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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인터뷰] 스타트업 축제 ‘헤이스타트업’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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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선 매년 3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이하 ‘SXSW’)라는 행사가 열린다. SXSW는 1987년 지역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 축제로 시작해 지금은 연간 30만 명이 방문하는 현재 세계 3대 음악 축제 중 하나가 되었다.

동시에 SXSW는 IT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트위터와 포스퀘어 등 여러 글로벌 스타트업이 이 곳에서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으며,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이 참석하는 무대로도 각광받고 있다. 각설하고.

지난해 6월, 한국의 ‘SXSW’를 모토로 한 ‘헤이 스타트업’ 2회 행사는 1,500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며 가능성을 입증한다. 이를 보완한 올해 6월 17~18일 이틀간 열린 3회 행사에는 약 1만 5천명이 다녀가며 규모와 의미가 더 커졌다.

1년 만에 10배 넘는 관람객을 유치했고 볼거리가 풍성했던 이번 행사엔 보이지 않는 35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이들을 대표하는 3명과 만나 이번 헤이스타트업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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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희중(27), 홍기문(28), 김민준(19)씨 /사진=플래텀DB

D-120일 전…그 날을 준비하다.

하는 일도 참가 목적도 각기 달랐던 사람들

김희중(이하 ‘희중’): 금융권에서 투자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스타트업과는 연이 없었는데, 행사 메인 총괄의 제안으로 헤이스타트업을 알게 됐다. 얘기를 들어봤는데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 뛰어들었다.

홍기문(이하 ‘기문’): 코워킹 스페이스 ‘스파크플러스’의 매니저다. 일단 재밌을 것 같아서 지원했다. 그리고 행사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살리면 무대 구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김민준(이하 ‘민준’): 의약품 오투오 플랫폼인 ‘바오바브코리아’에서 개발을 맡아 일하고 있다. 스타트업 문화를 좋아해 관련 축제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다. 스텝으로 참여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힘들 각오가 돼 있으면 함께 하자’는 말을 듣다.

희중: 행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준비해야 하기에 여러가지로 정말 힘들다. ‘책임감이 없으면 참여하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 이미 하기로 마음 먹었기에 꼬박 넉 달을 함께 했다.

재미로 시작한 일,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마무리

민준: 행사를 준비하는 넉달간 주말 없이 일했다. 평일엔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모두가 그렇게 했다. 정말 힘들었을 때 문득 ‘어차피 돈 받고 일 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고 있다.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심 이후 정신력으로 버텼다.

희중: 이번 행사를 만들어가는 동안 스타트업에 대해 배웠다. 기술력도 좋고 발표도 좋고 참신한 업체가 정말 많은 걸 알았다. 이런 훌륭한 기업들이 홍보가 제대로 안돼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해외 스타트업과 국내 스타트업 간 인식 차이를 줄일 수 있다면 환산할 수 없는 기쁨을 얻을 것 같아 열심히 했다.

민간 주도 스타트업 행사를 만들고 싶었다…사비를 턴 ‘엔젤’도 있어

기문: 이 정도 규모의 행사를 준비하면 예산이 많이 필요하기에 좋은 취지에 공감하는 기관과 파트너쉽을 맺는 경우가 많다. 참 고마운 일이지만 우리는 최대한 민간 주도의 행사를 만들자는 게 취지였다. 고심 끝에 몇군데 고사를 하기도 했다. 행사를 치르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녔는데, 이 가운데 사비를 턴 친구들도 많다. 우리는 그들을 엔젤이라고 부른다.

신속한 의사 결정, 유연한 인사 이동… 우리가 스타트업이었다.

희중: 우리는 카카오톡으로 회의를 했다. 35명 인원이 한 번에 다 모이기 어려워서 만들어진 방법이었는데 초반에는 적응하기 어려웠다. 개설된 그룹 채팅방도 여러 개였고, 자고 나면 쌓여 있는 메시지가 매일 수백 개얐다. 이전가지 단 한번도 카카오톡으로 회의를 해 본적 없어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론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상호 오해가 쌓일 일도 적어서 좋았다.

기문: 행사를 준비하며 좋았던 건 팀이 유연한 조직이었다는 점이다. 다들 바쁜 와중에도 잘 받아들여주고 신속하게 처리했기에 결국 행사가 잘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팀워크가 좋았는데 이런 점이 있어서 잘 맞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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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에 스텝으로 참여한 김희중 씨. / 사진 = 플래텀 DB

D +14일…그 날을 회상하다.

