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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공기 좋은 제주, 그중 최고는 '곶자왈'… 초록 물결 출렁이는 '가파도 청보리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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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然 자연]

공기 좋은 제주, 그중 최고는 '곶자왈'… 초록 물결 출렁이는 '가파도 청보리밭'

쓸모없었기에 이젠 더 주목받는다. 제주 화순 곶자왈이다. 박영석 마을해설사는 "'곶'이란 숲을 뜻하고 '자왈'은 돌로 이뤄진 지형을 뜻한다" 했다. 28년 제주도 여행업계 출신 김영훈씨 말은 달랐다. "'곶'은 튀어나온 지형을 뜻하고, 자왈은 못 쓰는 땅을 말한다"고. 둘 모두 제주도 토박이다. 어느 설(說)이 맞는지 확인 못 했다. 공통점은 있다. 버려진 땅이라는 것. 쓸모없기에 지금껏 살아남아 제주도에 맑은 공기를 주는 '허파'가 됐다. 공기 좋은 제주도에서도 산소 함유량이 제일 높은 곳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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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남서쪽 모슬포항에서 5㎞ 떨어진 곳. 가파도는 해발 20m 낮은 섬이다. 섬 안 농경지 대부분이 보리밭이다. 지금 가파도는 수확 직전 청보리로 가득하다. 자전거 타고 한 시간 남짓이면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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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면 "이런 무질서가 있나"란 생각이 든다. 돌이며 나무가 제멋대로다. 정돈된 느낌 '제로(0)'. 근대적 의미의 공원(公園)이 아니다. '정글'이다. 검은 돌에는 초록 이끼가 산다. 고사리 파란 잎이 자란다. 우거진 나무는 참식이, 새덕이 같은 토속적 이름이다. 때죽나무, 팽나무도 가득하다. 탱자나무를 가까이 볼 수 있어 좋았다. 삐쭉빼쭉 가시가 달린 나무다. 그 옛날 유배 간 선비는 거소(居所)를 제한하는 '위리안치(圍籬安置)'를 당하기도 했다. 가시나무를 둘러친다는 뜻. 그 나무가 탱자나무였다. 가지에 달린 가시는 날카로운데 흰 꽃은 아름답고 향기롭다. 제주에 유배 온 추사 김정희도 이 나무를 보았다.

추사 유배지 인근 모슬포항에서 가파도 가는 배를 탔다. 해발 20m로 우리 국토 중 바다와 가장 가까운 땅이다. 5000원 내면 빌려주는 자전거 타고 섬 한 바퀴를 돌았다. 한 시간 남짓이면 해안 도로를 일주한다. 멀리 바다 건너 마라도가 보였다. 그보다 더 가까이 제주도 산방산이 눈에 들어온다. 섬마을 동네서 제일 큰 집은 가파초등학교. 파란 잔디 자란 운동장 한편에 돌하르방이 웃고 있다. 초록 물결이 바다를 이루는 청보리가 한창이다. 파랗게 자란 보리밭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남원 큰엉 해안도로는 지금이 가장 좋다. 해안가 숲길이 한적하게 이어진다. 숲길 나뭇가지 드리운 공간이 한반도 모양을 이룬 곳은 사진 촬영 명소. 지난 21일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동북부 용눈이오름은 최근 인기를 끄는 곳이다. 오름은 작은 화산을 말한다. 비교적 평평한 길이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오를 수 있다.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보인다. 맑은 날에는 한라산도 보인다. 이날은 날씨가 흐려 보이지 않았다.

제주는 늘 아름답다. 누가 오건 말건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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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갤러리 노리. ②‘문쏘’의 대표 메뉴 황게 카레. ③애월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카페 ‘지금이순간’. ④제주 도립 김창열 미술관. ⑤바다 앞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바다다’. / 이경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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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술관]

유채꽃밭 지나, 돌담길 따라… 오가는 길도 '예술'

제주도는 ‘예술의 섬’이다. 좋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많다는 뜻이다.

한림읍 저지예술인마을은 예술인이 사는 집과 갤러리가 모여 있다. 지난 9월 이곳에 ‘물방울 작가’로 유명한 김창열(88)의 미술관인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064-710-4150)이 들어섰다. 작가는 작품을 무상 기증했다. 1957년부터 2013년에 이르기까지 그를 대표하는 회화, 조각, 설치 등 작품 220점을 소장하고 있다. 돌담길을 따라 미술관 안으로 들어간다. 내부가 ‘ㅁ’자로 돼 있다. 중정(中庭)에는 김창열의 물방울 조각이 있다. 건물 자체가 멋스럽다. 월요일 휴관.

김창열 미술관 옆에 자리한 ‘갤러리 노리’(064-772-1600)는 화가가 운영하는 갤러리다. 대표 이명복씨가 직접 건물을 지었다. 제주도 돌담과 꽃과 나무가 자라는 넓은 마당이 ‘제주도스러운’ 느낌을 선사한다. 해외 작가서부터 제주도 출신 작가까지 폭넓은 작품을 두루 전시한다.

