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연기 파장]
2007년 시험장 학교부터 퍼져… 학생들의 '출정 행사' 성격도
수험생들이 수능 전날 책을 버리는 '의식(儀式)'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건 2007년 무렵이라고 한다. 수능은 보통 수험생이 다니지 않는 다른 중·고등학교에서 본다. 2007년 한 학교에서 수능 영어듣기 때 교실 사물함에 있던 알람시계가 울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다른 수험생의 시험을 고의로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후 교육부는 수능 당일 시험을 치는 교실의 개인 물품함을 모두 비우도록 하는 '부정행위 예방 대책'을 만들었다. 이후 고3 학생들이 사물함에 쌓아 두었던 각종 문제집·참고서를 수능 전날 버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규정은 수능 고사장으로 쓰이는 학교만 따르면 되지만, 다른 학교에서도 사물함을 비우도록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시험에 결코 떨어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려는 뜻에서 책을 버리는 이도 많다. 경기 남양주 도농고 성주희(59) 교사는 "학생들이 수능 전날 책을 버리는 것을 전쟁터에 나가는 '출정(出征) 행사'처럼 생각한다"고 했다. 또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 책을 버리는 학생들도 있다.
학원가에서는 논술 수업 수강생을 받기 위해 교실을 청소하며 책을 버리곤 한다. 강남대성학원 관계자는 "수능이 끝난 후 바로 논술 수업을 해야 하다 보니 학생들이 책을 많이 버렸다"고 했다. 다른 교사는 "예전엔 책을 후배에게 물려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전통이 사라졌다"고 했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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