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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국정원 댓글’ 수사 박형철 검사 결국 검찰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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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선개입’ 수사 검사의 좌절

이례적 연속 지방 발령에 사표

윤석열 검사는 사직 고려 안해


한겨레

박형철 검사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조작(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에서 부팀장을 맡았던 박형철(48·사법연수원 25기) 부장검사가 지난 7일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직원들을 수사하면서 검찰 수뇌부와 마찰을 일으킨 뒤 두 차례 징계성 인사가 이어지자 결국 검찰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8일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대전고검에서 근무하던 박 검사는 6일 발표된 고검 검사급 정기 인사에서 부산고검으로 발령이 나자 다음날 사표를 제출했다. 박 부장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으로 근무하던 2013년 4월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에 차출됐다. 대검 공안2과장을 지내며 검찰 안에서 선거법 전문가로 통할 정도로 전문성을 갖춘 것이 높이 평가됐다.

당시 수사팀은 원세훈(65)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대선의 공정성에 흠집이 나길 원하지 않았던 박근혜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수사팀은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이로 인해 박 검사는 ‘보고 절차 누락’을 이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박 검사는 윤석열(56·23기) 당시 특별수사팀장이 항명 사유로 직무에서 배제된 뒤 사실상 수사팀을 이끌었다.

박 검사는 이듬해 인사에서 대전고검으로 ‘좌천’됐다. 박 검사는 대전고검에 근무하면서도 원세훈 전 원장의 재판이 열릴 때면 서울로 올라와 공판 검사로 참여했다. 그는 지난해 10월30일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서울고법 형사7부)가 원 전 원장 쪽에 유리하게 재판을 진행하자, 편파적인 재판에 항의하며 퇴장하기도 했다.

박 검사의 지인들은 그와 그의 가족들이 이번 인사로 또다시 떨어져 지내게 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 검찰 간부는 “박 검사가 징계 처분에 대해 취소 소송도 제기하지 않고 자숙하고 있었는데도 연속으로 지방 고검으로 발령낸 것은 사실상 사표를 쓰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어려운 시기에 가족들과 또 떨어져 지내게 된 것을 더이상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검사와 같이 검찰에서 일했던 조수연 변호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수사를 대충 뭉갰어야 했는데, 면도칼처럼 수사를 너무 잘해서 정을 맞았다. 가장 유능한 검사가 옷을 벗은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윤석열 대구고검 검사도 이번 인사에서 대전고검으로 또다시 좌천성 인사를 당했으나, 사직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검사는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 등 검찰 수뇌부의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를 국회 국정감사에서 폭로해 직무 배제와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2014년 1월 인사에서 여주지청장에서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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