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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대장암인데 소년원서 변비약만"…시한부 선고에 가족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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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소년원 생활 중 복통·호흡곤란 시달려…체중 40㎏ 빠지기도

가족 "아들 고통 호소 외면" 주장·소년원 "긴급 상황으로 보기 어려웠다"

연합뉴스

복통
[연합뉴스 자료사진]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소년원에 들어간 10대 청소년이 소년원 측의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해 시한부 선고를 받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청소년 이모(18)군의 아버지는 지난달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아버지는 "제 아이는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춘천소년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시한부가 되어 돌아왔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아버지 이씨에 따르면 아들은 지난해 5월 금품을 갈취한 행동으로 인해 서울소년원에 들어간 뒤 직업훈련을 하기 위해 6월 춘천소년원(신촌정보통신학교)으로 이송 신청했다.

이군은 7월 초부터 복부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소년원 내 의무과에 상태를 말했으나 단순 변비라며 처방해준 약을 먹어도 통증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몸무게도 줄어들었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변을 한 달에 한두 번밖에 못 볼 정도였다.

더는 못 참겠다며 9월 초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린 이군은 9월 27일이 돼서야 춘천의 한 내과에서 혈액검사와 엑스레이(X-ray) 검사를 했으나 변비 진단을 받았다.

변비약을 꾸준히 먹었는데도 복통과 호흡곤란에 시달린 이군은 몸무게가 40㎏가량이나 줄어든 채 10월 말 소년원을 나왔다.

이후 이군은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대장암 3기 말'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가 전이된 부위가 너무 커 수술해도 1년도 살지 못하며, 수술 경과가 좋아 앞으로 항암 주사와 약물치료를 병행해도 2년 정도 더 살 수 있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아버지 이씨는 "잘못을 뉘우치고 사회에서 바르게 살고자 직업훈련을 할 수 있는 춘천소년원으로 간 것뿐이었는데 시한부가 돼서 돌아올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썼다.

이어 "암은 초기 발견이 중요하고 젊을수록 암세포가 빨리 전이될 수 있기에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아들이) 매일같이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외면한 소년원 등 관계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춘천소년원 측은 "내부 진료와 외부 진료 결과 같은 소견을 받았기 때문에 달리 조치할 게 없었다"며 "분기마다 건강검진을 하는데 체중이 18.5㎏ 줄어든 사실은 있지만 원래 체중이 100㎏가량이었던 탓에 급격히 줄었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 "긴급 상황이었다면 큰 병원으로 데리고 나갔을 것"이라며 "외부 진료 이후 이 부분에 대한 이의제기나 항의할 시간이 있었으나 꾸준히 요청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군의 아버지가 올린 글이 빠르게 확산하며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뒤늦게 춘천소년원을 상대로 감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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