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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바다로 국경 넘는 기차 페리… 긴 다리·해저 터널에 자리 내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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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승우의 두 컷 세계여행] 볼리비아 2번 국도 & 덴마크 페흐마른 벨트

볼리비아의 오래된 성지인 코파카바나에서 행정수도인 라파스로 가는 길에는 예상 밖의 다양함이 있었다. 지도를 보면, 코파카바나와 라파스 사이 144㎞는 2번 국도로 순탄하게 연결된다.

16세기 원주민이 만든 성모상이 기적을 일으킨 후 (그랬다는 소문이 퍼진 후), 안데스 산맥 위의 작은 마을은 기독교인들이 찾는 성지가 되었고, 라파스 역시 스페인 정복자들이 세운 중요한 도시였으니, 그 두 곳을 잇는 도로가 국도 1번이 아니라 2번인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한데, 지도상의 코파카바나를 출발하여 국도를 짚어 가다 보면, 30분 거리쯤 되는 곳에서 길은 점선으로 변한다.

조선일보

볼리비아 안데스산맥 위의 도시 코파카파나에서 라파스로 가는 동안, 바지선이 티티카카 호수 위로 버스를 실어 나르고 있다. 2번 국도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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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배가 다닐 수 있을 만큼 큰 호수 중에서)인 티티카카호의 일부가 길을 가로막은 것이다. 여전히 그 점선 위에는 국도 2번이라는 표시가 남아있다.

점선의 한쪽 끝 마을인 '산 페드로 데 티키나'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은 작은 처마가 있는 보트 매표소 아래로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처마 아래서 버스를 바지선에 싣는 모습을 구경했다. 중절모에 펑퍼짐한 겹치마를 입은 원주민 아주머니들이 바지선을 지휘했다. 비 내리는 우중충한 호수 위에 둥둥 떠가는 버스의 모습은 꽤 초현실적이었다.

사람들은 소형 모터보트를 탔는데, 버스 한 대의 인원을 호수 건너편으로 옮기기 위해 3번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사람들은 모터보트 안에 퇴근길 만원버스처럼 가득 탔다. 사람들 표정은 평온했다. 코파카바나의 성모상이 보트 앞쪽에 붙어있다.

페루에서 볼리비아로 넘어오는 국경도 꽤 인상적이다. 세계여행 중에 육로로 국경을 넘는 기회는 수없이 있으니 그런 국경들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행이 끝나고 생각해봐도 볼리비아의 국경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페루 쪽에서 출국 수속을 한 후, 티티카카 호수의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꽤 걸었다. 엉성한 쇠파이프 바리케이드가 놓인 자리가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인 듯 했다. 손수레를 끄는 아저씨가 걸리적거린다는 듯 바리케이드를 쭉 밀어놓고 페루로 건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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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함부르크까지 가는 기차가 ‘페흐마른 벨트’ 구간에서 페리에 올라 해협을 건너고 있다. 이 기차 페리도 2021년에 없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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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선 위에 실려 있는 버스 사진을 보니 배 위에 올라탄 기차가 생각난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독일 함부르크로 가는 기차였다. 코펜하겐은 아주 큰 섬의 한쪽 자리에 여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이다.

오랫동안 유럽의 북쪽 바다와 서쪽 바다를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았다면 코펜하겐에서 함부르크까지 이동 수단으로 배를 선택하는 것이 합당한 결정이었을 텐데, 미리 사놓은 유럽 기차 자유승차권 '유레일패스'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돈을 더 쓰지 않으려면 기차를 타야 했다. 한마디로, 교통수단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다. 기차에 오르면서도 기차가 어떻게 섬을 빠져나가 유럽 대륙으로 가는지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알아서 가겠지, 뭐.

코펜하겐을 출발한 기차는 함부르크를 향해 거의 직선의 궤적으로 남하했다. 그리고 '뢰드비'라는 작은 항구에서 배에 올라탔다. 마냥 신기했다. 가차에서 내려 갑판 위로 올라갔다. '와, 바다다.' 참나, 해협인데 당연한 거 아닌가. 6량의 기차를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이 페리는 18㎞ 거리의 해협을 운항한다.

실은, 기차를 싣는 페리는 20세기 중반까지 흔한 교통편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배들은 왕성하게 기차를 실어 날랐다. 그러다 긴 다리와 해저 터널들이 점점 페리를 대신했고, 지금은 승객을 실어 나르는 기차 페리는 거의 없어졌다. 코펜하겐과 함부르크를 잇는 이 기차 페리도 2021년에 터널로 대체될 예정이란다.

해협을 건너는 데 1시간이 절약된다고 한다. 바다 아래로 터널을 팔 만큼 1시간의 가치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 1시간 동안 나는 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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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많은 주요 경로들이 여행자들에 의해 이미 개척된 듯하다. 한국어판 가이드북에는 페루 푸노에서 라파스로 넘어가는 경로가 복잡하게 소개되어 있었는데, 막상 푸노의 버스터미널에 가보면 여러 고급 버스 회사의 직행 서비스가 경쟁하고 있다.

모든 종류의 자유 이용권이 그렇듯이 ‘유레일패스’ 역시 계산을 잘 해봐야 한다. 성인의 경우 1등석 패스만 살 수 있다는 점은 약점, 동반자와 함께 여행을 할 경우 할인을 받는다는 것은 장점이다.


[채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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