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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월드 톡톡] 세금으로 죄수들 시원하게 해주자고? 찜통더위에 美교도소 에어컨 설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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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파 "헌법도 잔인 형벌 금지"

죄수들이 설치요구 집단소송도

미국 루이지애나 주(州) 제퍼슨 데이비스 패리시 감옥은 요즘 실내 온도가 섭씨 37도를 웃돈다. 이른 아침부터 뜨거운 열기에 잠이 깨는 수감자들은 한밤중에 비가 와서 기온이 떨어져 주기를 희망한다. 재소자들은 얼음을 피부에 갖다 대는 것으로 잠시나마 더위를 잊는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 시각) 미국 전역의 교도소 대다수가 에어컨 시설을 갖추지 않아 한여름이면 수감자들이 4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애리조나·미시시피·위스콘신주 판사들은 잔인한 형벌을 금지하도록 규정한 연방 수정헌법 8조에 따라 "재소자들이 극도의 고온이나 저온 상태에 감금돼서는 안 된다"며 당국에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텍사스 등 일부 지역에선 수감자들이 교도소에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며 주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까지 제기했다. 살인죄로 텍사스 나바소타 감옥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는 키스 콜도 원고 중 한 명이다. 그는 NYT에 "나는 심장병과 고혈압, 당뇨를 앓고 있다. 에어컨은 편의가 아니라 의료를 위한 필수품이다"라고 주장했다. 소송 대리인인 변호사 제프리 에드워즈는 "무더운 남부에선 수감자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이가 에어컨을 갖고 있다. 에어컨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죄수들 편의를 위해 많은 세금을 사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감옥에서도 찬물 샤워 등으로 충분히 더위를 피할 수 있는데, 다른 방법을 외면하고 에어컨 설치만 고집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전 교도관 짐 윌렛은 "나는 에어컨 없는 집에서 20년간 살았다. 에어컨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재소자들에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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