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명태균씨. 한겨레 자료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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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22년 3월 대선을 열흘 앞두고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보고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매일 실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해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던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건넨 돈으로 여론조사 비용을 충당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17일 한겨레가 입수한 명태균씨와 명씨가 운영하던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인 강혜경씨의 통화 녹취록을 보면, 명씨는 대선을 열흘 앞둔 2022년 2월28일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부터 매일 (대선) 선거일까지 (여론조사를) 돌린다”며 “공표할 것이 아니니 연령별 가중치를 나중에 주라”고 지시했다. 또 그는 “(조사에 필요한) 돈은 모자라면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에게 얘기해서 ㄱ이고, ㄴ이고, ㄷ한테 받아 오면 된다. 추가적으로 돈을 받아 오라. 내가 그거(여론조사) 돌린다고 다 공지했다. 돈 달라 해야지”라고 말했다. ㄱ, ㄴ, ㄷ씨는 이듬해 6월 지방선거 경북과 경남 지역에서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이들이었다.
명씨 지시에 따라 미래한국연구소는 2월28일부터 대선 이틀 전인 3월8일까지 매일 600만~1200만원을 들여 ‘대선 면밀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강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여론조사는) 윤석열 후보에게 보고되기 위한 것”이라며 “명씨가 ‘맨날 윤석열이한테 보고해줘야 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통화 녹취에서 명씨는 강씨에게 “저번에 그래프, 연령별 투표율 보여줬죠? 계산한 거 두개를 만들 수 있나? 윤석열 48%, 백분율 만들면 이재명 42%로 아마 그래 나올 거거든? 하여튼 조사 돌리면서 할 때마다 나한테 좀 얘기를 해줘요” “사전 투표할 거냐, 후보 누구냐, 정당 지지율 3개만 물어라” 등 여론조사와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을 지시했다.
강씨는 여론조사 비용으로 대구시의원 예비후보 ㄱ씨,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 ㄴ씨가 현금으로 1천만원씩 여섯차례에 걸쳐 각각 6천만원씩, 도합 1억2천만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하지만 ㄱ, ㄴ씨는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후 이들은 여러차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강씨와 ㄱ씨의 전화 통화 녹취를 보면 “선거비용 보전금이 입금됐다고 들었다. 거짓말하지 말고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때는 강씨가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당선된 김영선 의원실로 옮겨 회계책임자로 일할 때다.
김영선 전 의원은 2022년 7월29일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운동 비용을 보전받아 ㄱ, ㄴ씨에게 각각 3천만원씩 돌려줬다. 강씨는 남은 돈 6천만원도 “김 전 의원실이 미래한국연구소에 공보물 비용을 주는 형식으로 계좌이체했고, 미래한국연구소가 이를 다시 ㄱ, ㄴ씨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비용을 갚아준 것으로 지목된 김 전 후보는 2022년 6월 박완수 의원의 경남도지사 선거 출마로 비게 된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는데, 별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강력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공천을 따내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뉴스토마토는 명씨가 지인과의 통화에서 “사모(김건희 여사)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가지고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데”라고 말했다는 녹취를 공개한 바 있다. 강씨는 지난 6일 스픽스 유튜브 채널에도 나와 ‘윤 대통령 당선 직후인 3월20일께 명씨가 그간 여론조사 대금 3억6천만원(‘대선 면밀여론조사’ 포함 2021년 4월~2022년 3월 사이 81회, 실제 비용은 3억7520만원)을 받으러 가겠다며 청구서를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명씨가 대금은 받아 오지 못하고 대신 ‘6월 보궐선거에서 창원의창에 (공천) 자리가 생기니 의창구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명씨가 여론조사 대금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 왔고, 선거에서 당선된 김 전 의원은 여론조사 비용을 ㄱ, ㄴ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과 ㄱ, ㄴ씨 사이 돈거래는 당시 선거비용 처리를 수상하게 여긴 경남선거관리위원회의 이첩(2023년 5월)에 따라 창원지검에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강씨는 한겨레에 당시 돈거래는 윤석열 후보를 위한 여론조사 비용 정산용이라며,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데 김 전 의원이 ‘명태균, ㄱ, ㄴ, ㄷ씨 이름이 수사에서 절대 나와선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명씨와의 전화 통화 녹취 전부를 창원지검 수사팀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명씨는 강씨 주장을 적극 부인했다. 명씨는 17일 오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미래한국연구소는 내 소유가 아니다. (소장인) 김씨가 돈이 필요해서 차용증을 써주고 (ㄱ, ㄴ씨에게서) 돈을 받은 것으로 안다.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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