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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수입 줄어든 日변호사, 의뢰인 돈 횡령 잇따라… 변호사연합 "당한 분들께 저희가 위로금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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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치매를 앓는 91세 할머니가 집과 땅을 팔아 6000만엔(약 6억7000만원)을 통장에 넣고 도쿄의 한 요양원에 들어갔다. 도쿄가정법원은 현직 변호사인 와타나베 나오키(渡部直樹·49)씨를 '성년 후견인'으로 정해줬다.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할머니 대신 할머니 돈도 관리하고 월 30만엔씩 시설 이용료도 내라는 취지였다.

4년 뒤 할머니 딸에게 "두 달치 이용료가 밀렸다"는 요양원 직원의 전화가 걸려왔다. 딸이 알아보니 변호사가 할머니 통장에서 4100만엔을 야금야금 빼간 상태였다. 다른 할머니 2명의 피해까지 합치면 와타나베 변호사가 수년간 80~90대 할머니 3명에게 뺏은 돈은 1억1200만엔에 달했다. 그는 돈을 빼돌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무소 경비, 룸살롱 술값 등으로 다 써버려서 물어줄 수 없다"고 했다.

일본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의 돈을 빼돌리는 사건이 잇따르자 일본변호사연합회(이하 일변련)가 내년 4월부터 변호사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돈을 빼돌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거나 일변련의 징계를 받을 경우, 일변련이 나서서 피해자들에게 1인당 500만엔까지 위로금을 줄 방침이다. 재원은 전국 변호사들이 월 1만2400엔씩 내는 일변련 회비로 충당한다.

아사히·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먹고살기 어려운 변호사가 늘어나는 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02년 로스쿨을 도입하고 사시 합격자 숫자를 대폭 늘렸다. 그에 따라 최근 15년간 변호사 숫자는 배(2000년 1만7126명→2015년 3만5045명)가 된 반면, 변호사의 연간 평균 수입은 3분의 2로 줄었다(3793만엔→2402만엔). 요미우리신문은 2013~2015년 사이 3년 동안 의뢰인의 돈을 빼돌려 기소된 변호사가 23명이고, 피해액은 20억7800만엔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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