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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Biz +] 모바일·가전 컨버전스로 4차 산업혁명 `초일류` 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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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스마트홈 스타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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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서울. 당시 45세였던 이건희 삼성 회장은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인화와 단결로 1990년대까지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위기의식을 내비치며 변화를 강조했던 '신경영 선언'부터 '불량은 암이다'라는 구호와 함께 구미 공장에서 무선 전화 수만 대를 불태운 '불량제품 화형식' 등 일화를 남겼던 이 회장의 약속대로 삼성은 애플, 인텔 등 글로벌 기업과 맞서는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계속해서 혁신과 위기의식을 강조했던 이 회장의 당부대로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세계 전자·정보기술(IT)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반도체(DS), 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등 핵심 사업 부문별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매년 두 차례, 6월과 12월에 열리는 이 회의는 각 사업본부 핵심 임원을 비롯해 해외 법인장 등 400~500여 명을 소집해 성과를 점검하고 미래 전략을 고민하는 자리다.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실현하고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한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 불확실성 심화, 보호무역주의 대두 등으로 기업들이 더욱 다양한 외적 위험에 노출되는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이 발현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으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차량용 전장사업 부상 등 IT업계의 패러다임 변화가 본격화하면서 핵심 사업 부문별로 치밀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운 중·장기 전략의 큰 틀은 △혁신적 솔루션 개발 △높은 잠재력을 지난 사업에 대한 적시 투자 △핵심 경쟁력 강화에 역량 집중 △자산 활용 및 주주가치 제고 등 네 가지 목표를 기반으로 짜인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부품 사업은 신규 수요가 확대되고, 세트 사업은 새로운 디자인과 제품군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는 빅데이터 처리를 위한 서버용 고용량·고성능 메모리와 자동차 전장·AI용 칩셋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스마트폰 폼 팩터 혁신에 따른 고부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트 사업에서는 클라우드, AI 등 단말 솔루션의 중요도가 늘어나고 스마트홈 등 IoT 기반 연결성(connectivity)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플렉시블 OLED 등 부품사업에서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품질의 모바일 기기, TV, 가전기기와 함께 이들을 서로 연결하는 컨버전스 기술을 제공하려고 한다. 전략적 투자와 신기술 개발을 통해 IoT, 클라우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AI, 차량 전장 등 차세대 분야에서도 리더십을 확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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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비 보이스`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AI로 더 인간적인 인터페이스

기존의 각종 기기는 제공된 메뉴나 기능에 사용자가 적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AI가 본격 활용되면서 여러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접목해 인간이 생각하고 소통하는 방식과 좀 더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제 사람들이 쉽고 자연스럽게 쓰는 대로 디바이스를 맞출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처럼 AI를 활용하는 경우 스마트폰을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음성과 대화를 활용할 수 있고, TV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인간적인 인터페이스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모든 서비스를 통합하는 대신 자발적인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오픈 이노베이션과 생태계를 최대한 이용하는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내부 기술 개발과 동시에 차별된 기술을 가진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협력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AI 플랫폼 개발 업체 '비브랩스'를 인수했다. 비브랩스의 AI 플랫폼은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유롭게 참가해 자신들의 서비스를 자연어 기반 AI 인터페이스에 연결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3~4년간 AI 기술에 많이 투자해온 삼성전자는 특히 음성 인식 분야 기술을 심화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이미 확보한 음성 인식 기술과 비브랩스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기술을 접목해 강력한 AI 비서 서비스를 완성하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음성 비서 서비스가 삼성전자의 여러 제품에 적용되고, IoT 디바이스와 접목해 크고 통합된 단일 AI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완성도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올해 9월에는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삼성 글로벌 AI' 포럼을 통해 AI 미래 비전을 세계적인 석학들에게 소개하고 포럼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AI 발전 방향을 모색하며 석학들과 협력 네트워크도 강화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S8, 갤럭시노트8에 지능형 인터페이스 '빅스비'를 탑재했고 TV,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에도 음성 인식 기능을 채택했다. 2017년형 삼성 스마트TV는 음성 명령 한 번이면 TV 주변 기기를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지능형 음성 인식' 기능을 갖췄고 삼성 '플렉스워시' 세탁기는 세탁 과정 일체를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존 '스마트 컨트롤' 기능에 AI 기반 '지능형 원격 서비스'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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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 IFA 2017 삼성전자 전시장 내에 마련된 `VR 4D 체험존`에서 가상현실을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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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기술 확보 위해 글로벌 협력

IoT를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은 2014년 7월 구성된 오픈 커넥티비티 파운데이션(Open Connectivity Foundation·OCF)을 통해 IoT 기기의 연결성을 확보하려는 다른 전 세계 주요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현재 약 390개의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는 OCF는 제조사와 상관없이 스마트폰, PC, 웨어러블 기기 등 수십억 대의 IoT 기기를 서로 연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삼성전자는 OCF 주축 멤버로서 스마트홈과 IoT 플랫폼을 표준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IoT는 △인간 중심 △개방 △협력을 중심으로 발전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핵심 부품과 기기들을 확대하고 업계 내 협업을 강화해 시장을 선도할 방침이다. 지난 6월 말 OCF는 사물 간 연동이 가능하도록 각 기업의 기술 규격을 통일한 OCF 1.0 규격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스마트TV, 패밀리허브 냉장고, 에어컨에 대한 OCF 인증을 획득했다. 올해 안에 세탁기, 오븐,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으로 인증 확대를 추진하고 OCF 회원사 간 다양한 기기와의 연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출시되는 삼성전자 스마트가전 모든 제품에는 OFC 규격이 탑재될 예정이다. 아울러 칩셋 차원의 IoT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는 인텔과 공동으로 '국가 IoT 전략 협의체(National IoT Strategy Dialogue)'를 설립했다. 협의체는 업계와 학계 등 관련 단체들이 참여해 IoT 정책을 논의하고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조언할 수 있는 단체다. 관련 업계가 함께 IoT 발전을 위해 논의하고 정책 입안자들이 IoT의 경제적·사회적 파급 효과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협의체는 사회 인프라 투자, 프라이버시 보호 방안 등을 협의해 IoT 발전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자동차 전장사업 준비도 착착

그간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자동차전장 사업을 준비해 왔다. 이를 위해 2015년 12월 삼성전자는 전사 조직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며 전장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힘썼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미국의 전장 전문 기업 하만을 전격 인수하기로 하면서 전장 사업과 오디오 사업을 본격 강화했다. 올해 3월 하만 인수 절차를 끝낸 삼성전자는 연평균 9%대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커넥티드카 전장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을 향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향후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등을 선도하는 하만 인수를 계기로 전장 사업 분야에서 토털 솔루션 기업이 될 전망이다.

올해 5월 홍콩에서 열린 '삼성 인베스터즈 포럼'에서 하만과 삼성은 2025년까지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업계 리더가 되겠다는 '커넥티트카 2025 비전'을 밝혔다. 비전 실천의 일환으로 지난 9월에는 삼성전자가 3억달러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Samsung Automotive Innovation Fund)'를 조성했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분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운영될 예정인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를 통해 삼성전자는 최초 전략적 투자를 자율주행 플랫폼과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의 글로벌 리더인 TTTech에 7500만유로 규모로 집행했다.

한편 하만은 커넥티드카 부문에 자율주행과 ADAS를 전담할 SBU(Strategic Business Unit) 조직을 신설했다. SBU는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와 협력해 보다 안전하고 스마트한 커넥티드카를 위한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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