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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박대성, 출동 경찰에 "돌아가라"…8분뒤 여고생 쫓아가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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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10대 女 살해] 박대성 사건의 재구성



“돌아가라”던 박대성…범행 후엔 “잡아가세요”



중앙일보

지난달 30일 전남경찰청이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한 순천 10대 여성 살해 피의자 박대성. 사진 전남경찰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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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괜찮다, 돌아가라.” "

경찰이 신상정보를 공개한 박대성(30·구속)이 범행 19분 전 자신의 찜닭가게로 출동한 경찰관에게 한 말이다. 박대성은 자해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을 돌려보낸 지 8분도 지나지 않아 가게 앞을 지나가던 A양(18)을 따라 나가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 순천시 도심에서 A양을 살해한 박대성이 범행 직전 경찰과 5분간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전 0시15분 박대성의 친형이 “동생의 극단적 선택이 의심된다”며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 접수 3분여 만에 박대성이 운영하는 순천시 조례동의 찜닭가게에 도착해 면담 조사를 벌였다.



박대성, 경찰에 고분고분…8분 후 돌변



중앙일보

살인 혐의를 받는 박대성이 지난 4일 오전 전남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경찰은 전남 순천시 조례동에서 길을 걷던 10대 여성 청소년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박 씨의 신상 정보를 국민의 알권리·수단의 잔인성 등을 고려해 지난달 30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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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도착한 0시18분 박대성은 술에 취한 채 혼자 가게 앞에 앉아 흡연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상태를 묻는 경찰관의 말에 “괜찮다. 돌아가라”고 답했다. 경찰은 “자살 의심 징후로 볼만한 정황이 없고, 술에 만취해 횡설수설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현장 종결처리 후 0시23분쯤 철수했다”고 했다.

면담 때 고분고분하던 박대성의 태도는 경찰이 떠난 후 돌변했다. 박대성은 경찰 철수 8분 후인 오전 0시31분 가게 앞을 지나던 A양을 발견하고 뒤따라갔다. 식당을 나설 때 주방용 흉기를 꺼내 든 박대성은 0시42분 A양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자신의 가게에서 경찰을 돌려보낸 후 19분 만에 살인을 저질렀다.

A양은 박대성이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양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의 약을 사러 나갔다가 귀가하는 길에 변을 당했다. 범행 후 박대성은 인근을 지나던 목격자가 다가오자 길옆 주차장을 가로질러 달아났다.



‘경찰 57명’ 피해 1시간20분 거리 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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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목격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순천경찰서와 지구대 등 경찰 57명을 투입해 추적에 나섰다. 박대성은 범행 당시 신고 있던 슬리퍼가 벗겨지자 맨발로 자신의 가게 방향으로 도주했다. 그는 가게에서 운동화를 신고 다시 거리로 나선 후 술집과 노래방 등을 돌아다녔다.

박대성은 이날 추적에 나선 경찰을 피해 1시간20분간 거리를 활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거리 폐쇄회로(CC)TV에 웃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대성은 A양을 쫓아갈 때도 자신을 승객으로 생각하고 정차한 택시기사에게 흉기를 감춘 채 “그냥 가시라”고 태연하게 말하기도 했다.

박대성 체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시민이었다. 그는 범행 후 1.5㎞가량을 돌아다니다 주차된 차량을 이유 없이 발로 차며 행패를 부렸다. 이를 목격한 차주는 박대성과 시비 끝에 오전 2시2분 경찰에 신고했다. 박대성은 10분 뒤인 오전 2시12분 체포될 당시 경찰에게 팔을 내밀면서 “잡아가세요”라고 말했다. 박대성 친형의 자살의심 신고를 받은 지구대 경찰관이 가게에 출동한 지 1시간49분 만의 일이다.



A양 쫓던 중 택시기사엔 “그냥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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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혐의를 받는 박대성(30)이 4일 오전 전남 순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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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붙잡힌 박대성은 “식당에서 나온 뒤부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에게 정신질환 증상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진술이 조금씩 바뀌는 상황이다. 박대성은 지난달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전 “소주를 4병 정도 마셨는데 당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피해자는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4일 박대성을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은 박대성을 상대로 ‘묻지마 살인’ 등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정신병력 유무, 계획적 범행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0일 ‘특정 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박대성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바 있다.



순천=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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