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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군대서 먹었던 양배추 김치 먹으라니”…金배추 정부대책 “이게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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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끝 식탁물가 또 비상

무·적상추 1년새 30% 뛰고
시금치는 80% 넘게 폭등
김치 완제품 생산도 차질

정부는 이상기후 탓만 반복
농작물 수입 확대와 함께
농업 생산력 근본대책 절실


매일경제

24일 서울 양재하나로마트에서 고객들이 배추와 시금치등 채소류를 구매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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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가격이 이렇게 무섭게 오르는데 올해 김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걸 보면 김장하지 말고 저렴한 김치를 사먹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24일 대형마트 채소 코너를 방문한 소비자들은 배추를 들었다가도 쉽게 카트에 넣지 못했다. 한 포기에 1만원에 달할 정도로 치솟은 배추값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김장철을 한 달가량 앞두고 김장 주재료인 배추 가격이 급등세다. 무와 상추, 시금치, 오이까지 값이 심상찮게 오르면서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나날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가을철부터 사과와 배를 비롯한 과일 가격이 급등해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데 이번에는 채솟값까지 끝을 모르고 올라가면서 식품 물가에 뚜렷한 빨간불이 들어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배추 10kg의 중도매인 판매가격 평균값은 3만594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3% 급증했다. 전날에는 4만1500원으로 평년(2만785원)의 두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부 지역의 마트에서는 배추 한 포기에 ‘2만2000원’ 가격표가 붙기도 했다.

대형마트들은 자체 유통망과 할인정책을 펴면서 가격 인상분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소비자 가격은 큰 폭으로 뛰었다. 이날 기준 주요 대형마트의 배추 한 포기 소비자 가격은 798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가량 올랐다. 자체 물류센터로 산지에서 물량을 조달하고, 할인을 적용하고 있지만 가격 안정에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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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채소류 가격도 널뛰고 있다. 이날 서울 시내 주요 대형마트 기준 무 1개 판매가격은 2980원으로 전년 대비 25% 올랐다. 중고랭지 물량이 나오고 있지만 역시 폭염으로 상품성이 떨어져 실제 구매 가격은 오름세다. 적상추(200g 3480원)는 1년새 30%, 시금치(200g 9980원)는 80%까지 폭등했다.

이처럼 배춧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김치 완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는 각각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피코크와 요리하다의 김치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지난해와 같거나 오히려 가격을 낮추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마트 노브랜드 배추김치(3.5㎏)는 지난해와 동일한 1만5980원에 판매 중이다. 피코크 포기김치(3.3㎏)는 지난 7월 가격을 2만2800원에서 1만990원으로 오히려 낮췄다. 롯데마트의 요리하다 ‘전라도식 포기김치’도 지난해보다 단위당 가격을 내렸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올해 김치 수요가 크게 늘면서 김치 판매 방송을 늘릴 계획이지만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가을 배추가 공급되는 10월 중순 이후 방송을 예년보다 최대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치 완제품도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분위기다. 대상은 지난 19일 자사몰 정원e샵에 “현재 원물 수급 이슈로 종가 김치 생산·출고가 지연되고 있다”며 “영업일 기준 3~5일 이상 배송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정부는 폭염으로 배추 작황이 부진해 공급량이 줄었다며 가격 급등이 ‘이상기후’ 탓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기후는 정부 의지로 조종할 수 없는 요인인 만큼 수급 측면에서 최대한 손을 써보겠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공급 면에선 중국산 배추를 소매시장에 푸는 방안을, 수요 측면에서는 김장에 배추 대신 양배추 등 다른 작물을 쓰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배추 가격은 한 통에 2980원으로, 출하량 증가로 인해 지난해보다 25%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중국산 배추는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꽤나 높아 그동안 도매 위주로 수입해왔고 소매로 물량을 푸는 것은 드문 일이다. 배추 대신 양배추 소비를 늘리겠다는 정부 대책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대응책이 아니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농식품부는 이날 ‘원예농산물 수급 상황 및 대책’을 발표하면서 “국내산 배추를 산지 출하량이 많은 시기에 단계적으로 수매하고 신선배추도 수입해 공급이 부족한 시기에 공급할 계획”이라며 “산지유통인과 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이 조기에 시장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출하장려금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배추 가격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올해 가을배추와 겨울배추 모두 지난해보다 재배면적이 줄면서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식품업계 관계자는 “배추의 생육기간은 보통 3개월 정도로, 새로운 산지가 활성화되는 10월 중순까지는 높은 시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박순연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10월 중순에는 문경시, 영양군, 연천군 등으로 출하지역이 더욱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에 원예농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근본적인 대책과 수입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 산지 재배면적은 계속 줄어들고 이상기후는 계속될 것”이라며 “영세 농민들의 생산력을 끌어올리고 해외 작물을 들여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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