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9 (수)

남미 순방 교황, 5년이나 고국 금의환향 안 하는 이유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부임 뒤 한 번도 방문 안 해…아르헨 신도들 ‘칠레 순례’

아르헨 추기경 시절 동성혼 등 입장차 정치인들과 갈등

현 대통령 대면 때도 굳은 얼굴…불편한 관계 추측

아르헨인 65%가 신자…“정치 휘말리기 꺼려 안 갈 수도”



이번주 프란치스코 교황의 6일간의 남미 순방이 시작됐지만 교황의 고향 아르헨티나 신도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이번 순방에서도 아르헨티나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2013년 부임한 뒤 교황은 한 번도 아르헨티나를 찾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는 15일부터 칠레와 페루 순방에 나선 교황을 보기 위해 수만명의 아르헨티나 신자들이 이웃 나라 칠레로 ‘순례’를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첫 국외 순방 때 고향 독일을 방문했고, 요한 바오로 2세도 교황이 된 뒤 1년도 안 돼 출신국 폴란드를 방문한 데 비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임 뒤 여러 번의 남미 순방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아르헨티나를 찾지 않았다. 교황은 2013년 브라질을 찾았고, 2015년에는 볼리비아·파라과이·에콰도르, 지난해에는 콜롬비아를 방문했다. 이번 순방이 끝나면 우르과이를 제외하고 아르헨티나와 국경을 맞댄 모든 나라를 순방하게 된다. 프란치스코는 남미 대륙에서 처음으로 배출된 교황이다.

이 매체는 아르헨티나에선 교황이 정치인들과의 불편한 관계 탓에 고향을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추기경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전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프란치스코는 2010년 동성혼과 낙태 시술 허용을 추진하는 정부가 “신에 대한 전쟁”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당시 대통령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는 이런 비판이 “중세적”이라고 맞받았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과도 살가운 관계는 아니라는 추측이 나온다. <엘 파이스>는 2016년 2월 마크리 대통령과 교황의 바티칸에서의 첫 만남이 22분에 불과했고 당시 교황의 표정이 매우 심각하고 차가웠다고 했다. 이 회동 뒤 마크리 대통령은 교황이 그해에 아르헨티나를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에도 교황의 아르헨티나 방문 일정은 잡힌 게 없다.

인구의 65%가 가톨릭 신자인 아르헨티나에서 교황의 정치적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뉴욕 타임스>는 “교황이 아르헨티나에 방문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밝힌 적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교황이 정치에 휘말리기를 꺼리기 때문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를 제외하더라도 교황의 이번 남미 순방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시엔엔>(CNN) 방송은 칠레에서는 교황이 아동 성추행 은폐 혐의를 받는 후안 바로스 주교를 2015년 오소르노 교구장에 임명한 것에 대한 반감이 여전해, 이번에도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바로스는 혐의를 부인하는 상태다. 이 매체는 지난해 표면화된 페루의 가톨릭 신도 단체 회원들의 아동 성추행과 관련해 페루에서도 항의 시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