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3 (목)

4번의 ‘콜’과 1만8000원의 수입…우버가 가져간 것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한겨레

우버이츠 파트너 첫날이던 지난 8월22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을 열심히 오갔다. 7시간43분을 기다렸지만 끝내 ‘콜’은 울리지 않았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토요판] 르포

우버이츠 ‘파트너’가 되다

오프라인 교육 뒤 ‘파트너’ 인증

7시간 넘는 ‘허탕’에도 6만원

출시 초기 ‘최저수익 보장’ 덕분

첫 ‘콜’에 흥분해 2㎞ 달리고 녹초

3시간 같던 30분…스쿠터 부러워

9시간 일하고 1만8840원 벌어

‘배달원 없는 세상’ 꿈꾸는

빅데이터 기업의 진짜 목표는

수수료 아닌 고객 정보일 수도



한겨레

우버이츠 파트너 첫날이던 지난 8월22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을 열심히 오갔다. 7시간43분을 기다렸지만 끝내 ‘콜’은 울리지 않았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켠다. ‘콜’이 들어오면 레스토랑으로 가 음식을 배달하고 배달료를 번다. 도보도 좋고 자전거나 스쿠터를 타도 된다. 콜이 없어 대기만 해도 최저 수익이 보장된다. 이런 ‘꿀알바’라니 하는 생각에 직접 우버이츠 파트너가 돼 보기로 했다. 결과는?


‘오늘이라고 별다를라고….’

한번 친 허탕, 또 치면 어떠냐고 생각했다. 돈 버는 일치고 쉬운 일이 어디 있냐는 깨달음만 얻어가도 되겠다 싶었으니까. 오후부터 내린다던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를 따라 어슬렁거리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으로 방향을 틀고, 다시 가로수길 쪽으로 방향을 틀 때였다. 스마트폰이 울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배달 ‘콜’이 들어왔다. 첫 콜의 설렘이란, 마치 소개팅 앱의 맘에 드는 상대방으로부터 ‘오케이’(OK) 제안을 받는 경험에 견줄 만했다. 콜엔 ‘내가 현재 있는 곳과 배달 주문을 받은 레스토랑의 위치, 이동 거리가 뜬다’고, 사전 시뮬레이션 영상에서 봤지만, 화면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15초 안에 콜을 받지 않으면 다른 배달원에게 콜이 넘어간다고 했다. 얼른 수락 버튼을 누르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곳으로 내달렸다. 9월5일 오전 11시30분. 우버이츠 ‘파트너’의 첫 배달은 그렇게 시작됐다.

한겨레

우버이츠 파트너의 길은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8월22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끊임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박종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달원을 공유하는 방식

택시 공유 서비스를 도입했다 업계 반발과 현행법 장벽에 가로막혀 철수했던 우버가 지난 8월11일 음식배달 앱 ‘우버이츠’(UBEREATS)를 서울에서 출시했다. 우버이츠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파트너’인 배달원이 음식을 받아 고객에게 전해주는 서비스다. 서울은 우버이츠가 진출한 112번째 도시다. 강남구와 이태원에서 시작된 서비스는 현재 중구 장충동, 서초구 반포동과 양재동 등으로 확장됐다.

우버이츠의 특징은 전문 배달원이 아닌 일반인이 배달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업체들의 서비스는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거나 ‘지입기사’와 계약을 맺는 방식이었다. 이와 달리 우버이츠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혹은 오토바이를 몰 수 있는 누구나 배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배달원을 공유하는 셈이다. 일단 파트너로 등록되면 언제, 얼마나 오래 배달을 할지 파트너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프리랜서나 구직자들이 시간 날 때 틈틈이 ‘알바’를 뛰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퇴근 뒤 짬을 내 용돈벌이도 할 수 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지난달 18일 서울 역삼동 우버그린라이트센터에서 파트너 교육을 받았다. ‘우버드라이버’ 앱을 내려받고 신분증이나 면허증(오토바이의 경우)을 등록한 뒤, 그린라이트센터를 방문해 한 시간 남짓 교육을 받으면 파트너 인증이 완료된다. 최근엔 파트너 신청자가 늘어나 교육 뒤 파트너 인증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한다.

