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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0 (월)

‘트럼프·딥시크·연준’ 3대 악재 겹쳤다...출렁이는 환율에 고심 깊어진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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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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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악재로 원·달러 환율이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이 한꺼번에 영향을 끼치며 변동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이달 25일 올해 두 번째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진다.

2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21.4원 상승한 1452.7원으로 집계됐다. 설 연휴 휴장으로 일주일 만에 거래가 재개된 상황에서 환율이 큰 폭으로 뛰었다. 주간거래 종가로는 지난달 17일(1458.3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휴 기간 발생한 대외 변수들이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20일 공식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29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에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던졌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 없다”며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에서 시작된 관세 전쟁과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이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키웠다.

딥시크 충격도 여전하다. 중국산 저비용 AI 모델인 딥시크가 출시되면서 전 세계 AI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뿐 아니라 국내 증시에서도 투자자 이탈이 발생했다. 여기에 위험 선호 심리가 위축되며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3대 악재가 한꺼번에 찾아오면서 한은의 고민도 깊어진다. 한은은 이달 25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달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환율 등을 비롯한 위험요소, 대내외 불확실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원·달러 환율이 30원 정도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 더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도 지켜볼 겸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세에 따라 (금리 인하 여부를) 판단하는 게 더 신중하고 바람직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이 두 차례 연속 동결을 하기에는 경기 부진이 심각하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여파까지 겹치며 2.0% 성장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1%로 크게 부진했다. 저성장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달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만, 대외적인 여건이 녹록지 않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추면 환율 급등을 부추길 수 있다. 이달 금리를 내리더라도 대외 악재로 인해 한은의 추가 인하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은 연준의 결정을 계속 의식할 텐데 연준의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를 고려할 때 연준이나 한은 모두 올해 많아야 두 차례 인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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