상천리 본태박물관(064-792-8108)은 전통·현대 공예품을 선보이는 박물관이지만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유명한 일본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의 ‘무한 거울방’과 대표 작품인 호박 작품에서부터 조각가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작품까지 즐길 수 있다. 박물관 건축물은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 주변 경관의 특색을 살려 박물관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서로 다른 높이의 삼각과 사각마당으로 이뤄져 있다.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본 뒤 마당을 걸어 다니며 건축물을 감상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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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를 미술관으로 꾸민 ‘자연사랑미술관’. 제주도 옛 모습과 멋진 풍경을 담은 사진을 전시했다. / 이경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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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옛 모습을 보고 싶다면 서귀포 가시로에 있는 ‘자연사랑미술관’(064-787-3110)이 좋다. 중산간 지역에 있어 가는 길 풍광도 아름답다. 제주 지역 언론인 출신인 서재철 사진작가가 찍은 제주의 사계절 풍경과 옛 기억 속 제주의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폐교를 미술관으로 바꾼 곳으로 학교 때의 모습 그대로를 살려놨다. 전시장을 걸을 때마다 마룻바닥에서 삐걱 소리가 나지만 그마저도 정겹다. 폐교하기 전 1960년대 학교 모습과 분교 전체 사진도 연도별로 전시돼 있다.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지만 아기자기한 카페와 음식점이 생겨나고 있어 미술관 가는 김에 동네를 구경하고 와도 좋다.

[食 음식]

갈치조림도 좋지만… 황게카레·전복크림우동은 어때요

제주도 음식은 다 먹어봤다고? 전복죽, 갈치조림, 옥돔구이, 자리물회 따위 아니냐고? 지금 제주도는 서울 이태원을 떠올려도 될 정도로 다양한 글로벌 스타일의 음식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제주도에 둥지를 튼 셰프들이 현지의 싱싱한 해산물을 재료로 사용하면서 독특한 스타일로 선보이는 음식이다.

한림읍 ‘문쏘’(010-3318-0579)는 중화풍 카레를 선보이는 음식점이다. 협재해수욕장 근처에 있다. 빨간 벽돌 건물에 노란색 간판이 있어 찾기 쉽다. ‘문쏘’란 문어―소시지의 줄임말. 인천에서 건너와 제주도에 자리 잡은 사장 장지원(34)씨가 음식점을 열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구수한 카레 향이 그윽이 퍼진다. 대표 메뉴는 황게 카레(1만2000원). 제주도와 남해에서만 나오는 황게 한 마리가 카레에 빠졌다. 사천 두부요리와 일본 카레를 합친 것으로, 국물이 묽은 게 특징. 카레 국물은 매콤하지만, 곁들여 나오는 계란 반숙이 매운맛을 중화시킨다. 전날 숙취를 달래기 위해 먹으러 오는 사람도 있어 ‘해장 카레’라고도 불린다. 하루에 40마리만 팔기 때문에 오후 3시가 넘으면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가문어와 소시지 구이인 ‘문쏘 구이’, 이스라엘 가정식 계란요리 ‘에그인헬’, 토마토주스와 맥주를 5대5로 섞은 ‘레드아이’도 인기다.

제주도에 문 연 지 6개월 된 크림우동 전문점 ‘오데뜨’(010-6823-2747)는 이미 온라인에서 이색 제주도 맛집으로 소문을 탄 집이다. 오픈 키친으로 돼 있는 주방에서 들려오는 조리 소리를 들으며 식당 내부 벽에 가득 붙어 있는 액자, 엽서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곳에선 전복 내장 소스와 청양 고추를 어우른 소스에 버터구이 전복이 곁들어지는 ‘전복 크림 우동’(1만5000원), 비트를 사용해 분홍색 소스를 만들고 딱새우와 전복을 올린 ‘핑크크림우동’(1만4000원) 등을 먹을 수 있다. 크림소스에 청양 고추를 넣어 느끼함을 잡았다. 전복볶음밥은 특제 전복 내장 소스로 양념해 밥알이 검푸른 색이다. 매콤하지만 고소하다. ‘오데뜨’ 사장 정유진씨는 경북 구미에서 애견훈련사를 하다 제주도로 왔다고 했다. 정씨는 “전복 내장 소스 등 제주도의 특성을 살린 해산물 위주 음식을 만든다”며 “나만의 개성이 담긴 음식을 만들고 싶어 파스타가 아닌 우동 면을 사용했다”고 했다. 가게명 ‘오데뜨’는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공주 이름으로, 아내의 별명이다. 애견 동반 입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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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바다다’의 ‘바다쉬림프버거’와 ‘한라스프링’ 음료. / 이경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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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대포동에 있는 ‘바다다’(070-4139-2000)는 햄버거 명소다. 현지인이 추천하는 카페 겸 라운지 바다. 탁 트인 바닷가 앞에서 햄버거를 먹고, 커피와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 대표 메뉴 ‘바다쉬림프버거’(1만5000원)는 두툼한 통새우 치즈 패티로 만든 햄버거다. 치즈의 짭조름한 맛과 튀김 통새우 패티가 잘 어우러진다. 우루과이 스타일의 ‘스테이크버거’, 스페인식 타파스 요리도 있다. 라운지 바인 만큼 칵테일과 와인 등도 즐길 수 있다. EDM 등 클럽 음악이 울려 퍼진다. 마치 인도네시아 발리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음료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제주도 에메랄드빛 바다 앞에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 홍대 앞에서 제주도 송당리로 이전한 양식집 ‘웅스키친’(064-784-1163)에선 제주 한우로 만든 햄버거 스테이크, 파스타, 샌드위치를 판다. 애월읍의 ‘후거키친’(064-712-7120)에선 덴마크 가정식을 먹을 수 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지금이순간’(064-799-1802)이 좋다. 한담산책로를 둘러싼 바다가 카페 바로 앞에서 펼쳐진다. 촉촉한 크림이 뒤덮인 티라미수와 와플이 맛있다.

[제주=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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