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9 (수)

[현장메모] 임금·노동생산성·최저임금…'삼각 균형점' 찾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최저임금 급등 탓 고용 축소·실질임금 감소 등 부작용 잇따라

"생산성 초과하는 임금은 곤란…3D 등 최저임금 차별화 필요"

세계파이낸스

세계파이낸스 안재성 기자.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지난해의 6470원보다 16.4% 급등하면서 연초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근거를 내세웠지만 고용주들은 “너무 부담이 크다”는 불만을 토해내는 중이다.

이미 사회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아파트 경비원, 아르바이트생, 마트 캐셔 등의 일자리가 축소됐다.

또 아파트, 마트, 백화점, 주유소 등에서는 기존 고용 인원의 휴게 시간을 늘려 임금 지출을 줄이려는 편법까지 등장했다. 때문에 해당 근로자들 사이에서 “최저임금이 올랐는데 실제로 지급받는 돈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약 3조원의 고용안정지원금을 책정해 고용 감소를 최소화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여기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편의점주는 “고용안정지원금을 받으려면 주휴수당은 물론 4대 보험까지 보장해야 한다”며 “그러느니 차라리 신청 안 하는 게 낫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실질임금 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근로자들이 4대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상향될 경우 부작용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최저임금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이라며 “이를 더 올릴 경우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캐나다은행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내년까지 3만개에서 13만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부작용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으로는 임금과 노동생산성의 상관관계가 거론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을 많이 받을수록 좋지만 이익을 내야 하는 고용주 입장에서는 무작정 많이 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이 생산성을 능가할 경우 기업은 자동화 등 고용 축소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생산성 대비 임금에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즉, 이미 노동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매우 높게 책정돼 더 이상 임금을 올릴 유인이 약한 상태다.

이에 따라 최근 지역별 및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역별로 물가가 다르고 업종별로 생산성이 차이가 나기에 최저임금도 차등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지역 및 업종에 따라 차등화된 최저임금이 적용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역 또는 업종에 따른 최저임금 종류만 240가지에 달한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는 958엔인 반면 가장 낮은 오키나와는 737엔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편의점 및 식당 아르바이트생, 마트 캐셔, 아파트 경비원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노동직은 결국 노동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조선소, 공장, 건설 등 소위 3D 업종이나 나름 기술이 필요한 직종은 생산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힘들고 어려운 3D 업종이나 기술직의 최저임금을 단순노동직의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은 분명 합리적이다. 3D 업종이나 기술직은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더 올려도 급격한 고용 축소로 연결되진 않으리란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일률적인 최저임금제보다 지역별 및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의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이쪽으로 나가도 반발은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골치 아픈 문제다. 최저임금이 낮게 책정된 분야에서는 근로자들이, 반대의 경우는 고용주들이 반발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어떤 기준이 합리적이냐를 두고 격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에서 높은 지역으로 노동인구가 대거 이동하는 부작용이 생겨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젊은 인력이 부족한 농어촌 등지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중요한 부분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소득 주도 성장론을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이다. 임금이 노동생산성을 능가할 경우 수많은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은 경제학에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대통령 공약이니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자세도 옳지 않다.

지역별 및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포함해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책의 검토가 필요한 때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