4일 뒤인 22일, 드라이버 앱을 ‘온라인’ 상태로 돌려놓으며 배달에 도전했다. 결과는 허탕. 가로수길 부근에서 7시간43분을 대기했지만 콜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회사 그만두고 우버 파트너로 전업해야겠다”고 팀 동료에게 했던 허튼소리는 정말 헛소리가 됐다. “아직 앱 사용자나 제휴한 레스토랑이 많지 않기도 하고, 오토바이에 비해 자전거는 이동 거리가 짧아서 콜이 적을 수 있다”는 게 우버코리아 쪽 설명이었다. ‘도보는 1㎞ 이내, 자전거는 2㎞ 이내일 때 콜이 간다’는 교육 내용이 생각났다. 배달 거리가 2㎞가 넘으면 오토바이 파트너에게 기회가 간다는 얘기다. 배달은 시간 싸움이니까 그럴 만했다.

배달을 한 건도 못 했는데, 다음주 수요일 통장엔 6만원이 떡하니 입금됐다. 서비스 출시 초기 배달 주문이 충분하지 않아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파트너들을 위해 회사가 ‘최저수익 보장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8월22일의 경우 드라이버 앱에서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기만 해도 시간당 6500원에서 1만원까지 최저수익을 받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대기했다면 콜이 없더라도 1만원을 받을 수 있고, 배달을 한 건만 해서 5000원의 수익을 올렸더라도 마찬가지로 1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시간당 최저수익 금액은 점심과 저녁 시간대에 많았고 오후 3~5시에 가장 적었다.

최저수익 보장 인센티브는 점점 금액이 줄어들더니 지금은 ‘파트너 등급제’로 대체됐다. 배달 횟수나 대기 시간, 주문자와 레스토랑의 평가 등을 기준으로 플래티넘, 골드, 실버 등급으로 나눠 대기 시간 내내 최저수익을 보장해주거나(플래티넘), ‘피크 시간’에만 보장해주거나(골드), 최저수익 대신 운행 건별로 보너스를 주는(실버) 방식이다. 우버코리아 관계자는 “배달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 있는 수준에서 파트너들에게 주는 인센티브를 계속 조절해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

8월22일 7시간43분 동안 기다리기만 하고 6만원을 벌었다. 최저수익 보장 인센티브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쿠터가 왕이구나

첫 콜을 보낸 레스토랑까지의 거리는 2㎞ 남짓, 예상 소요시간은 10분이었다. 자전거로 2㎞면 별거 아닌 거린데,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은 마음을 졸이게 했다.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른다지만, 평소라면 대략 어디쯤인지 머릿속에 그리고 출발했을 텐데, 여유가 없었다. 우버드라이버 앱에 연동된 애플맵엔 지하철역이 점으로만 작게 나올 뿐 지하철 라인이 표시되지 않아 어디가 어딘지 더 헷갈렸다. 이날따라 오르막길은 왜 이리 가파른지.

고작 2㎞를 이동하면서 녹초가 돼 버렸다. 레스토랑 앞 오르막에선 굴욕적인 ‘끌바’를 해야 했다. 가쁜 숨을 고르고 음식이 담긴 종이봉투를 배달가방에 넣었다. 목적지 주소가 ‘서초구 서초4동 13… 뭐 어딘지 모르겠고, 내비게이션만 따라가면 되겠지’. 강남대로 교보강남타워 앞에 이르자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내가 나왔는데 정작 목적지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이 넓은 대로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라고 투덜대다 드라이버 앱에 뜬 목적지를 다시 봤다. 주소 끝에 ‘교보타워 A동 3층 ○○○’이라는 문구가 친절하게 붙어 있었다.

주문자를 만나 음식을 전달하고 배달 품목에 맥주가 있어 신분증까지 확인한 뒤 시계를 봤더니 12시5분이었다. 얼추 30분 만에 레스토랑에 가 음식을 받아 배달까지 완료했는데, 그 30분이 3시간 같았다. 만약 그 와중에 “왜 빨리 배달 안 오냐”고 누군가 재촉했다면 얼마나 마음 급했을까.

