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역대 가장 늦은 대설주의보가 내린 18일 아침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천막 농성장에 눈이 쌓여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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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쯤 잠에서 깼는데 눈이 펑펑 왔어요. 텐트에 눈이 쌓이면 내부 지지대가 휘니까, 잡고 흔들며 밤새 눈을 털었죠.”
18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과 단체, 정당이 세운 천막 30여개가 모여있는 서울 광화문 앞 ‘텐트촌’에도 거센 봄눈이 몰아쳤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가 세운 텐트에 있던 한대수(70)씨는 지난밤 고단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도, 이 공간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힘겹게 이뤄 놓은 민주주의 성과를 저 사람들이 다 가져간 것 같아요. 그래도 여기서 고생하는 청년들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희망이 생기기도 해요.” 대설주의보가 내린 서울의 적설량은 전날 밤부터 이날까지 10cm 안팎을 기록했다.
청년, 여성, 예술인, 활동가, 노동자 등 다양한 이들이 ‘민주주의 회복’을 고리로 한데 모인 텐트촌은 이날 거친 날씨 속에 서로의 존재를 염려하며 한층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김희순 비상행동 언론대응팀장은 “폭설과 한파 때문에 난방 버스를 대절했고 어제 10여분 정도가 그곳에서 추위를 피했다”며 “시민들께도 날씨가 너무 궂으니 돌아가시기를 당부드렸지만 여러분이 남았다”고 전했다.
서울에 역대 가장 늦은 대설주의보가 내린 18일 아침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천막 농성장에 있는 눈사람에 ‘부산지역 대학생 단식농성 4일차’라고 써있는 손팻말이 걸려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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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이 늦춰지는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그럴수록 각 텐트에서 단식하고 있는 시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도 텐트촌에 컸다. 지난 8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의 단식을 시작으로, 광화문 텐트촌 곳곳에서 동조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와 4일째 단식 농성 중인 대학생 이하빈(23)씨는 “이번 주 금요일에는 반드시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 기간이 길어지며 심리적 내전 상태는 더 깊어지고, 단식 중인 분들의 건강도 위험하다”고 했다. 이날 아침 8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던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끝내 건강악화로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이용길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단식을 멈추라는 의사 소견에도 완강히 버티는 분들이 많아 걱정”이라며 “민주주의 안정성이 30년 전으로 후퇴했다. 서둘러 이 상황을 마무리 짓고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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