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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유리천장 깬다" 유통가에 부는 거센 女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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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이어 롯데쇼핑 롭스에서도 여성 CEO 선임

"동등한 승진 기회·경력 단절 막는 제도 마련돼야"

세계파이낸스

(왼쪽부터) 홈플러스 임일순 사장, 선우영 롭스 대표, 롯데 김현옥 전무.


유통가에 부는 '우먼파워'가 거세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한 데 이어 보수적 색채가 짙은 롯데그룹에서도 첫 여성 CEO가 탄생했다. 업계 전반적으로도 여성 임원의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무엇보다도 최근 롯데그룹이 단행한 정기임원인사가 이목을 끈다. 롯데는 지난 10일 인사에서 선우영 롯데하이마트 온라인부문장을 롭스(LOBs) 대표에 내정했다. 권위적 의사결정 구조와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강한 롯데에서 탄생한 첫 여성 CEO다. 롯데 측은 "선 대표가 향후 여성 CEO로서의 섬세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롭스의 상품 소싱과 온라인 사업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선 신임 대표는 지난 1989년 대우전자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98년부터 하이마트에서 생활가전 상품관리 및 온라인부문업무 등을 수행했다. 특히 롯데가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진행 중인 '옴니채널' 전략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는 평이다.

선 대표는 롭스의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지난 2013년 첫 매장을 연 롭스는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헬스 앤 뷰티 전문점(드럭스토어)이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국내 91개점의 매장을 보유히고 있고 시장점유율은 8.6% 정도다.

선 대표는 15일 열린 취임식에서 "롭스를 대한민국 최고의 헬스&뷰티 전문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모바일 시장을 두고선 "전체 매출의 20%까지 모바일 관련 매출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여성임원의 수도 대폭 늘렸다. 지난 2012년 3명에 불과했던 그룹 내 여성임원의 수는 29명까지 증가했다. 먼저 김현옥 롯데지주 준법경영팀장이 전무로 승진했다. 인터넷면세점 사업을 담당하는 전혜진 상무보, 그룹의 AI사업 추진을 맡고 있는 김혜영 상무보도 한단계 승진했다. 이와 함께 △김민아 롯데지주 재무3팀장 △여명랑 롯데칠성음료 브랜드 팀장 △이정혜 롯데백화점 디자인관리총괄 △신영주 롯데슈퍼 전략상품부문장 △황윤희 롯데멤버스 빅데이터부문장 △김지나 롯데카드 브랜드전략팀장이 신임 임원으로 발탁됐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해 10월 임일순 사장을 내정했다. 임 사장은 국내 대형마트 업계 내 '여성 CEO 1호'다. 임 사장은 2015년 홈플러스에 몸 담은 후 재무부문장(CFO), 경영지원부문장(COO·부사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 1986년 모토로라와 컴팩코리아 등 IT업계를 거쳐 1998년부터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호주의 엑스고 그룹 등에서 CFO를 맡는 등 유통업계 경력만 20년이다. 홈플러스에선 엄승희 부사장, 최영미 전무 등 부문장급 임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30%를 넘는다. 앞서 CJ그룹은 지난해 11월 정기인사에서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최자은 냉동마케팅담당과 CJ E&M 안젤라킬로렌 국사업운영담당 등 2명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했다.

전문가들은 남녀 관계없이 능력과 전문성에 따라 동등한 승진 기회를 부여해야 여성 인재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 자동육아휴직제도나 육아휴직기간 연장 등 여성인재의 경력 단절을 막는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단체의 한 관계자는 "트렌드 변화에 빠르고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가진 여성 인재가 유통업체를 이끄는 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여성 CEO 및 임원 선임이 단지 '보여주기식' 인사에 그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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