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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野, 국익 걸린 문제는 화끈하게 與 도와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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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자]

충청은 朴대통령에 여전히 애정

다만 대선 때 약속했던 정책 흐지부지되자 실망감 커진 듯

새정치聯의 '충청권 싹쓸이'는 새누리가 못해서 얻은 반사이익

黨論만 고집하는 야당 아닌 대화로 타협 이끄는 야당 돼야

現정권 인사 늘 한쪽으로 치우쳐… 直言할 수 있는 사람을 써야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전을 비롯해 충남·북, 세종시 등 충청 지역 광역단체장 4곳을 모두 석권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충청의 민심(民心)이 반대로 돌아선 것을 두고 여야(與野)에선 해석이 분분하다.

새정치민주연합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자는 11일 본지 인터뷰에서 "대전 시민들이 박 대통령에게 보낸 애정이 큰 만큼 실망도 큰 것 같다. 앞으로 박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전 민심은 변할 수 있다"고 했다. 권 당선자는 "분명한 것 하나는 충청 민심이 오만한 세력에게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드시 견제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권 당선자는 노무현 정권에서 청와대 인사비서관을 지냈고, 열린우리당과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국회의원(대전 중구)에 두 번 당선됐다.

―선거 초반만 해도 새누리당 박성효 후보에게 크게 뒤졌다가 마지막에 역전했다.

"작년 말 여론조사에서는 내 지지율이 7%였고 상대방은 60%를 넘었다. 그러나 한 번도 진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여론조사는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여론조사에서 앞서간다고 오만해져 있었다. 새누리당은 선진통일당과 합당을 했지만 자당(自黨) 출신들만 공천하며 순혈(純血)주의를 고집했다. 현역 국회의원이던 새누리당 박성효 후보가 시장 선거를 위해 의원직을 버린 것에 대해서도 배를 버리고 도망간 세월호 선장 같다는 여론이 많았다."

조선일보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자가 11일 대전의 구(舊)충남도청 건물에 있는 대전시장 인수위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 당선자는“이번 선거에서 충청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고 했다. /성형주 기자


―권 당선자는 2012년 대선 때 선진당 소속이었지만 새누리당 합류를 거부했는데.

"열린우리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니 친정으로 돌아간 것이다. 선진당에서 일했던 경력이 이번 선거에 도움이 된 측면이 있고 마이너스 요인도 있었다. 새누리당은 이번 공천 과정에서 선진당 인사들을 배제하며 화학적 결합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몸은 새누리당에 있지만 선거 때 나를 도와준 분들이 꽤 있었다(웃음). 그러나 새정치연합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내가 선진당에 몸을 담았다는 이유만으로 상당히 애를 먹었다. 이른바 야당의 '적자(嫡子)'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권 당선자를 비롯해 충남 안희정 지사, 충북 이시종 지사 등 야당 당선자들을 보면 모두 중도 혹은 중도·보수 성향이다.

"유권자들이 새정치연합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지했다기보다는 안정되고 검증된 후보라는 측면에서 지지를 보낸 것 같다.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에 대한 심판 성격보다는 살림살이를 할 사람을 뽑는 선거다. 안희정·이시종 지사 모두 현역 지사로 능력을 검증받은 분들 아닌가. 유권자들은 이념이나 노선의 선명성보다는 검증된 인물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래도 충청권을 야당이 모두 석권한 데는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새누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게 일침을 놔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거기에 세월호 참사가 불을 붙였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대표의 '대전은요?' 한마디에 앞서가던 염홍철 후보가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에게 패한 적이 있다. 그만큼 대전과 박 대통령은 각별한 것 같은데.

"충청 주민들의 박 대통령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그러나 과학 비즈니스 벨트, 옛 충남도청 부지 개발 등 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정책들이 대선 이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애정을 많이 준 만큼 실망도 커진 것이다. 대전과 충청에 더 신경을 써달라는 경고의 의미가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세월호 심판론'이 적중해서 야당이 충청에서 승리했다고 보나.

"세월호 참사는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세월호 때문에 야당을 찍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당에 대한 일방적 지지 기류에서 '여당은 곤란한데'라는 문제의식을 던져준 것이 세월호 사고였다."

―야당의 충청권 싹쓸이가 다음 선거 때도 계속될 것 같나.

"야당에는 기회를 준 것이고 여당에는 경고를 한 것이다. 여야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좋아서 우리에게 표를 준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금 너무 느슨해지고 권력 놀음에 빠져 국민의 뜻을 읽지 못하고 있다. 야당도 제대로 못하면 언제든지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은 아직 친노(親盧), 비노(非盧)로 갈라져 있고 노선에서도 중도와 급진 노선이 충돌하고 있다. 야당 내부의 문제는 없나.

"물론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 그러나 국익이 걸린 문제에서는 여당을 화끈하게 밀어줄 때도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 때도 나를 지지하지만 '대통령과 정부가 일할 수 있게 야당이 도와달라'고 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야당 내부적으로 당내 민주주의와 토론을 활성화해야 한다. 모든 것에 당론을 정하게 되면 의원들이 소신 있는 행동을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기초연금에 대해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않는다고 당론을 딱 정하면 더는 토론이 안 된다. 상임위에 권한을 줘서 여야가 토론을 통해 타협과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에서 청와대 인사비서관을 지냈다.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고언(苦言)을 한다면.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의식이 바로잡혀야 한다. 대통령 개인 판단으로 인사를 하다 보니 인재 풀(pool)이 제한적이고 선발되는 사람들이 이념적으로나 경력 면에서 한쪽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 인사의 원칙이 서야 하고 시스템을 통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통합형 인사를 써야 하는데 왜 자꾸 인사를 통해 싸움을 붙이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을 써야 한다."

[대전=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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