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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경남도 무상급식 중단 논란’ 사설 비교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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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어린이 밥그릇’까지 종북 딱지 붙이나

경남도가 무상급식 문제를 두고 결국 종북몰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남도청은 30일 성명을 발표해 최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무상급식 중단 반대 운동을 “종북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의 불순한 정치투쟁”이라고 규정하고, “불순한 정치적 목적으로 도정을 훼손하려는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성명서를 접하면서 맨 먼저 드는 의문은 과연 홍준표 지사나 경남도청 공무원들이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인가 하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세력이 걸핏하면 종북 딱지를 갖다 붙이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해도 너무했다. 다른 사안도 아닌 아이들의 밥그릇 문제에 종북 딱지를 붙이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는 경남도 학부모들의 바람과 호소는 매우 소박하고도 간단하다. “못사는 아이, 잘사는 아이가 차별받지 않고 사이좋게 학교에 다니며 건강한 밥을 먹게 하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어떻게 종북이라는 말인가. 홍 지사의 좌충우돌식 정치 행태를 두고는 그동안에도 ‘돈키호테’라는 비아냥이 많았지만 이번 경우는 단순한 돈키호테 차원을 넘어선다.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면 무조건 종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가공할 만한 폭력이자 저질 선동 정치다.

경남도가 무상급식 중단 반대를 종북이라고 규정한 근거는 이 운동을 벌이는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본부’의 대표에 예전의 민주노동당 간부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 따위가 고작이다. 종북이라는 굴레를 씌우려면 뭔가 그럴듯한 근거라도 찾아내야 하는데 최소한의 논리도 갖추지 못한 궁색하기 짝이 없는 억지 주장이다. 이런 수준 이하의 논리 구사력과 머리 구조를 지닌 사람들이 경남 도정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경남도는 이번 성명 발표를 통해 무상급식 중단 반대 운동을 벌이는 단체와 개인들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 홍 지사와 경남도는 이 대목에 대해 분명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홍 지사가 이런 무리수를 둔 배경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심각한데다, 미국 출장 중 평일 부부동반 골프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탈출구로 종북몰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낸 것이다. 하지만 홍 지사는 정말로 잘못된 무기를 선택했다. 홍 지사의 유치한 종북몰이는 자신의 ‘저질 정치인’ 면모만 부각시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중앙일보 사설] 무상급식은 이념 갈등과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경상남도가 1일 무상급식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예상대로 일부 학부모·단체는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은 ‘점심 한 끼 단식’을 벌이고 무상급식 토론수업을 진행했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소속 학부모들은 홍준표 경남도지사 관사 앞에서 ‘도지사님, 애들 밥 굶겨 골프 접대 나가서 행복하십니까’란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학부모는 급식비 납부 거부와 등교 거부까지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경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 이슈가 정책 논쟁이 아니라 점차 이념 갈등, 정쟁(政爭)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무상급식 전면 중단이 차라리 만우절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는 비난 논평을 냈다. 새정치연합은 “경남엔 새누리당 실세 의원들이 즐비하지만 누구 하나 홍준표 지사에게 문제 제기조차 못하고 있다”며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입장과 해결방안을 지역주민 앞에서 밝혀야 한다”고 새누리당을 공격했다.

경남도 홈페이지 ‘도지사에 바란다’ 코너에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지지하는 게시글이 제3자에 의해 삭제된 사건도 발생했다. 경남도는 “반대세력이 도민 여론을 왜곡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여기에 경남도까지 무상급식 운동단체를 ‘종북’으로 표현해 ‘색깔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는 문제 해결은커녕 이념 갈등만 부추기는 매우 부적절한 대응이다.

경남도는 무상급식에 지원하던 예산 643억원을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 재원을 초·중·고 서민자녀 교육 지원으로 돌리겠다는 취지다. 서민층 입장에서 보면 혜택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늘어나게 된다. 가난한 집안의 학생은 계속 무상급식을 받을 것이고, 학습비·교재비 등을 추가로 지원받게 된다. 경남도의 시도가 성공하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무상보육 등 다른 무상복지 정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추진한 무상복지 시리즈의 우려됐던 문제점이 이미 현실화됐다. 지난해 학교 무상급식 예산은 2조6000억원,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은 3조8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무상복지는 매년 들어가야 하는 경직성 예산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과 관련 있는 학교시설물 보수 예산마저 5년 새 40%나 축소됐다. 일부에선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면 충분히 무상복지를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학교 시설과 교육에 대한 투자가 불필요한 것인가.

홍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좌파·우파나 보수·진보가 아닌 국익에 있다. 국익에 맞다면 좌파 정책도, 우파 정책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념이나 정치 논리가 아니라 국익에 따라 급식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정치적·이념적 논란에 가세할 게 아니라 정책적·실용적 차원에서 묵묵히 일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면 선별적 복지가 빈곤층 학생들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조용히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 문제가 더 이상 정치인들의 지지율을 올리려는 게임이 돼서는 곤란하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차별 없이 건강한 밥 나눠야”…중앙 “선별적 복지로 빈곤층 도와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1일, 경상남도가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복지 논쟁이 격렬하게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발표된 경남도청 성명서는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경남도청은 무상급식 지원을 촉구하는 단체를 “반국가적 종북 활동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간부 출신 등이 대표를 맡고 있는 종북 좌파 정치집단”으로 규정하고, “종북 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이 경남도를 상대로 정치투쟁을 하려는 일체의 행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한목소리로 우려를 보낸다. 한겨레는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면 무조건 종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가공할 만한 폭력이자 저열한 선동 정치”라며 경남도청을 강하게 비판한다. 중앙 또한, “경남도까지 무상급식 운동 단체를 ‘종북’으로 표현해 ‘색깔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문제 해결은커녕 이념 갈등만 부추기는 매우 부적절한 대응”이라고 지적한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하지만 문제에 접근하는 한겨레와 중앙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중앙은 ‘선별적 복지’의 틀에서 무상급식 논란에 접근한다. 선별적 복지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만 복지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말한다. 중앙은 학교 무상급식에 2조6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나머지, “학생들의 안전과 관련 있는 학교 시설물 보수 예산마저 5년 새 40%나 축소”된 현실을 짚어준다. 나아가, 무상급식에 경상남도가 지원하던 예산 643억원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재원을 초·중·고 서민자녀 교육 지원으로 돌리겠다는 홍준표 지사의 입장도 들려준다.

