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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잠깐만요!] 태화강 낚시 금지해놓고 배스·블루길 잡아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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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울산=박주영 기자


울산시는 얼마 전부터 '생태계 교란 외래 생물 퇴치 수매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태화강을 비롯한 시내 하천 등에 사는 배스·블루길·황소개구리(kg당 5000원), 붉은귀거북(1마리당 5000원), 뉴트리아(1마리당 2만원) 등을 잡아오면 보상금을 주는 사업이다. 천적이 없어 급속하게 번식하면서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 생물을 퇴치해 생태계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시는 총예산 500만원이 소진될 때까지 이 사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울산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흐르는 태화강 양쪽엔 53만1000㎡ 규모 태화강 대공원이 있다. 서울 여의도공원의 2.3배이며, 전국에서 가장 큰 도심 친수(親水) 공간으로 유명하다. 연어·은어 등 물고기와 백로·고니·수달·너구리 등 700여 종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화강은 10여 년 전만 해도 공단 사이를 흐르는 악취 나는 하천이었다. '부자 도시' 울산의 이면엔 '공해 도시'라는 오명(汚名)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시와 시민들이 함께 노력한 끝에 태화강은 맑아졌다. 이젠 '환경 도시' 울산의 상징으로 국내외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을 정도다.

울산이 지역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 생물을 퇴치하겠다고 나선 것은 자연스럽고 현명한 일이다. 그런데 사업 시행 첫날이었던 지난 17일 수매 실적은 '0'이었다. 시는 "홍보가 잘 안 되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에선 "시의 의도는 좋으나 실효성이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화강·회야강 등 시내 하천 유역 대부분이 낚시 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주민이 배스나 블루길 같은 물고기를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괴물 쥐로 알려진 뉴트리아는 부산·양산·밀양 등 다른 경남 지역에서는 서식하고 있지만 울산에서 발견됐다는 보고나 신고조차 아직 없었다.

태화강 대공원 등 울산의 아름다운 생태계를 지키려는 울산시의 노력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전시·탁상 행정으로 비치기 마련이다. 배스가 많이 산다고 알려진 태화강의 특정 '포인트'에 대해 일정 기간 낚시를 허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보완책이 될 수 있다.

[울산=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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