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이럴땐 어떻게?] 24개월 아이가 새벽까지 잠을 안 잡니다

[아이가 행복입니다]

24개월 된 아이가 밤에 도통 잠을 안 잡니다. 밤 10시부터 자장가를 불러주고 업어주고 온갖 방법을 써도 아이가 잠에 안 듭니다. 아이를 재우다 오히려 제가 먼저 잠들면 아이가 혼자 TV를 켜고 새벽 3~4시까지 깨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ㅡ서울 도곡동 은수 엄마·34세


아이가 쉽게 잠들지 않아 곤란을 겪고 계시는군요. 아이들 수면 시간은 개인차가 심합니다. 초저녁부터 눕기만 하면 자는 아이가 있는 반면 잠이라곤 잘 모르는 아이도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수면 시간이 적거나 기질이 까다로운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잠을 늦게 자거나,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부모 처지에서는 아이 건강이 염려되고, 아이를 재우는 데 에너지를 빼앗겨 아이 돌보는 일이 더 힘들게 느껴질 수 있지요. 그럴 때 좋은 방법은 '잠자기 의식'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늦게 잠드는 아이들이 매일 잠들기 전에 규칙적으로 어떤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밤 10시쯤 재우고 싶다면 한 시간 전부터 잠자기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아빠는 TV를 보고 있고,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 재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원래 잘 자는 아이는 거실에서 누군가가 TV를 봐도 잘 자겠지만, 잠들기가 까다로운 아이는 집 안 전체 분위기를 '자고 싶은' 분위기로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드릴게요. 밤 9시쯤부터는 집 안 전체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노란색 조명으로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 조성), 조용한 노래를 틀어주고, 목욕을 시킨 후 로션을 바르며 마사지해주는 게 좋습니다. 목욕과 마사지는 아이 긴장을 풀어 숙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답니다. 잠옷으로 갈아입혀 주고 조용한 놀이(그림책 읽기, 그림 그리기 등)로 잠들기 전 아이 마음이 가라앉게 해 주세요. 잘 시간이 되기 5~10분 전쯤에는 아이에게 "동화책 한 권 더 읽으면(또는 그림 한 번 더 그리면) 코 잘 거예요~" 하고 예고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행동을 조절하고 잠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다음 상황을 예고해 주는 것이지요.

이러한 의식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바꿀 있지만,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잠자기 전 매일' '자고 싶은 분위기'에서 '같은 일과를 반복해서 일관성 있게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 신체 리듬이 일정해지고, 목욕하고 잠옷을 입고 그림책을 읽은 다음 일과는 자는 일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게 됩니다.

어느 날은 시끄럽게 놀다가 갑자기 자야 하는 시간이 되지 않는지, 어느 날은 자기 직전까지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자야 할 시간이 되지 않는지 등 일과를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아이들 먹고 자는 유형이 일정해지고 수월해질 테니 은수도 조금만 더 자라면 지금보다 훨씬 잘 자는 아이가 된다는 희망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손승희 한남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