‘사람’이 남은 땀과 눈물의 결실…모두에게 고맙다

기문: 기획 팀장이었지만 경험도 없고 일처리는 미숙했다. 처음엔 잘 할 수 있다고 여겼는데 부족한 점을 행사 준비하며 알게 된 거다. 그만 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서로 격려하며 행사를 치렀다. 모두에게 정말 고맙다.

민준: 손이 모자라다 보니 팀에 한정되어 일할 순 없었다. 기획팀이었지만 예산 집행, 마케팅, 회계 등 여러가지 일을 다 해야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헤이스타트업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론 나도 성장할 수 있었다. 행사장을 돌아다녀 봤는데 우리 손이 닿지 않은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도움 주신 분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희중: 이번 행사엔 많은 관계자가 얽혀 있다. 장소 및 콘텐츠를 기꺼이 무료로 제공하는 등 천금 같은 도움을 준 이들도 있다.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협력업체다. 우리가 발로 뛰고 다닌 걸 예쁘게 봐줘서 착수금, 선금도 우리 기준에 맞춰 주거나 기다려 줬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

비영리, 자발성, 순수함 …헤이스타트업에 있는 3가지

민준: 헤이스타트업은 일반 기업의 영리를 추구하는 행사와 노선을 달리한다. 데모데이를 하고, 포럼을 열고, 부스를 만드는 건 일반 스타트업 컨퍼런스와 비슷하다. 하지만 헤이스타트업은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이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된 스타트업 문화를 만들고 싶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비영리 행사다. 여담이지만, 행사를 기획하기 전 여기서 생긴 수익은 모두 사회에 기부한다고 약속했다. 철저히 상업적인 성격을 배제했다.

행사 특성에 맞게 초신생 기업부터 규모 있는 스타트업까지

민준: 참가신청을 한 스타트업이 많아 나름의 기준을 두고 선별했다. 부스비용은 매우 저렴했다. 일반 행사 부스비의 몇십분의 일 수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혜택은 이제 막 시작한 창업기업이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성장중인 기업은 벤처 투자자가 보기에 좋은 곳으로 배치했다.

부스 참가부터 투자 유치까지 돕다.

민준: 이번 행사가 다른 행사와 다른 점 중 하나는 투자자등 글로벌 연사의 강연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헤이스타트업에선 그들이 직접 국내 기업을 보도록 유도했다. 즉, 우리 스타트업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희중: 투자자들이 마음에 들어간 기업의 IR 자료도 우리가 만들어서 보내줬다. 투자사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기업은 투자 전문가를 통해 도울 예정이다.행사의 목적이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투자유치까지 연결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투자가 결정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간극을 좁히는 것이 우리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문: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선 행사가 ‘믿을 만한 것’이어야 한다. 다행히 헤이스타트업은 서울시, 코트라와 함께해 공신력을 얻었다. 또한 민간에선 업체간 투자를 진행할 때 법률 전문가가 돕는다. 우리도 법률적인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썼다.

글로벌을 지향한 행사지만 ‘한국’색을 녹였다.

희중: 글로벌 기준과 한국 사이의 간격을 좁히기 위한 행사를 기획했다. ‘글로벌’을 지향했지만 행사 내에선 한복 패션쇼가 열렸고, 국내 인디밴드가 공연했으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고민하는 포럼을 열었다.

무대 만큼은 제대로 만들고 싶었다.

기문: 매 관마다 컨셉을 달리 했다. 해외 VC에게 한국에도 스타트업이 많다는 점, 투자할만한 곳이 많다는 점 두가지를 상기시키려 했다. 또 일반 시민에겐 배달의민족과 토스가 스타트업이라는 걸 알리고 경험시키는 체험에 주안점을 뒀다.

민준: 이번 기획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가 무대와 부스였다. 스타트업이 어설프다는 인식을 깨고 싶었다. 멋진 행사를 치르겠다고 호언장담 했는데 이 부분에서 실망시키면 열심히 준비한 다른 것들도 빛을 보지 못할 것 같아 최대한 심혈을 기울였다.

원할치 못한 행사 진행, 업체 하나하나가 주목받도록 못 한 건 아쉬워

희중: 우리 목표는 순수 민간 주도형 축제였지만, 행사 규모가 커지다 보니 협찬을 받게 됐다. 향후 행사에서는 원래 의도대로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행사 당일 물심양면으로 도운 자원봉사자 및 통역사들께 소홀했던 것도 미안하다. 박수받아 마땅한 사람들인데, 미처 챙기지 못했다.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감사했단 말을 다시 드리고 싶다. 더욱 미안했던 건, 이들을 위해 책정했던 예산이 문제가 생겨 변동됐다는 거다. 향후 행사를 할 땐 이 부분을 확정 짓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기문: 현장 행사 진행이 다소 원활하지 못했다. 이 점이 마음에 걸린다. 홍보를 열심히 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고. 여전히 우리 주변에 스타트업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고 느꼈다.

