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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최저임금 생각보다 많이 올라… 與野 협치 부족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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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 인터뷰]

'살충제 계란' 책임 회피 안할 것… 공장식 양계 해소 위한 예산 검토

탈원전, 5년내 할일 많지 않아…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정도뿐

文대통령 '레드라인' 발언은 北에 '더 나가지 말라'는 경고

사드 추가 배치 이미 결정된 일, 마냥 늦어지긴 어려울 것

청와대·국회 세종시 이전은 다수 국민이 동의 안해줄 것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잘된 일로 '국정교과서 폐지'를 꼽았고, 가장 아쉬운 일은 '바람직한 여야 관계를 정립하지 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리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간 누적돼 온 현안들을 '문재인 정부스럽게, 문재인 정부답게' 하나씩 정리하는 틀을 만들어 온 100일이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가장 잘한 일, 가장 아쉬운 일을 꼽는다면.

"맨 처음 나온 국정교과서 폐지는 짧게, 깨끗하게 됐다. 바람직한 여야 관계를 정립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앞으로 상당 기간 무거운 짐이 될 것 같다."

―여야 협치의 틀이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1노(盧) 3김(金)' 시절에도 여소야대·다당제였지만 오히려 많은 합의를 이루고 국회가 원만하게 굴러갔다. 지금의 정치 주역들이 당시에 비해 정치력이 많이 부족한가 싶다. 그 시대의 리더십이 그립다."

―전국교직원노조·전국공무원노조 합법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안이고, 법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 전교조·전공노 측에 '합법의 울타리를 넘지 말아 달라. 그걸 넘으면 문재인 정부가 운신의 제약이 생기고, 그러면 여러분의 손해다. 합법화를 원하면 원할수록 법을 존중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정부 출범 후 총파업도 있었고, 노조 측의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

"민노총 총파업 때도 '제발 법을 어기지 말아 달라. 불법 사례가 오면 우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고 호소했었다.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도 전공노를 직접 만나라고, 통일부 장관에게도 금강산 경협기업을 직접 만나서 '농성 풀고 우리를 도와 달라'고 설득하라고 했다."

조선일보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총리는 문재인 정부 100일에 대해 “변화의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국민의 기대와 문재인 정부 사람들의 의욕·문제의식에 비하면 빠르지 않다”며 “국민도 이 속도감을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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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소상공인·중소기업 부담이 커졌다.

"나를 비롯해 정부 내에서도 너무 급격하지 않으냐는 논의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첫해에 좀 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지만, 그렇다 해도 대통령 생각보다 많이 오른 것이다. 이 고비를 같이 넘기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문재인 정부의 과감한 복지 확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특유의 과소비가 아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인 48%인데,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려도 빈곤율은 45%로 2~3%포인트밖에 안 떨어진다. 가난한 노인들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증세 없이 복지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한가.

"현재 수준의 법인세·소득세 증가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부터 추진한 비과세 감면 효과, 세출 구조 조정으로 가능하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에서 SOC 부분을 가장 크게 삭감할 예정이다."

―청와대·국회를 세종시로 보내는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나.

"다수 국민이 동의를 해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헌재도 '관습헌법'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을 공약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도 방향이 정해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데.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이다. 5년 내에 할 수 있는 일은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정도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는 공론화위 결과물을 거의 전적으로 수용할 것이다."

―공론 조사는 충분히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시작된 것 아닌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도 공약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살펴보니 비용 문제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너무 많았다. 문 대통령은 '착한 사람 콤플렉스' 같은 게 있어서 약속을 못 지키는 경우 굉장히 괴로워한다. 그럼에도 자기 공약을 시민들 판단에 묻겠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라고 본다."

―8·2 부동산 대책이 의도한 대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나.

"현재까지는 정부 의도대로 가고 있다.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거나, 불가피하게 일시적 2주택자가 됐는데 과도한 세금이 부과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다."

―'살충제 계란' 사태가 어디에서 출발했다고 보나.

"밀식 축산·공장식 양계 산업의 축산업계 관행이 가져온 필연적 결과다. 살충제 사용을 방치하는 등 역대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눈 먼 행정도 있었다. 과거 일이라고 책임 회피하지 않겠다. 유럽 살충제 파동 이후 문제가 발견된 것은 국민께 송구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복지 축산'으로 가야 한다. 조류인플루엔자(AI) 상시 방역 체계를 포함해, 중장기 과제로 밀식 축산 해소를 추진하고 축산 농장에 CCTV를 설치하도록 하겠다."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레드라인' 발언은 안보 상황에 대한 한·미 간 인식이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북한 측에 '더 나아가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북핵 동결' 수준에서 만족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나마 북한이 받아들이기 쉬운 조건을 던진 것이 '동결'일 뿐이고, 목표는 역시 핵 폐기다."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는 언제 이뤄지나. 주민들이 반대하면 계속 미뤄지는 건가.

"임시 배치된 2기의 기반 공사와 추가 4기 임시 배치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다. 그것을 위한 작업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공청회가 무산된 것은 안타깝지만, 마냥 늦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안부 합의 재검토를 우선순위에 놓고 있는데, 현실적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파기·재협상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쓰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다수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역사 문제는 풀어가야 하지만 미래 발전에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





[인터뷰=권대열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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