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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기둥도 없이 45년째 중력과 바람에 맞서는 기이한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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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현대 건축의 백미’로 불리는 공연장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아직까지도 ‘현대 건축의 백미(白眉)’라 일컬어질 만큼 환상적 디자인과 기술이 접목된 건축물이다. 45년전인 1973년 완공했는데 1992년 영국의 더 타임스(The Times)에 의해 ‘현대의 7대 불가사의 건물’ 중 하나로 뽑혔다. 2007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도 선정됐다. 미학적인 면에서도 그렇지만 구조적으로도 거대한 쉘(shell·조개껍데기) 구조가 지탱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건축가들이 많았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건설은 1956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정부가 주최한 국제 현상설계로부터 구체화됐다. 당대 유명 건축가들을 물리치고 당선된 요른 웃존(Jorn Utzon)의 안은 당시 건축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58년 11월 착공해 1973년 10월 20일 엘리자베스2세에 의해 개관했다. 당초 예상 공사 기간은 4년, 비용이 700만 달러였지만 건축기간은 10년 늘어난 14년이 걸렸고 비용은 1억 200만 달러가 들었다.

■고원과 구름이 설계의 모티브

이 건축물은 기단(基壇)을 놓고 그 위에 원형 경기장 두 개를 박아 넣은 방식으로, 마치 돛이나 구름처럼 보이는데 건축가 웃존은 고원과 구름의 그림을 그려서 자신의 설계를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건축물을 설계하고 시공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특히 지붕이 문제였는데 기하학적 형태가 없는 쉘 모양이 반복돼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웃존은 1957~1961년 엔지니어들과 다양한 실험과 논의를 거친 끝에 문제를 해결했는데 목욕탕 비치볼과 그의 아들이 벗겨낸 오렌지 껍질을 보고 생각해 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이다.

기하학적 문제가 해결되면서 사람 갈빗대처럼 특정 부재(部材)에 힘을 부담시키는 리브(rib)를 케이블을 사용해 아치로 만든 후 부채꼴 형태로 펴서 쉘의 각 면으로 만들었다. 쉘의 모든 부분은 현장에서 제작됐고 모두 100만여 장의 타일이 사용됐다.

지붕에는 스웨덴에서 수입한105만 6000여 개의 무광택 타일을 썼다. 무광택을 쓴 이유는 햇빛에 반사돼 사진이 잘 나오지 않을 것을 배려한 것이라고 한다. 벽과 계단에 쓰인 소재는 타라나 지방에서 채색된 분홍빛 혼합 화강암이며, 내부에 쓰인 재료들은 음향 효과를 위해 거의 목재를 썼다.

건축가 웃존은 프로젝트 초기인 1958년부터 세계적인 엔지니어로 구성된 ‘오브 애럽(Ove Arup & Partners)’과 협력해 설계를 진행했다. 하부 구조인 기단을 만드는 작업부터 기둥이 없는 장스팬 구조로 시공하기 위해 특수한 단면 형태가 고안됐다. 이런 특수 단면 보를 계산하고 디자인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컴퓨터를 사용했다.

지붕 구조를 해결하는 과정은 복잡했다. 웃존의 초기 디자인에서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고려해 지붕을 5㎝ 두께 쉘로 가정했다. 쉘들은 그 아래에 부가적인 구조 프레임이 전혀 없이 그 자체로 거대한 중력과 바람을 지탱해야 했다. 이를 위해 엔지니어와 함께 여러 대안을 검토했고 굉장히 복잡한 프리스트레스 콘크리트(prestressed concrete· 철근콘크리트에서 철근 대신에 강철선으로 둘러싸게 하고 이 강선을 잡아당겨 인장 강도를 증가시킨 것) 지붕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셸 지붕 구조 문제 해결에만 4년간 약 37만 5000시간의 컴퓨터를 사용해야 했다. 여러 단계를 거친 쉘 구조물을 건설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고, 예산은 천문학적으로 늘었지만 결국은 호주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탄생될 수 있었다.

