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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비트코인 채굴에 딱"…열기 넘치는 시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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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비트코인 채굴 열기를 이용해 난방하는 집. 암호화폐(Cryptocurrency)의 이름을 따 크립토하우스(Cryptohouse)로 불린다. [사진 제공 = 러시아투데이]


러시아 시베리아가 저렴한 전기요금을 앞세워 비트코인 채굴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디지털 골드 러시(digital gold rush)'라고 평가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비트코인 채굴을 본업으로 삼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러시아 정치권에서는 시베리아에 '비트코인 광산'을 건설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수백 대의 고성능 컴퓨터를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전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시베리아는 전기료가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관영 러시아투데이(RT)에 따르면 발전소가 모여 있는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주의 전기요금은 kwh당 평균 1루블(약 18원)이다. 모스크바 전기료(kwh당 5루블)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르쿠츠크에 디지털 골드 러시가 불고 있다"며 "저렴한 전기요금이 시베리아 비트코인 광산의 채산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르쿠츠크에 거주하는 유리 드로마시코는 이코노미스트에 "운영하던 음식점이 망해 절망한 순간에 비트코인을 발견했다"며 "러시아에서 마약을 팔거나 총기를 팔아도 이 정도의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채굴장 운영에 매달 400만루블(약 7500만원)의 전기료가 들어가지만 매출은 그보다 훨씬 높다"며 "돈을 프린터로 찍어내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17배 넘게 폭등해 현재 1만7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RT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집을 팔고 이르쿠츠크로 '귀농'하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 2014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서방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 국민들의 삶이 팍팍한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유망한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에 있던 아파트를 팔고 이르쿠츠크로 이주했다는 블라디미르 세르게예비치는 RT에 "비트코인 채굴은 러시아인들이 현금을 획득할 수 있는 아주 유망한 산업"이라고 밝혔다. 이르쿠츠크 현지 언론도 "가상화폐 열기가 이르쿠츠크를 휩쓸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러시아에서는 시베리아에 비트코인 광산을 건설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에게 새로운 수익원을 제공하고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대적할 만한 정보기술(IT) 특구를 육성하자는 것이다.

러시아 하원 두마의 보리스 체르니쇼프 의원은 최근 이르쿠츠크나 극동지역에 비트코인시티를 건설하자는 방안을 공론화했다. 체르니쇼프 의원은 RT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광산은 '경제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며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을 넘어 러시아의 비즈니스 허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으로 기업가정신이 발현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 11월 이르쿠츠크 일리야 프롤로프와 드미트리 톨마체프는 비트코인 채굴장의 열기로 난방하는 집을 선보였다. 비트코인 채굴장의 열기는 자칫 잘못하면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이 같은 단점을 혁신상품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른바 '크립토하우스(Cryptohouse)'로 불리는 이 집은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한 채당 가격이 8500달러(약 925만원)지만 매달 850달러어치(현 시세 기준)의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주택에 창고 형식으로 붙이는 구조로 개발됐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개발자 톨마체프는 이코노미스트에 "이 집은 시베리아 추위로부터 보호도 해주고, 돈도 벌어준다"고 소개했다. 이 집은 상품 테스트를 거쳐 2020년까지 2000채가 공급될 예정이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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