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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 면치 못하는 '정치공항'…책임은 정부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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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정치공항 잔혹사]④

[편집자주]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국제기구 권고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짧은 활주로,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등 무안국제공항의 허술한 관리가 사고 원인 조사를 계기로 속속 드러난다. 부실한 시설 운영 실태는 무안공항을 넘어 상당수 지방공항에서 발견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정치적 논리에 따라 건설된 '정치공항'이라는 점이다. 선심공약의 산물로 생긴 정치공항은 안전성이나 경제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과 나눠먹기로 전락한 국내 공항의 상황을 집중 점검해본다.

2000년대 들어 선심성 공약으로 지어진 '정치공항'은 억대 손실을 내는 만성적자 공항으로 이어졌다. 정확한 수요 예측과 사업성 평가 없이 지역개발이란 명분만으로 무리하게 추진된 결과다. 정치적 논리가 만들어낸 공항의 손실은 고스란히 정부 부담으로 쌓이고 있다.

30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15개 공항 중 흑자를 낸 곳은 단 4곳이다. 인천국제공항이 5325억원으로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제주국제공항(606억원), 김해국제공항(369억원), 김포국제공항(36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1개(광주·군산·대구·무안·사천·양양·여수·울산·원주·청주·포항) 공항은 적자를 냈다. 이중 대구공항을 제외한 10개 공항은 2014년부터 10년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었다.

이들 대부분은 2000년대 들어 추진되거나 개항한 정치공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치적 논리가 경제적 타당성을 이긴 공항들의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개항 후 한 번도 흑자 못 낸 무안·양양공항…울산공항은 10년째 100억대 손실

특히 지난달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의 2023년 적자 규모가 253억원으로 가장 컸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손실을 낸 공항도 무안공항(-1161억원)이다.

사업시행 전 무안공항의 수요는 연 992만명으로 예측됐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부풀려진 수치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2004년 '공항확충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 발표'에서 "무안공항은 B/C값(비용 대비 편익) 산정시 고려되지 않는 공항임대 수익까지 포함시켜 산정했다"며 개항과 착공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무안공항 건설 당시 B/C는 1.45로 예상됐으나 감사 결과 0.4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무안공항은 2007년 문을 열었고 2023년 이용객 수는 최초 수요예측치의 2%인 23만2760명에 그쳤다.

무안공항 다음으로 영업손실이 큰 공항은 양양국제공항(-211억원)이다. 최근 5년간 실적(-959억원)도 무안공항 다음으로 좋지 않다. 국비 3500억원이 투입된 양양공항은 연간 항공기 4만3000여대, 승객 300만명 이상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지만 개항 첫해인 2002년 이용객은 21만7000여명에 그쳤다.

개항 이듬해인 2003년에는 19만4539명, 2004년에는 11만43242명으로 더 줄었고 2007년에는 3만50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2008년 6월부터는 14개월 동안 비행기가 한 대도 뜨고 내리지 않아 '유령공항'으로 전락했다. 2009년 이용객은 역대 최저인 3066명 수준이었다. 무안공항과 양양공항은 각각 2007년, 2002년 개항 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못 냈다.

상대적으로 배후수요가 많은 영남권 공항도 상황은 비슷하다. 울산공항은 2014년부터 10년 동안 1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 영엽손실은 195억원으로 무안·양양에 이어 세번째로 크다. 2009년 울산공항 이용객은 50만8000여명에 달했지만 2010년 KTX 울산역 개통 이후 2011년 공항 이용객은 29만명대로 급감했다.

이용객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 인근 대구통합신공항(TK신공항), 가덕도신공항까지 개항을 준비하자 울산시는 2021년 울산공항 폐지 검토했지만 별다른 방안을 찾지 못했다.


국비로 짓고 국비로 살린다…재정 투입에도 '소생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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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성적이 저조하다보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악순환도 반복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양양공항이다.

국가경제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양양국제공항 활성화 재정지원사업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용역에 따르면 2008년 3000만원이던 지원액은 이듬해 3억2300만원으로 10배 이상 뛰었다. 2010년 9억2900만원, 2012년 13억3380만원으로 점차 늘어나더니 2014년에는 57억5200만원까지 상승했다. 강원도가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운항장려금과 손실보전금 명목으로 지원한 금액은 약 140억원이다.

양양공항을 근거지로 둔 플라이강원이 설립되면서 지원 규모는 더 커졌다. 강원도는 2018년 '강원도 도내 공항 모기지 항공사 육성 및 지원 조례'를 만들어 지역 내 항공사에 대한 지원을 전국 최초로 명문화했다. 2019년 3월 플라이강원이 정식 출범하자 강원도는 조례에 근거해 운항장려금 9억9000만원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3년간 총 145억원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플라이강원은 살아남지 못했다. 2023년 양양군도 20억원을 급하게 투입했지만 플라이강원은 양양군 지원금을 받은 직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개시를 신청했다. 정치적 논리로 문을 열고 세금으로 운영된 정치공항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위닉스에 인수된 후 상호를 '파라타항공'으로 바꾸고 운항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공항건설은 정치적 논리와 연계돼 왔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지방소멸 방지라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누구 하나 쉽게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사업인 것도 맞다"며 "지방 적자공항들은 지난 20년간 공항 건설이 하나의 '뉴 노멀'로 자리잡은 우리나라 정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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