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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40년 전 日 소환한 하니의 ‘푸른 산호초’… 한·일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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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돔 공연 뉴진스 멤버 하니

마쓰다 세이코 커버 무대 화제

조선일보

지난 27일 도쿄돔 무대에서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 무대를 재현해 호평받은 K팝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 /어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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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내 사랑은 남풍을 타고 달리고 있어.”(’푸른 산호초’ 가사 일부)

1980년 일본 가수 마쓰다 세이코가 노래한 ‘푸른 산호초’가 한일 양국을 들썩거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 26·27일 일본 도쿄돔에 K팝 사상 최단 기간에 입성한 뉴진스의 멤버 하니(20)가 솔로 무대에서 부른 노래.

공연이 끝난 뒤 푸른 산호초의 여운은 더 커지고 있다. 도쿄 최대 규모 음반 매장 시부야 타워레코드에는 마쓰다 세이코와 뉴진스의 음반이 대형 매대에 함께 진열됐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에선 이 노래 재생 순위가 해외 음악 100위권 바깥에 머물다 뉴진스 도쿄돔 공연 후인 2일 19위로 껑충 뛰었다. 세이코의 음반을 유통 중인 소니뮤직 측은 “일본 노래가 국내 음원 플랫폼 차트에 단번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하니와 마쓰다 세이코가 부른 푸른 산호초 무대를 교차 편집한 영상도 조회수 수백만회를 기록하며 “단 3분으로 40년 전 일본을 소환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급기야 하니는 오는 6일 니혼TV 음악방송 ‘더 뮤직데이2024′에 출연해 푸른 산호초를 다시 부르기로 했다.

◇되살아난 日 ‘버블 호황기’ 향수

푸른 산호초는 마쓰다 세이코가 1980년 4월 18세 나이에 곡 ‘맨발의 계절’로 갓 데뷔한 후 4개월 만에 신드롬적 인기를 안겨준 노래다.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붕괴 직전 황금기의 상징으로도 통한다. ‘오겡키데스카~’란 대사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대표작 ‘러브레터(1999)’에도 남주인공이 첫사랑을 그리며 죽어가는 도중 이 노래를 불렀다는 설정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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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푸른 산호초’를 부르며 일본의 ‘국민 여동생’으로 떠올랐던 마쓰다 세이코. /유튜브


일본 현지에선 하니의 무대에 대해 “세이코의 상징이었던 ‘단발머리’와 ‘머린룩(해군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옷차림)’, 청량한 음색을 제대로 재현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일명 ‘세이코 컷’으로 불린 세이코의 단발머리는 ‘H2′ ‘러프’ ‘마크로스’ 등 수많은 일본 만화 여주인공 머리에 적용됐고 바로 그 머리로 하니는 일본 관객들 앞에 섰다. 하니는 당시 세이코컷 단발머리를 완벽히 재현하기 위해 가발까지 착용했다.

‘푸른 산호초’ 활동 직후 세이코는 일본에서 ‘내숭 떠는 여자’란 뜻의 ‘부릿코(ぶりっ子)’란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그녀가 무대 위에서 살랑살랑 치마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는 몸짓에 남성들은 열광을, 여성들은 질투를 보낸 결과였다. 동시대 인기 여가수 ‘나카모리 아키나’와의 경쟁구도 또한 세이코 시대를 거친 일본 중장년층 뇌리에 박힌 화제의 주제였다. 26일 하니의 도쿄돔 푸른 산호초 무대 당시 일본의 유명 현대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62)가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는 장면이 목격되자 현지에선 “일본 장년 남성에게 세이코 노래는 무장해제 열쇠”란 반응이 이어졌다.

◇국적 세대 뛰어넘는 ‘푸른 산호초’ 열풍

한일 양국에선 하니의 ‘푸른 산호초’ 영상을 마쓰다 세이코의 1980년 하네다 공항 라이브 장면과 교차 편집한 영상이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당시 일본 TBS가 삿포로 공연 후 돌아오는 세이코의 일정에 방송 시간을 맞춰 하네다 착륙장에서 중계차를 대기시켰다가 꾸린 라이브 무대다. 베트남계 호주인인 하니가 도쿄돔에서 K팝 스타로 등극하는 장면이 당시 세이코가 일약 스타로 도약하는 장면과 묘하게 겹친다는 반응이다.

일본에 진출한 K팝 스타 뉴진스의 하니가 과거 J팝에 ‘헌사’를 바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팬들 사이에서 “우리도 멋진 시절이 있었단 걸 추억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감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오리콘 뉴스는 “한국 X(구 트위터) 검색 순위에도 푸른 산호초 이름이 올라간 것도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무대가 일본에서 ‘K팝은 선망과 박탈감을 동시에 주는 존재’란 애증의 인식을 해소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문화 칼럼니스트 도쿠리키 모토히코는 “뉴진스의 일본 데뷔 성공은 한일 양국의 경계를 녹인다”며 “뉴진스란 글로벌 스타가 일본의 히트곡이나 뮤지션을 세계에 소개해주는 입구가 되어준 셈”이라고 평했다.

한일 양국의 뉴진스 팬층이 1980년대를 그리워하는 중장년과 그 시대를 새롭게 보는 2030 젊은 층까지 겹쳐진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일본 음악 칼럼니스트 다카하시 요시로는 마이니치신문 대담에서 “뉴진스의 음악은 일본 라디오의 메인 청취자이자 과거의 J팝을 그리는 40~50대에겐 향수를 떠올리게 하고, 젊은 팬에겐 옛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입구가 되고 있다”고 했다. 황선업 평론가는 “우리는 2010년대생만 돼도 1990년대 노래를 모른다. 반면 일본은 공중파를 중심으로 과거 노래를 조명하는 콘텐츠가 꾸준히 생산돼 젊은 층과 노년층의 문화적 단절이 심하지 않다. 일본에서 ‘푸른 산호초’의 파괴력이 더 큰 이유”라고 했다.

하니의 푸른 산호초 무대를 직접 연출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사실 반향이 클 것이라 예상하긴 했지만 현장에서 마쓰다 세이코의 (전성기 시절) 응원법까지 튀어나왔을 땐 정말 놀라웠다”며 “공연하는 나라에 대한 문화적 존중을 기반으로 신선함을 드리고자 했다. 내년 목표로 준비 중인 뉴진스 월드 투어도 각 나라, 도시 등 공간에 어울리는 특별한 무대를 기획 중”이라고 했다.

☞푸른 산호초

1980년 7월 마쓰다 세이코가 데뷔 후 두 번째 활동곡으로 선보인 노래. 청량한 음색, 산뜻한 여름 정경의 곡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세이코에게 ‘국민 아이돌’ 호칭을 안겼다. 이 곡으로 세이코는 당대 최고 스타만 출연할 수 있던 NHK 홍백가합전(31회)의 첫 출전권을 얻었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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