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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예술위 직원, 김기춘 향해 "블랙리스트 지시 내린 사람 직접 만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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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 제공: 연합뉴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구속) 재판 증인으로 나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지시를 내린 그를 직접 만나고 싶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예술위원회는 문화예술의 연구·창작·보급활동을 지원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예술위원회 부장 장모씨는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김 전 실장을 향해 "오래전부터 많이 뵙고 싶었다"며 "하지만 뵙고 싶었던 때는 오늘 이 자리가 아니라 2015년 배제리스트가 한창일 때였다"고 진술했다.

그는 "어처구니없는 지시를 내린 사람을 직접 만나 왜 이것이 말이 안 되는지 조목조목 설명하고 싶었다"며 "아쉽게도 그럴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장씨는 블랙리스트를 "도저히 온전한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조리한 명령"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실행하기가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원배제 리스트가 한창일 때 1년 동안 받은 지시는 '어떻게 배제할 것인가' 였다"며 "한국문화 활성화 방안이나 연극계 활성화 방안과 같은 지시는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남북분단, 6·25전쟁, 군사독재를 언급하며 김 전 실장이 예술작품들을 좌파 성향으로 지목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김 전 실장도 피해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없었다면 김 전 실장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박근형, 이윤택, 고선웅, 한강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실장이 박근형의 '청춘예찬', 이윤택의 '문제적 인간 연산',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편견 없이 볼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동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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