숨가빴던 첫 배달이 끝난 뒤엔 다시 ‘침묵의 시간’이 찾아왔다. 다시 가로수길로 왔다가 압구정역~도산공원~학동역을 배회했지만 콜은 들어오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나니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UBER EATS’라고 적힌 큰 백팩을 메고 커피숍에 들어가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첫 콜을 보냈던 레스토랑 근처 학동역 사거리 길가에서 앉았다 섰다 하다 보니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두번째 콜은 오후 6시가 막 지날 때 들어왔다. 레스토랑까지 거리는 200m. ‘이런 횡재가’ 싶어 가보니 주문 음식은 달랑 빵 하나.(이후 알아보니 가격이 채 4000원도 되지 않았다.) 우버이츠는 다른 배달앱과 달리 ‘최소 주문 금액’이란 게 없다. 이날 받은 네번의 콜 가운데 세번은 ‘1인분’이었다. “혼밥족이 이용하기 편하고, 한번 자국어로 받은 앱으로 전세계 어디에서든 이용할 수 있어 외국인들도 편리하다”는 게 우버코리아의 설명이다.

두번째 배달이라 여유가 생겨 경로를 ‘생각’하면서 목적지까지 갔다. 자전거 배달은 편리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급할 땐 보도를 달릴 수 있고(물론 차도가 있는 경우 보도를 달리면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단 보도에 자전거 통행 표지가 된 곳은 예외다), 도로 오른쪽 가장자리를 이용하면 막힌 길도 쉽게 통과할 수 있다. 횡단보도로 건널 수도 있다.(물론 내려서 끌어야 한다.) 대신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해야 할 땐 난감하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자전거는 도로 맨 오른쪽을 이용해야 하는데, 자전거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달리 교차로에서도 맨 안쪽 좌회전 차로 진입이 제한된다. 경찰은 ㄱ자로 직진을 두번 하는 이른바 ‘훅턴’(hook turn)이 자전거가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법은 그러한데, 배달할 땐 급한 마음에 보도 주행도 하고 횡단보도에서도 타고 지나가고, 때로는 1차선에서 좌회전도 했다. 우버이츠의 파트너는 우버에 고용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산재보험 등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눈여겨보니 도로엔 ‘배달의 민족’ ‘푸드플라이’ ‘띵동’ 등 음식배달 앱 업체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배달대행업체 오토바이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중이었다. ‘자전거로 배달해서 저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보다 먼저 이면도로와 오르막길을 거침없이 내달리고 교차로에서도 1차선 좌회전이 가능한 오토바이의 기동력이 부러웠다. 세번째 레스토랑에서 우버이츠 오토바이 파트너를 만났다. 그는 “오늘 처음인데 여섯번 배달했다”고 했다. 파트너에게 가는 배달료는 거리에 비례해서 늘어난다. 당연히 자전거 파트너보다 배달료를 많이 받는다. 그래서 또 부러웠다.

한겨레

9월5일 ‘역사적인’ 첫 콜을 완성하고 4710원을 벌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버는 어떤 수익을 얻을까

8시간57분 동안 네번의 콜을 수행하고 얻은 수입은 1만8840원이었다. 배달 건당 4710원인 셈. 첫번째와 마지막 배달로 얻은 수입은 각각 정확히 4710원이었다. 내역을 보니, 원래 배달료는 3800원이었는데 그중 190원(5%)을 우버가 수수료로 떼갔다. 대신 프로모션 기간이라 보너스 1100원이 더해졌다. 우버이츠 이용자들이 내는 배달료는 주문당 3500원이다. 파트너에게 지급되는 배달료와의 차액은 음식점들이 부담한다.

그렇다고 건당 200원 안팎의 수수료 수입이 우버가 거두는 수익의 전부는 아니다. 우버는 고객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위치 정보는 물론이고, 결제 정보와 연락처 정보, 스마트폰 장치 정보와 통화 및 문자메시지 데이터 등을 수집한다. 이 정보들은 우버뿐만 아니라 우버의 자회사나 계열사, 마케팅 파트너 등한테 제공된다. 200원보다 더 큰 금액을 줘도 구하기 어려운 정보일지 모른다. 빅데이터 기업 우버가 다양한 영역에서 끊임없이 국내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이유를 ‘수수료’만으로 설명하긴 어려운 이유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9일 “우버가 (우버택시) 이용자들이 앱을 종료한 뒤에도 5분 동안 위치 정보를 수집하던 정책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우버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중이다. 우버코리아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각 나라, 각 도시 이용자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우버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우버는 구글과 함께 자율주행차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시대란 운전자가 없는 시대란 뜻. 우버이츠 파트너로 이틀 동안 강남을 누빈 16시간40분의 기록도 우버의 데이터 서버에 쌓여, 언젠가 다가올 ‘배달원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런 시대가 오면 이용자들은 정말 지금보다 편리한 삶을 누릴까.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 페이스북]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