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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안심전환대출’과 은행 수익성 상관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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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막대한 타격” VS 당국, “손해 크지 않다”

‘안심전환대출’ 40조가 시장에 떨어지면서 강한 충격파를 발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수익성에 타격이 너무 크다고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그 정도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 수 조 손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최근 “‘안심전환대출’ 40조 투입으로 인한 은행의 손실이 매년 약 4000억원에 달한다”며 “주먹구구식 졸속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아직 내기 힘들지만, 연간 손실 예상액이 그쯤 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수 조원의 손해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업계도 은행이 안심전환대출 40조원을 취급하면서 발생하는 연간 수익 감소분을 최대 4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대출이나 만기 일시상환식 대출을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해 주는 상품이다. 원리금을 함께 갚아야 하는 부담에도 초기 한도 20조원이 불과 나흘만에 소진될 만큼 높은 인기를 끈 것은 워낙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안심전환대출’의 대출금리는 연 2.6%대로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평균 3.5%대인 주택담보대출을 2.6%대로 낮춰줘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대출금리를 최대 1%포인트 넘게 낮아지니 순이자마진(NIM)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 정책 때문에 중도상환수수료까지 포기해야 한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뿐만 아니라 변동금리대출의 경우 향후 시중금리 상승기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고정금리대출은 그럴 수 없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리면, 은행의 손실을 훨씬 더 확장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아마도 은행 평균 NIM이 1.6%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안심전환대출’은 은행 수익에 단기적인 영향뿐 아니라 미래 악재로도 작용할 수 있다”며 “은행의 대출금리 운용과 은행이 보유하게 될 주택저당증권(MBS)을 훗날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장금리의 변동 가능성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중금리가 오를 경우 현재 발행된 저금리 MBS 가격은 뚝 떨어지게 된다.

이를 감안하듯 은행주는 연일 하락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솔직히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계속 낮추고, 기술금융과 ‘안심전환대출’ 등 정부 정책에 따라오길 바라면서 은행 수익성 개선까지 요구하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당국, “자본비용 절감 효과도 감안해야”

반면 금융위원회는 “‘안심전환대출’의 낮은 금리만큼 은행에 고스란히 손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취급 은행에게 취급 시점에 약 0.2%포인트의 일회성 수익을 제공하고, 매년 0.1∼0.2%포인트의 수익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기본관리수수료 0.1%포인트에 개별 은행 자율로 0.1%포인트 범위 내에서 금리를 가산하는 식이다.

금융위는 “이는 현재 0.2~0.3%포인트 수준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마진보다 적지만, ‘안심전환대출’을 취급하면서 은행의 자본비용이 절감되는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심전환대출’에서 각 은행은 전환된 만큼 주택금융공사의 MBS를 100% 매입해야 한다. 자산의 위험도를 평가할 때 주택담보대출은 위험가중치 35∼70%가 부과되지만, 주택금융공사 MBS는 위험가중치가 0% 수준이다.

또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MBS를 금융사에 적용되는 건전성 규제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의 유동자산 범위에 포함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MBS 매입을 통해 LCR 규제에 대응하기 편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대출 구조개선에 따라 은행의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료도 연 평균 2000억원 가량 감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안신전환대출’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은행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줄여줘 은행 유동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당국의 설명에도 은행은 불평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라리 MBS 매입 의무가 50% 이하였다면, 수익성 저하를 막기 위해 여러 헤지 수단을 쓸 수 있다”며 “그러나 MBS 매입 의무가 100%면, 향후 금리 인상 위험을 고스란히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는 은행 자율로 최대 0.1%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일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은행이 그렇게 높은 가산금리를 붙이면 정치권에서 가만히 있겠느냐”고 고개를 저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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