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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센 '사망률 50%' 전염병 온다"…한국형 백신 대규모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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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팬데믹(대유행) 가능성이 가장 큰 유력 후보로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가 꼽힌다. 이 바이러스는 매년 유전자 일부가 변형돼 계절 독감을 일으킨다. 서로 다른 바이러스 유전자가 재조합하면서 새 바이러스로 대변이한 경우 스페인독감(1918년), 아시아독감(1957년), 홍콩독감(1968년), 신종플루(2009년)처럼 적게는 수백만명에서 최대 억명대까지 희생자를 냈다.

특히 A형 인플루엔자의 하위종인 고병원성 H5N1이 최근 변이를 여러 갈래로 빠르게 일으키고 있어 신종 감염병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러버트 레드필드 전 국장이 "이 바이러스의 대유행은 시간문제"라고 하면서 코로나19와 비교하기 위해 내놓은 사망률로 최소 25%에서 최대 50%를 언급해 우려를 키웠다. 코로나19 치명률은 사태 초기 1%를 넘었지만 최근에는 0.03% 정도로 계절 독감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원래 이 바이러스는 닭과 오리 등에 주로 전파되었는데 최근 고양이·소·돼지 등 포유류까지 감염시키며 점점 사람 간 감염 위험을 높이고 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12개주 90개 이상 농장의 소들에서 H5N1 감염이 일어난 데 이어 소에서 사람으로 바이러스가 처음 전파된 사례도 3건 나왔다. 더 많은 포유류 종을 감염시킬수록 인간에게도 위험한 병원체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이 바이러스가 대유행을 일으킬 경우 최악 상황에서 10개월(300일) 만에 최대 인구의 41.8%를 감염(최소 16.5%)시킬 수 있단 시나리오를 내놨다. 전파율을 R0(감염자 한 명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평균 숫자)1.5으로, 바이러스의 중증도를 2%로 가정한 수치다. 유행 정점까지는 약 4개월(111일) 걸리고 중증 환자는 28만8000명 발생할 거로 봤다.

이 같은 예측을 토대로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계획 개정안을 공개했다. 이 계획은 2006년 만들어진 뒤 2011년과 2018년 두 차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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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20일 인플루엔자 대응·대비 계획 관련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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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은 코로나19 때처럼 유행 규모와 위중증·사망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로 대비 차원에서는 4대 분야(감시·자원·백신·원헬스) 14대 과제를 마련했다. 원헬스는 사람·동물·환경의 건강을 하나로 보고 대응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3T(테스트·추척·치료)를 기반으로 전파를 최소화하고, 확산 시 백신과 치료 등으로 중증과 사망 예방에 집중하며, 마지막에는 피해 규모에 따른 복구 계획을 세우는 3단계 대응을 세웠다.

핵심은 1조원 가까운 투자로 한국형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2028년까지 확보하는 것이다. 코로나19와 달리 인플루엔자는 항바이러스제도, 백신도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지만 기존 유정란 배양과 세포 배양의 백신 생산 방식으로는 최소 3,4개월이 걸려 신속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mRNA 백신은 제조기간이 짧아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만 알면 빠르게 항원을 바꿔 설계해 생산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19 때도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가 사태 10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내면서 코로나19 대응에 큰 반전을 마련했다. 당시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자체적 생산이 어려워 해외 제약사에 거액의 돈을 주고도 수급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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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으로 본 A형 인플루엔자의 하위종인 H5N1 바이러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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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래 질병관리청 감염병위기관리국장은 “인플루엔자가 번졌을 때 피해 정도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유행 발생 시 기 백신의 균주를 변경하거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활용해 100일 이내로 개발하고, 이미 개발된 아형과 전혀 다른 유형이라고 해도 200일 안에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질병관리청 백신개발팀장은 “일본에서 3개 제약사에 9300억원 규모로 투자를 해 임상 3상까지 지원했고 이중 6500억원을 투자한 제약회사 다이이치산쿄가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라며 “정확한 규모는 아직이지만, 우리도 최소한 이정도로는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상까지 마칠 예산을 확보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후발주자라도 우리가 제조에 강점이 있는 만큼 또 다시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기 위한 개발에 나서는 것”이라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처럼, mRNA 관련 자급화 중인 핵심기술들을 이젠 엮어서 임상을 거치고 품목 허가까지 받을 수 있도록 대규모 지원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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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이와 별도로 팬데믹 초기 초동 대응을 위한 분량으로 7만5000명분의 기 개발된 백신도 비축한다. 빠르게 확인하는 검사법을 개발하고 호흡기감염병 표본감시기관을 현재 300곳서 2027년 1000여개소까지 늘린다. 전국민 대비 25% 수준의 항바이러스제, 6개월 정도는 대응 가능한 보호복과 마스크 등 방역물자 등을 갖춘다. 감염병전문병원(871병상)과 전문병원 소아전문의(소아과 24명, 소아감염 9명) 을 확충한다.

지난 20일 열린 관련 심포지엄에서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전략에 따라 사망자를 줄이려면 고령층과 등 고위험군을, 유행 규모를 줄이기 위해선 젊은 성인과 의료진을 우선 접종해야 한다”라며 “코로나19 때 하루 최대 100만명까지 접종한 데 준해서 백신접종센터와 국가예방접종 의료기관을 적극 활용하고 의료진 교육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2세 미만 아이들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단 게 코로나19와 다른 점”이라며 “코로나19 때 많이 신경쓰지 않았던 소아에 대한 대비를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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