홍 지사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부유층과 서민층 사이의 교육비 격차가 8배로 벌어진 지금의 현실에서는 빈부격차와 신분 세습이 고착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홍 지사는 선별적 복지를 통해 교육 기회의 차이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대해 중앙은 “정치적·이념적 논란에 가세할 게 아니라 정책적·실용적 차원에서 묵묵히 일을 추진해야 한다”며 홍 지사 입장에 지지를 보낸다. 아울러, “선별적 복지가 빈곤층 학생들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조용히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를 건넨다.

반면, 한겨레의 입장은 ‘보편적 복지’ 쪽에 가깝다. “못사는 아이, 잘 사는 아이가 차별받지 않고 사이좋게 학교에 다니며 건강한 밥을 먹게 하자”는 문장 속에는 보편적 복지의 철학이 오롯하게 드러난다. 여기서 ‘차별’이란 급식비를 지원받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점심값도 못 내는 학생’이라는 ‘낙인 효과’만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선별적인 복지는 반(反)복지의식을 키우기도 한다. 시민들 머릿속에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만 받는 것이라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한다는 의미다. 이런 사고가 확산될수록 복지 확대를 통한 부의 재분배,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은 힘이 빠지게 마련이다. 보편복지를 펼치는 나라 중 상당수가 빈부격차가 적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겨레는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심각한데다, 미국 출장 중 평일 부부동반 골프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종북몰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낸 것”이라며,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정치적 술수’로 해석한다.

이러한 주장 뒤에도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측의 논리가 묻어난다.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예산은 경상남도 전체 예산의 0.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99.5%의 예산은 무상급식보다 중요한 일에 쓰이고 있을까? 세금으로 출장을 간 홍 지사가 골프를 쳤다는 사실에는 예산 낭비야말로 무상급식 재원 부족의 진짜 원인이라는 결론이 숨어 있다.

복지국가는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복지국가를 이루는 일에는 재원 마련, 증세 등등의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많다. 복지 논란의 해법은 과연 정책을 통해 빈부격차를 줄이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에 있다. “복지 문제가 더 이상 정치인들의 지지율을 올리려는 게임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중앙일보의 주장, 무상급식 논쟁을 이념 논쟁으로 확대하려는 경남도의 성명서를 비판하는 한겨레의 입장이 울림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무상급식


지금의 무상급식 논란은 2011년에 있었던 논쟁의 ‘제2라운드’ 성격이 짙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을 반대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의 무상급식 주장에 맞서 주민투표까지 실시했다가 시장직을 내려놓고 말았다. 이때 한나라당 대표는 지금의 홍준표 경남지사였다. 홍 전 대표는 당시 ‘무상급식은 세금급식’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지금 진행되는 무상급식 중단 논란은 2011년 논쟁의 틀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여당에서는 ‘복지 포퓰리즘 반대’라는 명분 속에서 ‘선별적 복지’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반면, 야당은 보편적 복지 확대를 주장하며 선별적 수혜자에 대한 낙인 효과를 우려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복지의 문제는 진보-보수의 틀로만 바라보기 어렵다. 대한민국 국민 열 명 가운데 여섯 명 이상은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한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하고 허술한 탓이다. 반면,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는 적잖은 거부감을 보인다. 동아시아연구원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복지 확대가 증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을 품고 있었다. 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앞세우면서도 증세에는 주춤하는 정치인의 태도에는 이런 속사정이 있다.

지금의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은 보편 복지와 선택적 복지 사이의 논쟁 구도로 펼쳐지고 있다. 2011년의 무상급식 논란은 복지정책에 대한 관심을 사회적으로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낳았다. 경남도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으로 불거진 지금의 논란은 증세 문제와 진보와 보수의 충돌, 여당과 야당의 경쟁, 세대 갈등 등과 얽혀 한층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추천 도서]

유토피아
토머스 모어 지음, 나종일 옮김
서해문집 펴냄, 2005년


지금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는다
도메 다쿠오 지음, 우경봉 옮김
동아시아 펴냄, 2010년


창고에는 늘 물자가 차고 넘친다. 사람들은 하루에 6시간만 일한다. 마을 회관에서는 모두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집도 나라에서 준다. 한마디로 ‘보편적 복지’가 실현된 모양새다. 토마스 모어는 사치품을 금지해 빈부 차이를 없애고, 모두가 차별 없이 일한다면 이런 나라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건 푸줏간 주인이나 빵집 주인, 술집 사장의 자비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이기심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말은 자본주의의 고갱이를 담고 있다. 모두가 자기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움직일 때, 가장 큰 효율과 행복을 낳는다. 토마스 모어와 아담 스미스, 둘 가운데 어느 쪽이 복지 문제에 더 나은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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