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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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18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위헌성이 상당하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위헌 소지를 들먹이며 거부권을 휘두른 게 벌써 9번째다. 정작 자신은 헌법재판소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불임명을 위헌이라고 결정했으나, 19일째 이를 무시하고 있다.
최 대행은 방통위법 개정안에서 방통위 전체회의를 상임위원 5인 중 3인 이상 출석해야 열도록 한 조항을 문제삼았다. 개의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방통위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또 국회 몫 위원 3명(여당 1, 야당 2) 추천을 야당이 거부할 경우 대통령 추천 2명만 남게 돼 방통위 운영이 정지될 수 있다며,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소지가 크다고 했다. 국회 몫 위원을 국회가 추천한 날로부터 30일 안에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경우 임명된 걸로 간주하도록 한 규정 또한 대통령 임명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정권 들어 방통위를 과반에 못 미치는 대통령 몫 ‘2인 체제’로 찌그러뜨리고 합의제 운영 원칙을 무너뜨린 원죄부터 먼저 돌아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야당 몫으로 국회가 추천한 최민희 상임위원 후보자 임명을 6개월 넘게 거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권 우위 구도를 만들었다. 이후 방통위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 해임 등 방송 장악을 노골화했다. 기존 위원 임기 만료로 ‘2인 체제’가 된 뒤에도 와이티엔(YTN) 민영화 의결 등을 밀어붙였다. 야당이 국회 몫 추가 추천 거부에 나선 건 ‘2인 체제’의 위법성을 드러내 이런 전횡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애초 야당 추천 위원을 임명했다면, 지금의 비정상적인 상황 자체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헌재가 지난 1월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심판을 기각한 것도 ‘2인 체제’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법원이 ‘2인 체제’에서 선임한 방문진 신임 이사 임명에 대한 효력 정지를 확정 판결하는 등 2인 체제의 위법성은 더욱 뚜렷해졌다. 국정 책임자라면 가당찮은 이유로 국회 입법을 막을 게 아니라, 즉각 위법을 멈추고 근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자신은 헌재 결정조차 무시한 채 위헌을 저지르면서 국회를 향해선 위헌 소지만으로 거부권을 남용하는 행태는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최 대행은 그가 비상시국을 이끌 자격이 있느냐는 국민의 의문이 임계치에 육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겁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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