그리고 지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또 그걸 만들어나가는 우리 동료들이 항상 스스로의 삶과 직업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었으면 한다. 갈 길이 멀지만 꼭 이루고 싶다.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인터뷰 전문 보러 가기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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