민준: 더욱 완성도 있는 무대를 만들지 못 한 것에 후회가 있다. 데모데이 행사만 기획하더라도 유명한 업체는 대개 1년전부터 기획한다. 우리는 데모데이, 포럼, 부스, 창업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섹션을 준비하는 데 넉 달을 썼다. 좀 더 오랜 기간을 두고 진행했다면 더욱 완성도 있는 행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산 확정도 고려해 다음번부터는 기간을 늘려서 기획했으면 좋겠다.

참가한 스타트업 한곳한곳을 제대로 홍보해주지 못한 점도 아쉽다. 스타트업으로서는 큰 결심을 하고 기대하고 부스에 들어섰을 텐데, 우리 역량이 부족해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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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바오바브 코리아 공동대표 /사진=플래텀 DB

D-365 그 날을 기대하다.

‘헤이스타트업’, 충분한 기간&목적을 가지고 참여하길

민준: 헤이스타트업을 준비하는데 참여하고 싶다면 재미도 좋겠지만 진지하게 이걸 왜 하고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처음 합류 의사를 밝혔을 때 메인 총괄은 내게 ‘계획이 바뀌게 되더라도 몰입할 수 있는지, 한 사람이 포기하면 모두가 힘들어지니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했다. 그만큼 이 행사를 만드는 건 어렵다. 단순 재미는 쉽게 지칠 수 있다. 동기부여가 되는 요소를 잘 판단해야 한다.

기문: 공감한다. 나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고 단지 이 이벤트가 재밌어보여 지원했다. 그러던 중 점차 행사를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졌다. 잘 할 줄 알고 들어왔다가 그러지 못해 당황스러웠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맡았던 자리도 못 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우릴 이끈 총괄은 이 말을 듣더니 ‘행사를 만드는 동안 부족한 점을 채우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기회’로 여기라 하더다. 이후부턴 이를 악물고 했다. 내 맡은 바 소임을 다한 것 같아 뿌듯하다.

리더십, 섭외력, 그리고 재밌는 콘텐츠를 기대한다.

희중: 행사를 기획하면서 느꼈던 건 리더십과 기획력, 자금력이 중요하다는 거였다. 다음 행사도 최소한 이 정도의 기획력, 섭외 능력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 행사가 레퍼런스되어 다음 행사 진행이 조금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기문: 시민들과 함께할 만한 오락적인 콘텐츠가 더 풍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계획에 차질이 생겨 이번엔 박람회 장소에서 열렸지만 우리가 원래 계획했던 여의도 공원 같은 야외에서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행사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내년이 기대된다.

민준: 다음 행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국내 스타트업을 해외에 알리자는 목표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꿈을 믿고 도전하라, 팀원들에게 고맙다,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희중: 행사를 처음 기획할 때 총괄이 ‘헤이스타트업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정말 큰 걸 얻었다. 꿈과 가치를 위해 달렸던 시간이었다. 만족한다.

기문: 같이 만든 식구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 팀은 열아홉살부터 마흔살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이뤄져 있었다. 그만큼 삶의 궤적도 달랐다. 이들을 보며 깨닫는 바도 많았고, 본받기도 했다. 처음엔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고, 누가 인정해주는 것도 아닌데 이걸 왜 하지 싶었다. 지금은 하길 잘했다고 느낀다. 모두가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뭐든 할 수 있단 자신감을 얻었다고 하더다. 행사장에서 자원봉사해주신 모드 분들께 한없이 감사하고 죄송하다. 이렇게 말로 대신할 수밖에 없어 아쉽다.

민준: 열아홉, 스무살도 이 사회에서 뭔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국내엔 나처럼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청소년이 많다. 이들이 무엇인가를 하겠다 하면 ‘어린 게 뭘 아느냐’며 반문하는 게 우리 사회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어린 학생도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인식 개선을 해보고 싶었다. 나름대로 어느정도 성과를 만들었다고 자평한다. 그래서 기쁘다. 또한 사람을 얻을 수 있어서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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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문 스파크플러스 매니저 /사진=플래텀 DB

글: 서 혜인(s123@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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