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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이시바 신임 일본 총리에 지나친 기대 말아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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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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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구 |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지난 27일 치러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 중 후보자 간 주요 정책 이슈는 경제 및 정치환경, 저출산 등 일본 국내 문제가 주를 이뤘고 후보자들이 한일관계 등 대외문제에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국내 언론과 방송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의 과거 발언과 기독교인이라는 정보만으로 친한파로 분류하면서 한일관계의 획기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한일관계의 흐름이 큰 틀에서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시바가 자민당 내 무파벌이자 당내 지지세가 약한 상황에서, 해체된 기시다파 출신 의원들의 지지 덕분에 총재선거에서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노선을 넘어서는 과거사 사죄나 반성은 없을 것이며 자민당의 기존 정책 방향과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몇 가지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



첫째, 이시바는 그동안 자민당 내 ‘안보통'으로 불리며 일본의 군사력 강화와 안보 체제 구축에 큰 역할을 해 오면서 ‘자위대의 국군화'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주장해왔다. 방위대신 시절부터 아시아의 집단방위체제, 즉 아시아 지역에서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아시아판 나토(NATO) 창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동남아국가들이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굳이 아시아판 나토에 가입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또 하나, 이를 위해서는 방위력 정비 및 방위비 증액도 필요한데, 이는 향후 일본 정부의 재정부담 요인으로 일본 경제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고, 또 미국이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둘째, 이시바는 헌법 개정과 관련해서 전력 보유를 금지한 9조 2항을 삭제하고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물론 자위대의 헌법 명기는 이시바만의 공약은 아니지만 그는 자위대의 역할을 강화하고 해외 파병과 재무장 등 일본의 안보 강화 및 방위력 증대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왔다. 나아가 미국과의 동맹은 유지하되 일본이 독자적인 군사력을 갖추어야 한다며 헌법 개정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이는 이시바의 희망사항일 뿐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선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중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후 다시 참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내야 하고, 이후 국민투표에서 총 유권자 과반수 찬성이라는 힘든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게다가 조만간 국회해산 후 재선거를 실시해야 하는데, 이때 일본 국민 대다수가 헌법 개정에는 부정적이기 때문에 이를 주장하는 자민당 후보자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이 작다. 따라서 자민당 3분의 2 이상이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 대다수는 이시바가 기독교인이면서 과거사에 대해 일부 반성하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과한 호감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친한적 발언들은 국회의원이었을 때의 발언일 뿐 총리로서의 무게는 다르다. 물론 이시바의 역사관이 아베 신조나 스가 요시히데 등 이전 총리보다는 한국에 유화적인 것은 사실이나 독도 문제에 대해선 일본 영토라고 주장해 왔고, 또 의원내각제의 일본에서 총리 혼자만의 힘으로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일본 총리로서 일본을 대변할 것이기에 역사 문제에서 일본 정부가 한 걸음 더 진보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시바 총재가 집권 이후 한국이 원하는 수준까지 전향적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과한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향후 한일관계에 미칠 신임 총리의 정치적 메커니즘과 정치성향을 분석하여 차분히 대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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