■지붕 구조 문제 해결에만 5년 걸려

시공은 3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는 하부 구조(기단), 2단계는 상부 구조물(쉘 지붕과 외장 타일), 3단계는 2차 작업(유리·오디토리엄·인테리어·외부 마감)이었다.

1단계에서 웃존은 베넬롱 포인트 전체를 오페라하우스의 기단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거대한 스팬의 하부 구조와 엄청난 배수 처리가 필수적이었다. 당초 기둥으로 지지하려고 했던 기단은 기둥 없는 하나의 스팬으로 결정됐다. 박스형에서 시작해 ‘U’자형을 거쳐 반대쪽은 ‘T’형으로 바뀌는 특수한 단면 형태의 기단으로, 장스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단면의 특수한 형상으로 인해 폭 1.83m인 47개 장스팬 보가 단위체의 반복 형태로 만들어졌다.

2단계에서 당초 웃존이 설계한 지붕 두께는 5㎝의 콘크리트 쉘을 가정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디자인과 가장 유사한 형태로 포물선형 구조를 제안했지만 불가능하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57~1961년까지 5년여간 웃존은 다양한 실험과 논의를 거쳤다. 이렇게 얻어진 단일곡률에 의한 해법은 구조 해석을 쉽게 하고 시공상 모든 부재를 반복적으로 만들 수 있게 했다.

웃존은 3단계 작업인 음향홀 내부 인테리어와 복도, 유리 커튼월에도 2단계에서 적용했던 부재의 생산 표준화를 적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정권 교체로 지지자가 사라지면서 더 이상 힘을 받지 못했다. 더구나 지붕 구조 문제 해결 과정에서 지연된 공기와 비용 증가로 뉴사우스웨일즈 의회에서 격론이 벌어지는 등 문제가 생겼다.

결국 웃존은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다. 이후 홀, 토드&리틀모어사(社)가 3단계 공사를 맡게 됐다. 1966년 피터홀이 설계를 맡아 음악당과 오페라극장을 마무리했다. 당초 웃존 설계에서는 메인홀을 콘서트와 오페라에 모두 쓸 수 있도록 구상했지만, 피터홀은 음악당으로만 하는 등 대대적인 용도 변경도 시행했다. 이로 인해 공기는 4년 늘고 비용 증가도 불가피했다.

■내부도 외부 디자인에 못지않아

오페라하우스는 4개의 주공연장인 콘서트홀·오페라극장·드라마극장·연극관 외에 부장실·도서관·연습실·식당 등 1000여 개의 방이 있다. 2679석의 가장 큰 공연장인 콘서트홀은 교향악·오페라·대중음악 등을 열 수 있도록 설계됐고 이곳의 음향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 이 음향 효과는 벽과 천장에 붙인 호주산 백색 자작나무 합판과 계단·무대·관람석 등에 깔린 갈색 회양목이 빚어내는 것이다. 무대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검은색으로 칠했고 무대 위쪽에 18개의 도넛 모양 아크릴 음향 반사판이 달려 있어 악기 소리를 무대 위로 다시 반사시킨다. 콘서트홀의 중앙에는 호주의 로널드 샤프가 설계한 1만 500개의 파이프와 5단짜리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데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기계식 오르간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근대 건축의 기념비로 불리는 이유는 엄청난 시설, 드라마 같은 건축 과정, 획기적 디자인 등을 들 수 있다. 장소 선정에 기여한 구센, 설계가 완성되지도 않은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카힐 수상 등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 여러 기여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가진 건축물이다. 긍정적인 면으로는 형태적 독창성 외에 건축 각 부분에 동일한 조형 원리를 적용해 통일성을 이룬 점, 새로운 조형 원리를 단위 부재로 표준화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한 점, 그리고 세계 최초로 구조 설계에 컴퓨터를 사용한 점을 들 수 있다. 반면 초기 설계 단계에서 엔지니어가 참여하지 못한 점, 정치적인 이유로 설계자가 변경된 점, 그리고 사업 진행 중 프로그램 변경 등으로 공기와 비용이 늘어난 점 등은 부정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근대 건축의 기념비’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더욱이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파리의 퐁피두센터, 홍콩의 홍콩상하이은행,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 중에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단연 으뜸이 되는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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