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지연 원인 지목에 "정정 요청"
압구정2구역 수주전 앞두고 숨고르기
지난 13일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조합에 삼성물산이 보낸 공문 하나가 도착했어요. 성공적인 사업을 기원한다는 인사말로 시작된 공문은 "조합원에게 오해가 없도록 근거 없는 제보 내용에 대해 즉시 정정 공지 요청을 드린다"면서 "정정 공지가 안될 경우 모든 법적 조치 등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으로 끝났어요.
삼성물산이 조합에 정정 요청을 한 이유는 이래요. 조합이 "삼성물산이 입찰 절차에 참여하지 않아 시공사 선정 일정이 지연됐다", "타 사업장에서도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다양하고 은밀한 방법으로 클린 수주를 방해하는 조합장의 비리 및 특정사 밀어주기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조합원들에게 보냈다는 거예요.
삼성물산은 지난 1월 21일에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고 이어 같은 달 31일에 입찰참여의향서도 제출했어요. 그러나 지난 12일에 조합이 입찰을 마감한 결과, 삼성물산은 응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어요.
삼성물산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합원들에게 허위 정보를 안내해 심각한 명예훼손이 발생하고 정당한 영업활동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됐다"고 반박했어요.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도 한 발짝 뒤로
삼성물산은 개포주공 6·7단지 말고도 관심을 보였던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 입찰에도 불참했어요.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 조합이 지난 4일 입찰을 마감한 결과, GS건설만 응찰했죠.
해당 현장은 GS건설이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사업장이에요. 삼성물산과 GS건설이 2015년 서초무지개아파트 재건축 경쟁 이후 10년 만에 다시 수주전을 벌일 것으로 기대가 나온 이유죠.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내부적으로 GS건설을 굉장히 까다로운 경쟁 상대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양 사 모두 입찰제안서 작성에 많은 공을 들였었다"고 말했어요.
지난해 9월에 이어 지난 4일에도 GS건설이 단독 입찰했지만 조합은 당장 GS건설과 수의계약 과정도 진행할 수 없어요. 삼성물산을 수주 현장에 끌어들이려고 했던 조합이 3.3㎡당 공사비를 기존 880만원에서 920만원으로 높이고 책임준공 조건을 완화해 새롭게 입찰 공고를 냈기 때문이에요.
같은 공고 기준으로 유찰이 2회 이상 반복될 경우에만 조합은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요.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 총회에 참석한 김상국 삼성물산 주택사업개발부장(부사장)/사진=김미리내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조 단위 추가 수주 유력, 압구정 경쟁 앞두고 숨고르기
연초부터 재건축·재개발 일감을 연거푸 확보한 삼성물산은 숨고르기에 돌입했어요.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만 2조2665억원의 수주고를 올렸어요. 목표로 한 '도시정비 5조원 시공권 확보'의 절반 가까이를 채운 셈이죠. 아직 1분기가 마무리 되지 않은 시점에서요.
삼성물산은 서울 송파구 한양3차아파트와 서초구 신반포4차 재건축, 성북구 장위8구역 재개발 등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한 사업장도 다수 있어요. 특히 신반포4차 재건축은 공사비가 1조300억원에 달해요.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수주 경쟁을 할 이유가 없죠.▷관련기사: 반도체 공백 래미안으로 메운다…삼성물산 '플랜B'(2월5일)
삼성물산이 압구정2구역 입찰에 참여한다면 현대건설과 수주전은 불가피할 전망이에요. 삼성물산이 잠실우성 1·2·3차와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입찰에 불참한 이유도 압구정2구역에서 현대건설과 맞대결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 시각이에요.
삼성물산은 공식적으로는 특정 단지를 반드시 수주해야 한다고 언급하진 않고 있어요. 다만 이 건설사 관계자는 "압구정과 여의도, 성수 등 서울 핵심 지역 단지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어요.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